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남자들 ‘목’ 노린다…에디슨도 놀라게 한 日발명품

이영희 2024. 2. 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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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역사…일본 ‘미키모토’

■ 브랜드로 본 세계

「 글로벌 브랜드의 현황·철학, 최근의 투자 방향과 생존 전략을 전합니다. 우리의 매일매일을 감싸고 있는 것은 ‘브랜드’입니다. 돈만 주면 사는 하나의 상품, 나를 돋보이게 하는 약간의 플렉스라고만 하기엔 그 ‘브랜드’에 담긴 이야기들이 아깝습니다. 내 곁에 있는 세계와 마주하시죠. 국제부 기자들이 한땀한땀 정성껏 씁니다.

미키모토는 유럽 보석의 우아함에 일본의 세공 기술을 결합했다. 사진은 미키모토 브로치. [사진 미키모토]

2022년 9월 열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선 손자며느리인 케이트 미들턴의 우아한 복장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베일 달린 모자에 검은 정장으로 ‘애도 패션의 정석’을 보여준 그의 목에는 네 줄의 빛나는 진주 초커(목에 딱 맞게 감기는 목걸이)가 걸려 있었죠.

이 초커는 여왕이 1975년 일본 방문 때 받은 선물에서 비롯됐습니다. 생전에 여왕이 즐겨 했고 고(故) 다이애나비를 거쳐 미들턴에게 전해졌는데, ‘재패니스 펄(Pearl) 초커’라고 불려요. 목걸이의 진주가 일본을 대표하는 주얼리 브랜드 ‘미키모토’이기 때문이죠. 방일 당시 ‘미키모토진주섬’을 방문한 여왕이 알 진주를 선물받았고, 이를 왕실 보석상에게 의뢰해 목걸이를 만들었답니다. 한국엔 덜 알려졌지만, 유럽에선 ‘진주=미키모토’라고 생각할 정도로 존재감 강한 브랜드죠.

미키모토는 유럽 보석의 우아함에 일본의 세공 기술을 결합했다. 사진은 미키모토 브로치. [사진 미키모토]

미키모토의 역사는 일본 에도(江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858년 오사카(大阪) 인근 미에현의 한 우동집에서 훗날 ‘진주왕’이란 호칭으로 불리게 되는 미키모토 고키치(御木本幸吉·사진)가 태어납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 가게 일을 도우며 해산물 행상을 했던 미키모토는 천연 진주가 고가에 거래되는 것을 보며 생각합니다. 저 비싼 진주를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어떨까.

진주는 ‘조개의 눈물’로 불립니다. 몸속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깜짝 놀란 조개가 이물질을 탄산칼슘으로 계속 덮어 덩어리를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진주죠. 미키모토는 이 원리를 이용해 조개 체내에서 뽑아낸 물질을 진주조개의 몸에 집어넣어 인공적으로 진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그는 도쿄대 연구자들의 도움을 얻어 지금의 ‘미키모토진주섬’인 미에현 오지마(相島)에서 4년간 연구에 매진합니다. 행상으로 번 전 재산을 쏟아부은 도전이었죠. 그 결과 1893년 양식 진주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무된 미키모토는 1899년 도쿄 긴자(銀座)에 보석가게 ‘미키모토 진주점’을 오픈합니다. ‘진주왕 전설’의 시작이었죠.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며느리 다이애나비, 손자며느리 케이트 미들턴이 대물림한 미키모토 목걸이. [사진 X]

양식 진주가 성공했다는 소식은 유럽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놓았습니다. 그동안 왕족이나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진주를 대중도 소비할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니까요. 미키모토가 1913년 영국 런던에 첫 해외 지점을 오픈했을 때, 파리와 런던의 보석상들은 신문에 “미키모토의 진주는 모조품”이라는 광고를 실으며 대대적인 공격을 합니다. 분노한 미키모토는 소송을 제기해 1924년 ‘파리 진주재판’에서 3년 만에 승리를 거둡니다. 당시 법원은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천연 진주와 양식 진주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미키모토 고키치

소송 승리는 미키모토의 명성에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미키모토는 이후 당시 유럽에서 유행하던 예술 사조인 아르누보, 아르데코 스타일 등을 배우기 위해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배워온 유럽 보석의 우아함에 일본 특유의 세공 기술을 결합해 ‘미키모토 스타일’이 탄생했습니다.

신재민 기자

일본을 대표하는 귀금속 브랜드 미키모토는 일본 정부가 주최하는 각종 국제행사에 동원됩니다. 특히 영부인들에게 주는 선물로 주목을 받았죠.

김영옥 기자

하지만 과한 의욕이 빚은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2017년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당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치는 동안 부인 아키에, 멜라니아 여사는 긴자의 미키모토 본점을 찾았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오기 하루 전 하와이의 미군 시설에 들렀던 것이죠. 미국인들에게 하와이는 일본의 진주만 침공을 떠올리게 합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하와이 방문 후 트위터에 “Remember #PearlHarbor”(진주만을 기억하라)라는 포스팅을 올리고 일본으로 왔죠. 이 사실을 알게 된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은 당황했지만 경호 준비상 영부인의 동선을 하루 만에 변경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멜라니아는 미키모토 매장에 들러 한 시간가량 머물렀지만, 진주를 한 점도 구매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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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로 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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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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