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배 15연승…신진서, 신화 쓰다

손민호 2024. 2. 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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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5회 농심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대국 중인 신진서 9단(오른쪽)과 중국 딩하오 9단. 신 9단이 불계승으로 벼랑 끝 위기의 한국 바둑을 구했다. [사진 한국기원]

드디어 끝까지 왔다. 신진서가 또 이겼다. 한 번만 더 이기면, 세계 바둑 역사에 길이 남을 대역전 드라마가 완성된다.

신진서 9단이 2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13국에서 중국 딩하오 9단을 상대로 189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이로써 제25회 농심배의 주인은 23일 열리는 신진서 9단 대 중국 구쯔하오 9단과의 단판 승부로 가려지게 됐다.

농심배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떠오른 신진서가 위기에 빠진 한국 바둑을 다시 구해냈다. 농심배는 한·중·일 3개국에서 5명씩 출전해 최종 승자가 남을 때까지 연승 방식으로 승부를 내는 국가 대항전이다. 19일 상하이 최종 라운드가 열리기 전, 한국은 궁지에 몰려 있었다. 한국은 신진서 1명만 살아남았고, 일본도 1명, 중국은 4명이나 남아 있었다. 한국이 우승하려면 신진서가 중국과 일본의 강자 5명을 모두 쓰러뜨려야 했는데, 그 기적 같은 드라마가 마침표만 남았다. 신진서는 19일부터 22일까지 파죽의 4연승을 거두며 기어이 승부를 단판으로 몰고 갔다.

신진서는 도저히 깨기 힘들 것으로 보였던 대기록도 갈아치웠다. 신진서는 이번 대회에서 5연승(2라운드·최종라운드)을 포함해 농심배 통산 15연승(22회~25회)을 기록해 이창호 9단이 갖고 있던 농심배 14연승 기록을 넘어섰다. 신진서가 23일 최종국마저 승리해 한국에 농심배를 가져오면 2005년 이창호가 상하이에서 이뤄냈던 끝내기 5연승을 넘어선 끝내기 6연승의 새 신화도 동시에 쓰게 된다.

지난해 삼성화재배 우승자인 중국 3위 딩하오도 신진서의 파죽지세는 막지 못했다. 22일 열린 13국에서 신진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우세를 내주지 않았다. 하수 다루듯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딩하오만 무참하게 깨진 게 아니다. 19일 이야마 유타 9단도, 20일 자오천위 9단도, 21일 커제 9단도 힘 한 번 못 쓰고 나가떨어졌다. 특히 21일 커제를 상대로 거둔 승리는 각별했다. 이날 승리로 신진서는 커제와의 상대전적도 12승11패로 앞서게 됐다.

신진서는 대국 후 인터뷰에서 “제일 열심히 준비한 포석이 나와 기분 좋게 출발했다. 전투가 어려웠고 끝까지 방심할 수 없는 형세였지만 그래도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라 컨디션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구쯔하오와 멋진 승부를 펼쳐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창호의 상하이 대첩을 뛰어넘는 신진서의 신(新)상하이 대첩에 한국이 열광하고 있다면, 중국은 차라리 공포에 떠는 듯한 모습이다. 최종전에서 구쯔하오마저 무너지면 신진서 한 명에게 중국 선수 5명 전원이 모두 무릎을 꿇는 꼴이어서다. 한 팀 선수 전원이 한 선수에게 탈락당하는 것도 농심배 최초의 기록이다. 중국 바둑은 씻기 힘든 치욕의 순간을 목전에 두고 있다.

23일 신진서를 상대할 중국팀의 최종 주자 구쯔하오는 현재 중국 랭킹 1위다. 지난해 란커배 결승에서 신진서를 꺾으며 우승컵을 가져갔지만, 상대전적은 6승3패로 신진서가 앞서 있다.

역대 농심배에서 한국은 15회, 중국은 8회, 일본은 1회 우승했다. 농심배 우승상금은 5억원. 우승국이 상금을 독점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 1분 초읽기가 1회씩 주어진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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