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외로움이란 유행병
예술을 사랑한 시인 라이나 마리아 릴케는 고독은 위대한 선물이라 했다. 외로움이 내면세계를 확장시키기에 고독을 사랑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가수 이효리씨가 국민대 졸업식에서 “인생은 독고다이(혼자서 결정하고 실행하는 사람)”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니콜라 테슬라나 스티브 잡스 같은 혁신가는 ‘참 나’와 마주하는 고독이 발명과 성장의 동인이라 했다.
우리가 관계에 초점 맞출 때 이들의 말은 좀 멀어져 보인다. 지난해 1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고독사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를 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여기는 고독사 가능성은 평균 32.3%이다. ‘나 홀로 산다’는 1인 가구가 ‘나 홀로 간다’고 할 슬픈 운명은 45.05%였다.
외로움은 미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연방 의무총감은 2003~2020년 17년간 미국인들이 혼자 지내는 시간이 한 달에 24시간 늘었다 했다. 코로나19 이후 ‘외로움 유행병(loneliness epidemic)’은 더 심각해졌다. 온라인에 의존하며 타인과 대면하는 일이 확연히 줄었다.
만혼과 비혼이 느는 게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인도 일본인도 20대가 성관계에 부여하는 가치가 과거보다 낮아지는 걸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우려한다. 사회적 연결감 부족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의료비용 급증의 원인이 된다. 고독이 사무칠 때 직장인은 잦은 결근과 생산성 저하를 일으켜 기업 비용의 증가를 가속화한다.
릴케의 말은 철학자로서 맞다. 시장기 같은 외로움을 느껴야 자기 정화를 할 수 있다. 2018년 영국이 고독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임명했다. 이후 ‘함께 외로움에서 탈출’할 것을 제안하는 각국의 정책이 쏟아졌다. 이 상황에서 릴케의 말은 이렇게 수정돼야 한다. ‘고독은 진정한 자아와 연결되지만 심한 전염병으로 이어질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이다.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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