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이 더 중요한 초유의 美대선"…트럼프는 3가지 봤다

강태화 2024. 2. 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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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보다 부통령이 더 중요한 초유의 대선이 될 수 있다.” "
미국 정치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이 21일(현지시간) 중앙일보에 건넨 말이다. 이미 최고령 현직인 81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무려 91개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유고(有故)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흑인 역사의 달 리셉션에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과 손을 맞잡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수정헌법 25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공석 사태가 발생하면 부통령이 일시적으로 권한을 대행한다. 사망이나 하야, 탄핵 등으로 복귀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부통령은 정식 대통령으로 ‘승진’돼 잔여 임기를 수행한다. 이런 사례는 실제 9차례 있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임으로 대통령이 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임기 83일만에 뇌출혈로 사망하면서 대통령이 된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의 사례도 있다.

만약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민주당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사람은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다. 해리스는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으로 지난 대선 때 여성과 흑인 표심을 모으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현재 그는 지지율 열세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보다도 오히려 지지율이 더 낮다. ‘30년래 가장 인기 없는 부통령’으로 평가받으며 ‘부통령 교체론’까지 일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압도적인 지지율로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승리했지만, 3%대의 낮은 투표율을 보이며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FP=연합뉴스

현지 소식통은 “지난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는 해리스의 능력을 평가받을 기회였다”며 “그러나 현지에 20일 넘게 머무는 등 올인하고도 투표율이 3.9%에 그치면서 오히려 그의 한계가 확인돼 버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은 흑인의 지지가 필요하고, 특히 낙태권 등으로 여성이 중요해지면서 여성과 흑인에 대한 상징성이 있는 해리스의 교체는 이미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해리스는 “고령인 바이든에 대한 우려를 감안하면 부통령으로서 준비 돼 있다는 믿음을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사실상 대통령 유고 상황을 전제한 질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준비가 돼 있고,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의미심장한 답변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들의 충성심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후보군의 실명을 거론하면서도 특정인에게 무게를 싣지 않는다. 하마평에 오른 사람들 스스로 ‘낙점’을 받기 위한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월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예비선거 전야 파티에서 경선을 포기한 뒤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비벡 라마스와미와 팀 스콧 상원의원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트럼프는 타운홀 미팅에서 6명의 실명과 함께 ‘이들이 후보자 명단에 포함됐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거명된 사람엔 경선 주자였던 팀 스콧 상원의원,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포함해 바이런 도널즈 하원의원, 크리스티 노엠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털시 개버드 전 하와이 하원의원이 포함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이 후보군에 있다. 모두 훌륭하고 견고한 분들”이라고만 답했다. 언제 부통령을 확정할지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타운홀 미팅에 따라나선 스콧 의원을 가리키며 “많은 사람들이 저기 있는 신사에 대해 얘기한다”며 재차 충성심 경쟁을 요구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충성심, 확장력을 부통령 지명의 원칙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유색인종과 여성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인사가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실제 이날 언급된 6명 중에도 여성이 2명 포함됐고, 인종별로는 2명의 흑인, 사모아계, 인도계 등이 포진했다.

20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팀 스콧 미국 상원의원이 폭스뉴스가 진행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공화당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한 가지 조건을 더 든다. 현지 소식통들은 “트럼프는 당선되더라도 연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선 직후 자신의 레임덕을 앞당길 ‘실력자’를 철저하게 배제할 것”이라며 “거론되는 후보자들의 공통점이 상대적으로 당장 대선에 나서기에는 젊거나 정치적 기반이나 인지도가 낮다는 점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한때 일각에서 중도층 확장과 당내 통합을 위해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발탁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트럼프는 이미 ‘몸집’을 키운 헤일리에 대해선 여러 차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2018년 9월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와 함께 연단에 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크리스티 놈은 부통령 후보군으로 거명되는 사람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트럼프의 측근 그룹으로 분류된다. AP=연합뉴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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