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인터뷰] ‘살인자ㅇ난감’ 이희준 “송촌, 빌런이라 생각한 적 없어”

이세빈 2024. 2. 2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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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이희준/사진=넷플릭스 제공

‘살인자ㅇ난감’의 송촌은 영웅과 악당의 미묘한 경계를 오가는 안티히어로다. 전직 형사였던 송촌은 사회에서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을 죽이며 단죄하는 그릇된 신념을 가진 인물로, 그의 이야기는 마지막화인 8회에서 비로소 풀리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송촌 역을 연기한 배우 이희준은 최근 인터뷰에서 “캐릭터 생각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까 젖어 드는 편”이라며 “‘살인자ㅇ난감’ 촬영할 때 아이가 사진 찍어준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눈이 살인자 눈이더라. 나는 그런 눈인 줄 몰랐다. 캐릭터의 영향이 크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공개된 ‘살인자ㅇ난감’은 우연히 살인을 시작하게 된 평범한 남자(최우식)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손석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 TV 부문 2위에 오르며 글로벌 인기를 증명했다.

이희준은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고 소재도 흥미로웠다. 송촌도 멋있었지만, 할아버지라는 것도 흥미로웠다”며 “모든 게 나를 흥분시켰다.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이희준/사진=넷플릭스 제공

짧은 머리에 잔주름이 가득한 60대의 모습으로 등장했던 이희준은 “나는 도전과 어려운 일 앞에 흥분하는 편”이라며 “송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흥분됐다. 그런 제안을 해준 감독님에게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촌의 나이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으나, 나는 65세 정도라고 이해했다. 약수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 열심히 하는 몸 좋은 할아버지를 연상했다”고 설명했다.

노인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내가 먼저 감독님에게 ‘일부러 노인처럼 연기하면 안 좋을 거 같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인위적인 목소리를 내면 다시 찍자고 했다”며 “디테일한 것들은 상의해가면서 했다”고 말했다.

이희준은 이를 위해 특수분장도 매번 두 시간씩 받았다. 이희준은 “내 얼굴 근육에 맞는 10가지 다른 피스를 붙였다. 정말 공들인 분장이었다”며 “특수분장을 두 시간씩 받고 지울 때는 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이희준은 ‘살인자ㅇ난감’에서  등장만으로도 위압감을 발산하는 것은 물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이처럼 그가 극중 인물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던 건, 과거부터 이어졌던 관찰 덕분이다. 이희준은 “원래 관찰을 좋아한다. 벌이가 넉넉하지 못한 시절에 지하철,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을 관찰하고 드로잉을 했다. 돈 안 드는 재미있는 취미를 자주 했었다”고 설명했다. 송춘 역시 그런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이희준은 비록 송춘이 과거 동료에게 배신당한 뒤 범죄의 길을 걷는 인물이지만 “빌런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만큼 믿었던 선배 형사의 배신, 어차피 자신을 살인자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충격이 컸을 것 같다. ‘나는 다르고 싶다’는 욕망이 크지 않았을까 싶다. 극단적인 생각에 비뚤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살인자ㅇ난감’ 이희준/사진=넷플릭스 제공

다양한 작품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다진 이희준은 ‘황야’에 이어 ‘살인자ㅇ난감’까지 연이어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했다. 현재도 넷플릭스 ‘악연’을 촬영 중이라 인터뷰 당일 새벽까지 촬영을 진행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희준이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은 건 아니다. 무명 시절도 겪었고,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할 정도의 공황장애를 앓았다. 공황장애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그렇게 힘들어하면서도 왜 연기를 계속하는지 묻자 이희준은 “극단 ‘간다’ 대표가 ‘왜 연기를 재미있어하냐’는 질문을 해 처음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며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재미있는 것 같다. 그런 심리를 이해하면 할수록 너무 재미있어서 거기에 가장 꽂혀 있게 된다. 그것보다 재미있는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연기를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창구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해주는데, 연기가 재미있어 찾지 못하고 있다”고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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