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백현동 판결 보니 이재명 거짓말”
더불어민주당이 불공정 경선 논란에도 친명 공천과 현역 탈락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반발해 탈당 선언과 무기한 단식 농성이 잇따르는 등 파열음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2일 ▶서울 마포갑 ▶서울 동작을 ▶경기 의정부을 ▶경기 광명을 ▶충남 홍성-예산을 ‘전략 지역구’로 지정했다. 해당 지역 현역인 노웅래(서울 마포갑)·이수진(서울 동작을)·김민철(경기 의정부을) 의원을 컷오프한 것이다. 다만 광명을의 양기대 의원은 경선 가능성이 있다.
이수진 의원은 곧바로 “저를 모함해 버리고자 하는 지도부와 더는 같이할 수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 지지를) 지금 후회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리더십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당 원로 “공천이 사적 수단 변질”…탈락한 노웅래 단식 돌입
이수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백현동 의혹’을 언급한 데 대해 “저도 백현동 사건은 제일 (유죄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판결문을 보고 절망했다”며 “(판결문대로라면) 이 대표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해도 법적으로는 빠져나갈 수 없어 업무상 배임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도 “금품 관련 재판을 받는 게 저 혼자가 아니다”며 “명백히 고무줄 잣대”라고 반발했다. 이어 “공천 전횡이고 독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관위원장 사퇴를 요구한다”며 당 대표 회의실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현역 의원 평가를 둘러싼 내홍도 심화하고 있다. 하위 10% 포함을 통보받았던 박용진(서울 강북을)·김한정(경기 남양주을) 의원은 이날 당이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히고 “공관위 회의가 있기도 전에 문자를 하나 보내서 기각이라고 하면 어떻게 수용할 수 있나”(박용진), “평가 결과를 일절 알려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명백한 하자가 없다는 주장을 납득할 수 있겠나”(김한정)며 반발을 이어갔다.
민주당 원로인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이강철 노무현 정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강창일 전 주일대사 등 4명은 입장문을 내고 “공천 행태가 당 대표의 사적 목적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가 일련의 사태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라디오 방송에서 이강인 선수가 손흥민 선수를 찾아가 사과한 것을 거론하며 “이 대표가 빨리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나 친명계 인사는 공천이 잇따라 확정됐다. 박찬대(인천 연수갑)·장경태(서울 동대문을) 최고위원을 비롯해 안규백(서울 동대문갑) 전략공천관리위원장과 박범계(대전 서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장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또 이 대표의 최측근인 문진석(충남 천안갑) 의원과 대표적 친명 원외 인사인 남영희(인천 동-미추홀을)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황명선(충남 논산-계룡-금산) 전 논산시장도 공천이 확정됐다.
공관위는 또 강준현(세종을)·송옥주(경기 화성갑)·허영(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임호선(충북 증평-진천-음성)·강훈식(충남 아산을) 의원도 단수공천했다. 공관위는 또 ▶서울 도봉을 ▶인천 동-미추홀갑 ▶인천 중-강화-옹진 ▶충북 충주 등 4곳을 경선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날 민주당 단수공천 지역이 12곳 추가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여야 본선 대진표가 완성됐다. 인천 동-미추홀을에선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 남영희 전 부위원장의 ‘리턴 매치’가 성사됐다. 4년 전 무소속으로 출마한 윤 의원이 남 전 부위원장을 단 171표 차로 꺾은 곳이다. 서울 동대문을에선 국민의힘 김경진 전 의원과 민주당 장경태 의원, 인천 연수갑에선 국민의힘 정승연 전 당협위원장과 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맞대결한다. 충남 천안갑은 국민의힘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민주당 문진석 의원, 경기 화성갑에선 국민의힘 홍형선 전 국회사무처 사무차장과 민주당 송옥주 의원이 격돌한다.
당내 공천 갈등과 관련해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시스템에 따라 합리적 기준으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골라내는 중”이라며 “(당내 반발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긴 약간의 진통”이라고 말했다. 정체불명의 여론조사에 대해선 “일상적으로 해오던 정당 내 조사 업무인데 과도하게 예민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현재 진행되는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고 전날 지적한 데 대해선 “언제나 완벽하게 일 처리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대표직 사퇴’ 요구에 대해선 “툭하면 사퇴하라는 소리를 하는 분들이 계신 모양인데, 그런 식이면 1년 내내 365일 대표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고 맞받았다. 이 대표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친명-비명계 갈등의 뇌관으로 꼽히는 서울 중-성동갑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컷오프 여부도 결정이 임박했다. 당 관계자는 “이르면 23일 전략공천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리는 인재 영입식에선 이성윤(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선 영입 인재로 소개될 예정이다.
◆홍익표 “29일 쌍특검법 재표결”=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을 재표결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총선 이후 재표결을 고려하던 민주당이 시점을 앞당긴 건 분열 양상을 보이는 공천을 고려한 판단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총선 후 민주당 의석수(163석)가 유지될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냐”며 “그렇다면 당장 재표결해 부결되더라도 ‘정권 심판론’를 띄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오현석·정용환·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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