"1루도, 백업도 준비할 것"…'이적생' 안치홍의 특별한 각오 [오키나와 인터뷰]

최원영 기자 2024. 2. 23.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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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오키나와, 최원영 기자) 팀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2024시즌 다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새 둥지를 튼 베테랑 내야수는 개인적인 욕심을 내려놓았다. 한화 이글스 안치홍은 "포지션 고집 없이 글러브를 두 개씩 들고 다닌다. 무엇보다 팀 성적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서울고 출신인 안치홍은 2009년 KIA 타이거즈의 2차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해 데뷔해 2019년까지 원 팀 맨으로 뛰다 2020년 롯데 자이언츠로 자유계약(FA) 이적했다. 2+2년 최대 56억원에 사인했다.

4년을 채운 뒤 지난 시즌을 마치고 다시 FA가 됐다. 이번엔 한화를 선택했다. 4+2년 총액 72억원에 계약했다. 4년간 보장 47억원, 옵션 8억원 등 총액 55억원의 조건이다. 이후 2년 계약은 구단, 선수 모두에게 선택권이 부여되는 뮤추얼 옵션이 발동돼 계약 연장 시 2년간 보장 13억원, 옵션 4억원 등 총액 17억원의 계약이 실행되게끔 했다.

한화의 새 가족이 된 안치홍은 스프링캠프에서 한창 담금질 중이다. 2차 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마주한 안치홍은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아직 몸이 다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이제 다듬는 단계다"며 "청백전, 연습경기 등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부상만 없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팀에 또래들이 있어 편하다. 그동안의 캠프와 특별히 다른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안치홍 영입이 기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치홍은 "선수들에게 그런 의미를 줄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한다. 대신 나도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할 것이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위치에서 뛸 수 있다"고 전했다.

안치홍의 주 포지션은 2루다. 한화의 2루엔 지난해 두각을 나타낸 루키 문현빈과 7년 차 정은원 등이 포진해 있다. 안치홍이 가세하며 문현빈, 정은원은 외야 훈련도 병행 중이다. 다만 풀타임 주전 2루수가 안치홍이라 무조건 장담할 순 없다. 상황에 따라, 선수들의 경기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안치홍은 "솔직히 포지션을 고집하고 싶진 않다. '꼭 여기서 뛰고 싶다'라는 생각은 없다"며 "나보다 훨씬 수비 범위가 넓고 움직임이 빠른 선수들도 있다. 다만 중요한 상황이거나 안정적인 플레이가 필요할 때, 감독님께서 나를 써주신다면 열심히 하고 싶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어 "만약 (문)현빈이나 (정)은원이가 먼저 2루수로 출전하면 난 1루수로 나서거나 교체 출전 등을 대비해야 한다.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다 준비하려 한다"며 "요즘엔 나도 어느 포지션에 들어가게 될지 몰라 1루수, 2루수 글러브 2개를 다 들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적 첫해, 모든 초점을 팀 성적에 맞췄다. 한화는 2018년 3위를 기록한 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9위-10위-10위-10위-9위에 그쳤다. 중상위권으로 도약이 시급하다.

안치홍은 "개인적으로도 잘했으면 좋겠지만 그보단 팀 성적이 우선이다. 어떤 선수든 확실히 빛을 보려면 팀이 잘 돼야 한다"며 "한화와 FA 계약할 때 구단에서 원한 부분도 팀 성적 상승이었다. 가을야구를 꼭 하고 싶다. 그게 가장 큰 목표다"고 강조했다.

선발투수 류현진이 복귀하며 팀 전력이 대폭 업그레이드됐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한 류현진은 지난 22일 한화와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을 마무리했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다.

안치홍은 "(복귀) 이야기가 꾸준히 들렸다. 진짜 오면 어떨지 상상했는데 확실히 큰 힘이 될 듯해 기대된다"며 "(류현진과) 같이 운동해 본 선수들이 좋다는 말을 정말 많이 했다. 그래서 더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선발투수 류현진'이라는 것 자체가 상대 팀에 압박감을 주지 않겠나. 워낙 대선수이니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엔 무조건 이겨야 할 것 같다"고 짚었다.

이제 한화는 자연스레 5강 중 한 팀으로 꼽힌다. 안치홍은 "그냥 많이 기대된다. 사실 기사 등을 잘 안 봐 부담감은 느끼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어 "매년 느끼는데, 예상대로 시즌이 진행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며 "팀 전력이 좋아졌으니 성적을 내야 한다기보다는, 하위권에 있었던 팀 위치상 모두가 야구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졌으면 좋겠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야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안치홍은 "야구라는 종목에선 팀 플레이가 잘 돼야 성적으로 이어진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배워와 후배들에게도 항상 이야기한다"며 "한화 선수들은 능력이 좋다. 공을 잘 잡고, 잘 던지고, 잘 치며, 잘 뛴다. 기량은 무척 좋은데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조금 떨어지는 듯해 그런 부분에 관해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든든한 베테랑과 함께, 한화가 날아오르려 한다.

사진=​​​​​오키나와,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 한화 이글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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