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돼봤자 '솜씻너' 된다"…의대 반수 열풍에 썰렁한 대학가
올해 성균관대 공대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A씨는 학교가 아닌 재수학원의 연간 일정을 알아보고 있다. 대학에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로 의대 입시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A씨는 “학교생활에 전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 친구를 못 사귀거나 1년 뒤처질 위험 부담보다 의대 합격의 이점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에도 동시 합격했지만, ‘어차피 목표는 의대’라는 생각에 등록금 부담이 없는 성대를 택했다고 했다.

새내기 신입생 맞이에 한창인 대학가가 의대 증원에 따른 ‘반수 열풍’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코로나19 여파와 취업난 등으로 학생 활동이 위축되는 추세인데, 반수생 이탈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친해졌는데 떠나면”…‘눈치 게임’ 된 학생활동
대학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교에 마음을 못 붙이는 새내기의 고민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서울 한 상위권 대학 신입생은 “반수할 건데 새환회(새내기 환영회)에 가도 괜찮냐”라고 물었다. 댓글에는 “마음 흔들릴 것 같은데 굳이”, “제대로 반수할 거면 지금부터 (공부) 달려라”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일부 재학생은 “반수 실패하면 돌아올 수도 있으니 행사에는 가보라”고 조언했다.

대학 캠퍼스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생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주요 10개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 신입생 중 자퇴·미등록 등으로 중도탈락한 신입생은 2022년 기준 3537명이다. 전체 신입생 10명 중 1명 꼴(9.5%)은 1학년도 마치지 않고 학교를 떠난 셈이다.
올해는 여기에 의대 증원 계획이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한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는 “지금도 1~2학년 학생들이 휴학이나 자퇴를 하고 의대에 많이 간다. 앞으로 몇 년간 있을 ‘의대 쏠림’ 현상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수생이 워낙 많다 보니 학교에 적응하려는 신입생들의 불만도 생겼다. 반수생을 이른바 ‘솜씻너’ 친구로 부르는 것이 한 사례다. 솜씻너는 ‘솜사탕을 씻어 먹는 너구리’를 줄인 말이다. 친구로 둬봤자 물에 씻긴 솜사탕처럼 사라지는 허탈한 상황을 비유할 때 쓴다. 한 대학 새내기가 커뮤니티에 “반수할 건데 새환회에서 친구 만들면 실례냐”고 쓴 글에서 “솜씻너 될 것 같다”, “반수할 사람이랑은 솜씻너 될까 봐 안 친해지고 싶다”는 댓글이 달렸다.

새내기 맞이 행사를 주관하는 학생회도 난감한 상황이다. 서울 한 상위권 대학의 학생회 관계자(18학번)는 “새터(새내기 배움터)나 MT 같은 행사는 예상 인원에 맞춰 숙소 등을 준비하는데, 저조한 참여율이나 반수 이탈 때문에 비용을 낭비하게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서울 다른 대학의 한 과대표(22학번)는 “신입생이 약 80명인데 새터 신청이 절반에도 못 미쳐서 놀랐다”며 “반수 분위기에 학생 자치 참여율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의대 증원에…“3월부터 ‘반수반’ 다닌다”

의대 진입을 위한 반수는 특히 상위권 대학에서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대와 입학 성적이 비슷한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등에서도 이탈이 예상된다. 이미 올해 정시 모집에서 서울대 자연계열 합격자 769명 중 164명(21.3%)이 등록을 포기했다. 1년 전(88명)보다 2배 많은 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를 목표로 한 이탈은 ‘인(in) 서울’ 대학 이공계에서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인문대생도 상담을 받으러 온다”며 “3월부터 학원에 나오겠다는 등 반수에 돌입하는 시기도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지원·이가람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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