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트럼프 후보 되면 첫 일성은 '통합'…MAGA 인사 제외"

김형구 2024. 2.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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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폭스뉴스 타운홀 미팅에서 사회자인 로라 인그레이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 첫 메시지로 ‘Unity(통합)’를 내세울 것이라고 선거 캠프 선임고문 수지 와일스가 지난달 말 공화당 고액 기부자 모임에서 말했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 정가 소식통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0~31일 플로리다 팜비치 고급 호텔 포시즌스에서 열린 공화당 큰손들의 모임 ‘미국기회연대’(American Opportunity Alliance)’ 주최 행사에서 수지 와일스 고문은 비공개 프리젠테이션을 갖고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면 트럼프의 첫 일성은 통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기회연대는 미 투자사 엘리엇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억만장자 폴 싱어 등 친기업 성향의 거물급 공화당 기부자들이 10년 전 결성한 정치 후원 단체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선거 캠프 수지 와일스 선임고문과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측 선거 캠프 벳시 앤크니 선거사무장은 지난달 1월 31일 공화당 고액 기부자 모임 ‘미국기회연대’(American Opportunity Alliance)를 상대로 비공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사진은 당시 비공개 프리젠테이션이 열린 플로리다주 팜비치 포시즌스 리조트 내부 모습. 사진 포시즌스 리조트 팜비치 홈페이지 캡처.


수지 와일스 “트럼프 센 발언 무시하라”


행사 마지막날인 지난달 31일 비공개 프리젠테이션에서 와일스 고문은 각종 차트를 동원해 가며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와 11월 대선 필승 전략 등을 설명했다고 한다. 당시 프리젠테이션 참석자 등에 따르면, 와일스는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당의 대선 후보 지명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꺾을 공화당 최선의 카드”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의 편가르기식 레토릭은 무시하고 공격적인 발언도 무시하라”고도 했다. 트럼프 캠프의 ‘브레인’으로 꼽히는 수지 와일스는 트럼프 재집권 시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캠프 핵심 인사다.


확장 필요한 본선에선 포용 메시지 포석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모임이 있기 일주일 전인 지난달 24일 경선 경쟁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돕는 사람들을 겨냥해 “평생 마가(MAGA·Make American Great Again·트럼프 지지층) 캠프에서 추방될 것”이라고 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이민자들을 향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고 하는 등 노골적인 편가르기와 혐오 조장 발언을 해 왔다. 하지만 당 경선이 마무리되고 대선 본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외연 확장이 승부의 관건이 되는 만큼 중도·무당층을 겨냥한 포용적 메시지를 낼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와일스 고문은 특히 트럼프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와 관련해서도 “강성 MAGA 인사는 제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극우 성향의 J D 밴스 상원의원이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등은 부통령 후보 카드에서 빠질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이 2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열린 폭스뉴스 타운홀 미팅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팀 스콧 상원의원은 공화당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에서 열린 폭스뉴스 타운홀 행사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팀 스콧 등 6명이 부통령 후보군에 올라 있느냐”는 진행자 물음에 “맞다. 모두 훌륭하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언급한 6명은 공화당 내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 팀 스콧 외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크리스티 노엄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흑인 하원의원 바이런 도날드, 민주당에서 탈당한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 등이다. 원조 마가 진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사들이다.

와일스 고문은 헤일리 전 주지사를 향해서는 “헤일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없다. 헤일리 몸값을 높이는 데 들어가는 돈은 대선 본선 때 바이든을 이기는 데 써야 할 돈을 깎아먹을 뿐”이라고 했다.


헤일리 측 “트럼프 후보되면 공화당 패배”


지난달 31일 행사에는 헤일리 전 주지사 선거 캠프의 벳시 앤크니 선거사무장도 참석해 비공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앤크니 사무장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2017년 이후 치른 세 번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공화당이 사실상 패배(2018년 중간선거 하원 과반 상실, 2020년 대선 패배, 2022년 중간선거 상원 민주당 다수당 유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가 당 대선 후보가 되면 11월 대선은 물론 상·하 양원 선거에서도 연쇄적으로 패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공화당과 미국의 미래를 위한 싸움에서 최선의 후보는 헤일리”라고 주장했다.
니키 헤일리 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19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리어에서 벌인 유세 집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앤크니 사무장은 또 ‘언더독’인 헤일리 전 주지사가 트럼프를 상대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선 자금이 충분한 만큼 헤일리는 경선 레이스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달 19일 끝장” vs “끝까지 간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주지사는 오는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재격돌한다. 1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이은 세 번째 맞대결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각종 여론조사 46개를 종합한 평균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2일 기준 63.8%로 헤일리 전 주지사(33.1%)를 배 가까이 앞서고 있는 만큼 이번 경선에서도 압승이 예상된다.
오는 24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다시 맞붙는 니키 헤일리(왼쪽)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그럼에도 헤일리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경선 레이스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헤일리 선거 캠프는 내달 5일 16개 주에서 한꺼번에 경선을 치르는 ‘수퍼 화요일’에서 11개 주가 무(無)당적 유권자도 참여하는 프라이머리 방식인 만큼 중도 확장성이 큰 헤일리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보고 선거운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반면 트럼프 선거 캠프는 내달 19일까지는 후보 지명에 필요한 공화당 대의원 수를 확보하고 경선 승부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워싱턴=김형구ㆍ김필규ㆍ강태화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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