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경고음 들려도…서학개미 러브콜?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4. 2. 2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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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내리고 악재 가득한데

올 들어 테슬라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전기차 시장 둔화에 오너 리스크까지 각종 악재가 가득한 탓이다. 연초 248달러로 출발한 주가는 어느새 180달러 선까지 내려온 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줄줄이 테슬라 목표주가를 낮춰 잡으며 경고음을 낸다. 미국의 7개 대형 기술주로 구성된 ‘매그니피센트7’에서 테슬라를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는 중이다.

그러나 테슬라에 대한 서학개미의 믿음은 굳건하다. 주가 하락과 글로벌 IB의 잇단 경고음에도 오히려 매수세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주가를 투자 기회로 여기는 듯한 움직임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단기적인 악재보다 중장기적인 성장성을 근거로 현 주가가 매수하기에 적당한 수준이라는 국내 증권사 분석도 나왔다.

영업이익률 10% 밑으로

전기차 판매 1위마저 뺏겨

한때 400달러를 웃돌던 테슬라 주가는 2년여 만에 반 토막 났다. 2월 14일(현지 시간) 테슬라 종가는 189달러로 지난해 말(248달러)과 비교해 약 24% 하락했다. 지난 2021년 11월 기록한 역대 최고가(410달러·액면분할 조정치)와 비교하면 55% 낮은 수준이다. 이후 등락이 있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꾸준히 200달러 선은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1월을 기점으로 이마저도 무너지며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 부진 배경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증가율은 2021년 112%를 기록한 뒤 2022년 59%, 지난해 4%로 2년 연속 급감했다. 전기차 판매 증가율이 둔화되는 흐름 속에서 테슬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 테슬라 판매량의 10%를 차지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지난해 4분기 테슬라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테슬라 등록 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2020년 3분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판매가 줄며 테슬라는 가격 인하 정책을 점차 확대했고, 이는 실적 둔화로 이어졌다. 지난 1월 24일 테슬라는 매출 251억7000만달러, 주당순이익(EPS) 71센트라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시장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전문가 추정치는 매출 256달러, EPS 0.74센트다. 영업이익률은 8.2%로 전년 동기(16%)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설상가상 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자리도 중국 업체 비야디(BYD)에 내줬다.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는 전기차 총 48만4507대를 판매했는데, 비야디가 52만5409대를 팔며 1위에 올랐다. 비야디의 전기차 판매가 테슬라를 추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테슬라(42만2875대)와 비야디(26만4647대)의 전기차 판매 대수 차이가 컸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판매 부진이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오너 리스크’가 겹치며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지난 2월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전·현직 테슬라·스페이스X 이사들과 마약을 복용했다고 보도했다. 불법 마약 복용은 테슬라의 사내 마약 방지 정책에 위배되는 행위다. 이에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전기차 수요 둔화보다 마약설과 같은 일론 머스크의 오너 리스크와 독립적이지 못한 이사회 등 기업 지배구조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 들어 테슬라 주가가 급락하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잇단 경고음을 내고 있다. 사진은 테슬라 전기차 모델 Y. (AFP)
글로벌 IB는 잇단 경고음

중장기적 투자 매력 ‘여전’

각종 악재들로 주가가 내리막을 걷지만 서학개미 매수세는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월 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테슬라로 나타났다. 순매수 규모가 5억1710만달러(약 6900억원)에 달한다. 순매수 3·4위도 테슬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다. 테슬라 주가 상승률을 2배로 추종하는 ‘티렉스 2X 롱 테슬라 데일리 타깃 ETF’가 3위, 테슬라 수익률의 1.5배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가 4위를 차지했다. 순매수 규모는 각각 1억154만달러, 9553만달러다. 이 3개 종목의 합산 순매수 규모는 총 7억1417만달러로, 같은 기간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순매수 규모(12억2094만달러)의 절반을 넘는다.

서학개미의 테슬라 러시가 이어지는 이유는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글로벌 IB들은 테슬라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JP모건이 대표적이다. 라이언 브링크먼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 목표주가를 기존 135달러에서 130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2월 14일 종가와 비교해 30% 이상 추가 하락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고 있으며, 차량 생산도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하향 조정의 배경이다. 일본계 IB인 다이와캐피탈 역시 최근 테슬라 목표주가를 종전보다 20% 낮은 195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테슬라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며 M7에서 테슬라를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 경제지 배런스는 “M7에서 테슬라가 가장 먼저 제외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M7의 7종목을 ‘인공지능(AI) 혜택을 많이 받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분류한 뒤 테슬라를 ‘그렇지 않은 그룹’에 포함시켰다. 미국 CNBC 대표 진행자인 짐 크레이머 역시 “M7을 테슬라를 제외한 ‘슈퍼6(Super6)’로 재편해야 한다”며 “테슬라의 빈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종목을 찾을 시기”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 증권사 시선은 조금 다르다.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각종 악재로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여전히 성장성이 뛰어난 종목이라는 평가다.

근거는 다양하다. 먼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은 바뀔 수 없는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둔화와 각국 정책 이슈로 전기차 시장 성장이 잠시 정체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조적인 전동화 흐름은 바뀌지 않을 대세로, 테슬라가 완성차업체들의 시가총액보다 낮은 현재 상태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과 로봇 분야에서도 우수한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테슬라는 최근 개발자의 주행 코드 없이 AI가 스스로 운전 동영상을 보고 학습해 주행하는 FSD 베타 12 버전 배포를 일부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뿐 아니라 로봇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테슬라는 지난 2021년 AI 로봇 개발을 선언한 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시리즈를 공개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빠른 속도로 걷고 다섯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이는 옵티머스 2세대 로봇을 영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전기차 부문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선도 기업”이라며 “자율주행과 로봇 분야에서도 우수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중장기적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위험 요인이다. 지금까지는 회사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실제 수치로도 입증하며 주식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회사가 얼마나 이익을 낼 수 있느냐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를 잇따라 선보이며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테슬라가 과거의 성장 속도를 보여주기는 어려울 수 있다. 테슬라 주가가 탄력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익을 얼마나 내느냐가 앞으로는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본다. 시장에 가이던스를 명확히 주면서 시장보다 더 빠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득과 그에 맞는 실적을 기록해야만 투자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의 진단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7호 (2024.02.21~2024.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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