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큰 차이 느꼈다" 높은 벽 실감한 여자탁구, 이제 시선은 파리올림픽으로

조은혜 기자 2024. 2. 2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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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부산, 조은혜 기자)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이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8강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만나 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높은 벽을 절감한 경기, 대표팀의 시선은 다음으로 향한다.

신유빈(20・8위・대한항공), 전지희(32・21위・미래에셋증권), 이시온(28・44위・삼성생명), 이은혜(29・66위・대한항공), 윤효빈(26・159위・미래에셋증권)으로 꾸려진 세계랭킹 5위의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은 2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중국을 만나 매치스코어 0-3(0-3, 0-3, 0-3)으로 패했다. 

16강전에서는 세계랭킹 14위의 브라질을 상대로 매치스코어 3-1 승리를 거둔 한국 여자탁구는 이번 대회 8강 진출팀에게 주어지는 2026 파리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8강에서 난적을 만나면서 아쉽게 여정을 마감하게 된 한국은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얻은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이날은 보통 3매치에 나섰던 이시온이 1매치를 맡았는데, 이시온은 세계랭킹 1위인 쑨잉사와 맞대결을 펼쳐야 했다. 중국 대표팀 에이스 쑨잉사는 이미 자국에서 개최된 2022년 청두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 개인전 여자 단식 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시온은 중요했던 경기의 첫 주자를 맡은데다 강적을 만난 탓에 긴장을 했는지, 제대로 된 공격도 해보지 못하고 경기를 쑨잉사에게 내줘야 했다.  1게임부터 노련한 쑨잉사는 이시온의 범실을 유도하며 이시온을 무득점으로 묶고 8점을 앞섰고, 이시온은 쑨잉의 범실을 틈타 첫 득점을 올렸으나 쑨잉사가 손쉽게 1게임을 그대로 가져갔다.

2게임에서도 쑨잉사가 5점을 먼저 앞섰으나, 이시온은 포핸드 공격으로 2게임 첫 득점을 따냈다. 이어 첫 연속 득점까지 성공, 또 한 번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쑨잉사는 다시 10-3까지 달아난 뒤, 이시온은 다시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따라붙었다. 하지만 쑨잉사는 더 이상의 흐름을 허용하지 않고 그대로 게임을 끝냈다.

3게임에는 이시온이 엣지로 첫 득점을 가져가며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쑨잉사가 동점을 만든 뒤 점수를 뒤집었고, 그대로 이시온을 묶고 내리 10점을 뽑아내며 이시온을 따돌려 쑨잉사가 게임스코어 3-0(11-1, 11-5, 11-1) 완승를 거두며 경기를 그대로 매조졌다.


경기 후 만난 오광헌 감독은 1매치에 이시온을 먼저 투입한 이유에 대해 "이시온 선수가 백핸드가 좋다. 쑨잉사 선수가 백 쪽으로 몰다 보면 자꾸 돌아서려고 하고, 백핸드가 약하기 때문에 승부를 해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다"고 얘기했다.

오 감독은 "(이시온이) 부담을 많이 느낀 것 같다"면서도 "축구의 히딩크 감독을 좋아하는데, 히딩크 감독이 항상 하시는 얘기가 강한 사람에게 져 봐야지 그 사람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나도 그런 마인드를 갖고 있다. 올림픽 전에 이렇게 강한 선수를 만나봐서 또 파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돌아봤다.

이시온은 "세계랭킹 1위 선수와 시합을 하게 돼서 영광이었다. 왜 세계랭킹 1위인지 알았던 경기인 것 같다. 더 부족한 부분을 계속 보완해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접전을 펼친 3게임이 아쉬웠다.  왕이디에게 리드를 내주며 시작했지만, 침착하게 추격해 왕이디가 일방적으로 앞서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와이디의 실수를 유발하면서 점수는 6-7. 이어 7-7 균형을 맞췄고, 8-8 동점에서 9-8 역전까지 성공했다. 

이후 9-9에서 점수를 가져오며 이날 한국의 첫 게임포인트. 하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왕이디는 10-10 듀스를 만들었고, 리드를 가져온 뒤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신유빈은 "결과를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과정에 집중했고 다른 건 없었다. 왕이디 선수와 했던 마지막 경기를 배경으로 처음부터 작전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그게 약간 오류가 난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좀 아쉽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래도 그는 "많은 분들 앞에서 경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 응원도 많이 해주셔서 정말 탁구선수 할 때의 행복함을 다시 느낀 것 같다. 대한민국 대표로 뛸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기쁜 마음을 전했다.


전지희는 랭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지희는 "8강까지는 잘해왔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중국과 붙으면서 큰 차이를 많이 느꼈다. 올림픽을 출전하든 안 하든, 올림픽을 가는 과정에서 팀 랭킹을 올리는 게 첫 번째 목표다. 4강에 들어가야 감독님한테 스트레스를 안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일 열린 토너먼트 대진 추첨에 참석했던 오광헌 감독은 자신의 선택이 중국과 일찍 맞붙게 되는 운명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미안해서 잠을 못 잤다. 이때까지 잘 뽑았다가 부산대 한 방에 그냥 끝났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런 오 감독을 달랬던 게 전지희였다. 오 감독은 "준비를 하면서 선수들한테 '내 손목이 별로 안 좋은 것 같다' 이렇게 얘기했더니, 전지희 선수가 '아닙니다. 저희가 랭킹이 낮아서 이렇게 된 건데, 감독님 픽이 나쁜 거 아닙니다. 저희가 앞으로 잘해야죠' 하더라. 그 말에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지희는 "솔직히 지금 중국 누구와 만나도 한 게임 이기기도, 한 점 따기도 어렵지 않나. 세계선수권을 통해 느낀 마음 아픈 부분이다. 목표를 일단 이루지 못했고, 메달을 못 땄기 때문에 아쉽다. 올림픽까지는 최대한 팀 랭킹을 올려서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오광헌 감독은 "이 상태로 가면는 우리는 항상 8강, 4강이다. 중국을 한번 이겨 보려면, 역시 예전 유승민 대한탁구회장님이 금메달 땄듯이, 풋워크, 움직임, 강한 파워, 공격적인 탁구가 아니면 중국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회장은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바 있다. 오 감독은 "그걸 보강해야 하고,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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