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완의 시선] ‘홍보의 신’이 말하는 성공 비결
유튜브 구독자 수는 62만 명을 넘었지만 관련 수익은 한 푼도 없다.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한 지 7년여 만에 6급으로 고속 승진했다. 공무원 연봉의 두 배를 조건으로 이직 제안을 받았지만 전권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충북 충주시청에서 유튜브 채널 충TV를 운영하는 김선태 주무관의 사연이다.
현재 유튜브 세계에서 김 주무관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스타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유튜브 채널 중에선 동북아시아 1위를 자처한다. 일본 1위는 오사카인데, 충주의 구독자 수가 오사카보다 많다고 한다. 어차피 중국은 강력한 규제로 유튜브를 못하게 막았으니 일본만 이기면 된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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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저예산 ‘B급 정서’ 공공 유튜브
창의적 발상과 즐거움으로 승부
지역 브랜딩 효과에 학계도 주목
」
더욱 놀라운 건 극강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다. 충TV의 운영 예산은 연간 61만원이다. 영상 편집을 위한 소프트웨어 사용료가 전부라고 한다. 다른 예산은 한 푼도 쓰지 않는다. 아이디어 기획부터 촬영·출연·편집까지 혼자 도맡아 하는 덕분이다.
사실 김 주무관이 마음만 먹으면 3억~4억원의 예산 확보는 어렵지 않았다고 한다. 충주시장이나 시의회가 예산 배정에 인색하게 굴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초저예산 B급 정서라는 채널의 콘셉트를 유지하는 데 예산 증액은 오히려 방해된다는 판단이 있었다.
국내 공공 유튜브 채널 운영에 충TV가 안겨준 충격은 작지 않다. 그전에도 수많은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공공기관이 유튜브에 도전장을 냈지만 대부분 실패를 면치 못했다. 이유는 뻔했다. 시청자가 보고 싶어 할 만한 영상을 올린 게 아니라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영상을 올렸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특유의 경직된 공급자 마인드가 발목을 잡았다.
충TV의 성공 비결은 철저히 소비자 마인드를 수용한 데 있다. 예컨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생활 속 거리두기를 홍보하던 영상이 있었다. 기존에 공공기관이 하던 방식대로 이래라저래라 하며 시청자를 가르치려고 들지 않았다. 대신 아프리카 가나의 장례식에서 관을 든 상여꾼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유쾌하게 패러디했다. 재미있는 정보 전달과 함께 입소문 마케팅을 노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1분 15초짜리 이 영상은 960만 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지금도 꾸준히 조회 수가 올라가고 있다.
단순히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만이 충TV의 목표는 아니다. 김 주무관은 최근 발간한 책(『홍보의 신』)에서 “평범한 공무원이었던 내가 이 세계에서는 ‘셀럽’이 됐다. 무엇보다 본래 충주시 유튜브의 목표였던 충주시를 알리는 데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적었다. 인구 20만 명의 중소도시인 충주를 널리 알린 게 가장 중요한 성과라는 얘기다.
충주가 고향인 김 주무관에게 충주와 청주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건 속상하지만 부정할 수도 없는 현실이었다. 충TV를 즐겨본 시청자들은 이제 적어도 충주와 청주를 헷갈리진 않을 것이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한국지리 과목에선 충주를 묻는 문제가 나와 화제가 됐다. 일부 수험생은 충TV 덕분에 답을 맞혔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유튜브를 활용한 충주의 브랜딩 효과는 학계에서도 관심을 갖는 사안이다. 이미 학술 논문도 여러 편이 나왔다. 신성일 경남대 겸임교수(미디어영상학과)와 이은순 동아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가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에 발표한 논문도 있다. 두 사람은 논문에서 “이용자들은 공급 주체인 김선태에게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충주시 유튜브 채널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락성과 친밀성의 특성은 채널에 대한 만족도뿐만 아니라 충주시에 대한 지역 이미지와 방문 의도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밀감을 주는 출연자가 등장해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게 지역 이미지를 좋게 할 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한번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마저 들게 한다는 얘기다.
모든 공공기관 유튜브가 충TV를 따라 할 수도 없고 그게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꼭 배워가면 좋을 것이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 발상이다. 김 주무관은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그 어떤 것보다도 유튜브는 즐거워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와 즐거움은 충TV 같은 1인 미디어가 시청자와 소통하는 데 핵심 요소다.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내용보다도 형식과 절차를 중요시하는 공무원 조직에선 더욱 그렇다. 충TV가 불러온 바람이 널리 퍼져 나가 공직 사회의 경직된 문화를 바꾸는 데 신선한 자극이 되길 바란다.
주정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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