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도체, ‘온디바이스 AI’ 타고 훨훨…시총 1조 ‘훌쩍’ [영업이익 강소기업]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입력 2024. 2.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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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제주반도체
삼성전자 출신 박성식 제주반도체 대표는 2000년 창업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가 주목하지 않은 저사양 반도체에 집중했다. 최근 온디바이스 AI 시대가 도래하며 증권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주반도체 제공)
제주의 최대 수출 상품이 뭘까. 감귤? 전복? 옥돔? 틀렸다. 반도체다.

지난해 제주 반도체 수출액은 9961만달러(약 1320억원)다. 전체 수출액의 절반이 넘는다. 어류(2796만달러)나 과실류(586만달러)를 압도한다(한국무역협회 제주지부). 최근 3년간 반도체가 제주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60%에 달한다.

이유가 있다. 제주에 자리 잡은 ‘제주반도체’가 수출 주역이다. 제주반도체 지난해 예상 매출은 1700억원대다. 제주반도체 매출이 곧 반도체 수출액이나 다름없다. 제주반도체는 2021년(1933억원)과 2022년(1750억원)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냈다.

영업이익도 탄탄하다. 2020년 66억원, 2021년 201억원, 2022년 28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적자를 낸 것과는 ‘딴 세상’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B2B 기업 제주반도체가 먼저 언급된 곳은 증권 시장에서다. 지난 2월 14일 제주반도체 주가는 3만2300원. 지난해 11월 중순 4000원대에서 8배 넘게 뛰었다. ‘텐베거(주식 투자로 10배 수익을 올리는 종목)가 멀지 않았다’는 이른 분석마저 나온다. 갑작스러운 급등세에 투자 경고 종목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주요 반도체 적자에도

4년 연속 흑자 내며 승승장구

제주반도체가 어떤 경쟁력을 갖췄기에 주가가 급등한 걸까.

제주도를 가본 사람은 “제주도에 반도체 공장이 있었나”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제주에는 반도체 공장이 없다. 제주반도체는 생산시설 없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미국에서 주가가 폭등하는 엔비디아나 퀄컴이 대표적인 팹리스 업체다.

팹리스 기업은 주방이나 부엌이 없는 요리사로 비유할 수 있다. 요리사가 책상에 앉아 손으로 그려가며 고급 요리 비법을 개발해 전수하는 식이다.

2000년 삼성전자 출신 박성식 대표가 설립할 당시 이름은 제주반도체가 아니었다. 첫 사명은 아펨스테크놀로지였고, 회사도 경기도 성남에 자리 잡았다. 제주로 옮겨온 건 2005년이다. 코스닥 상장 이후 본사를 제주시 연동으로 옮겼다. 수도권 소재 기업이 충남 천안 이남으로 이전하면 일정 기간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조세제한특례법이 시행돼서다. 제주반도체로 사명을 변경한 것은 2013년 3월이다.

제주반도체는 전형적으로 ‘니치(틈새)’를 노린 기업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주목하지 않은 저사양 반도체에 집중했다. 저사양 반도체 시장 규모는 연간 10조원대다. 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200조원)의 5%에 불과하다. 그러나 작은 시장이라고 얕보기도 어려운 규모다. 제주반도체는 저사양 반도체 시장의 주도 기업으로 부상했다.

제주반도체의 초기 주력 제품은 모바일 기기용 저전력 SRAM이었다. SRAM은 ‘정적 램(Static RAM)’을 의미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DRAM(동적 RAM·Dynamic RAM) 대비 집적도가 낮은 메모리 반도체다. 제주반도체는 SRAM을 개발, 제품화에 성공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SRAM은 고속과 저속 제품으로 구분한다. 고속 SRAM은 DRAM보다 고속이라 CPU 내부 기억장치처럼 고속 구현이 핵심인 곳에 사용된다. 반면, 저속 SRAM은 저전력과 저비용이 중요한 기기에 탑재된다. 제주반도체가 만드는 SRAM은 휴대폰(현재 많이 쓰이는 스마트폰보다는 간단한 형태며 음성통화와 문자 송수신 등에 특화된 기기)의 버퍼용 보조 메모리로 사용됐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는 작은 시장이지만 제주반도체에는 알짜였다. 제주반도체 제품은 주로 사물인터넷(IoT) 관련 장치, 자동차, 전자기기 등에 들어갔다.

온디바이스 AI로 LPDDR 수요 ‘쑥’

주가 급등은 경계…실적 추이 봐야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AI(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다. 무엇보다 온디바이스 AI는 제주반도체 이름을 높였다. 기기 내부에서 동작하는 AI인 온디바이스 AI 시대에는 제주반도체가 생산하는 LPDDR(Low Power Double Data Rate)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온디바이스 AI 시장 선점을 위해 모바일 디바이스향(向) 차세대 D램인 ‘LPCAMM(Low Power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을 놓고 경쟁 중이다. LPCAMM은 저전력이 특징인 LPDDR 칩을 여러 개 묶어 고용량 모듈로 구현한다. 이런 이유로 LPCAMM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노트북 등 전력 효율성과 공간 절약이 중요한 IT 기기에 필수 제품으로 꼽힌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PCAMM 탑재 시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인 탑재 면적을 최대 60% 축소할 수 있다”며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 맞게 성능은 최대 50%, 전력 효율은 70%까지 개선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D램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는 LPCAMM이 가진 장점을 통해 온디바이스 AI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주반도체는 LPDDR4를 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한다. 제주반도체는 2018년 512M LPDDR2를 시작으로 1G LPDDR2(2019년), 2G LPDDR(2020년) 등을 개발했다. 신제품 LPDDR5 개발에도 연내 출시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온디바이스 AI가 적용된 AI PC, AI 스마트폰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촉발하는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런 시장 성장세는 제주반도체에 기회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2024 ~2025년 생성형 AI는 온디바이스 AI를 통해 급속히 확산될 전망”이라며 “클라우드 연결 없이 구현되는 온디바이스 AI는 개별 기기(스마트폰·노트북 등)에서 맞춤형 데이터 제공이 가능하고, 보안 강화에 유리해 AI 보편화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AI 반도체 시장은 고성능 저전력 메모리와 주문형반도체(ASIC) 개발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주반도체는 특정 국가나 고객사에 편중되지 않은 매출 구조를 구축해 대외 환경 영향에 따른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며 “당분간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허선재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와 IoT 업황 회복,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화가 제주반도체에 기회”라고 밝혔다.

실적이 뒷받침한다지만 주식 시장에서의 과열은 언제나 경계 대상이다. 지난 2월 14일 기준 제주반도체 시가총액은 1조1125억원이다. 지난해 10월 말 시가총액은 1367억원이었다. 최근 3~4개월 사이 1조원이 불어난 셈이다. 제주반도체는 주가 급등과 관련해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만 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7호 (2024.02.21~2024.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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