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8년 170억' 협상, 장기전 아니었다..."대형 FA보다 쉽고 빠르게 진행"

김지수 기자 2024. 2. 2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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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한화 이글스 귀환 과정에 큰 진통은 없었다. 선수와 구단이 큰 틀에서 빠르게 합의에 도달했고 무엇보다 서로를 향한 강한 애정이 원만한 협상에 원동력이었다.

한화 구단은 2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류현진과 계약기간 8년, 총액 170억 원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류현진은 계약 기간 중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옵트아웃 권리를 가진다. 다만 세부 옵트아웃 내용은 구단과 선수 양측 합의 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류현진의 8년 총액 170억 원은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지난해 포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에서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FA 이적하며 받은 계약 기간 4+2년, 총액 152억 원을 경신했다. 

류현진은 2012 시즌을 마친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이후 12년 만에 한화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KBO리그 전체에도 2024 시즌 정규리그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류현진은 한화 구단을 통해 "저를 믿고 좋은 대우를 해 주신 만큼 다시 한화 이글스의 일원으로 활약해 새로운 기록과 역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특히 항상 응원과 기대를 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팀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계약 소감을 밝혔다.

또 "저를 믿고 인정해 주신 구단주, 한화그룹 임직원 여러분, 한화 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미국 내 FA 계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뤄지는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리그 복귀 소식을 조금 늦게 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한화 복귀가 가시화된 건 지난 19일이었다. 손혁 한화 단장은 "예전부터 류현진과 가깝게 지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KBO리그 복귀와 관련해) 좋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만약 류현진이 한화로 복귀할 경우 당연히 최고에 가까운 금액은 생각하고 있었고, 오퍼를 넣었고 기다리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엑스포츠뉴스'는 이어 지난 20일 류현진이 한화 구단과 계약 기간 최소 4년, 총액 170억 원 이상의 초대형 계약에 합의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후 이틀 뒤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류현진의 귀환이 최종 확정됐다.

한화 구단의 '오피셜(Official)'이 생각보다 빠르게 나오지 않으면서 류현진과 한화의 협상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도 있었지만 완전한 기우였다. 

손혁 한화 단장에 따르면 류현진과 협상은 최근 급물살을 탔다. 계약 규모는 이견이 없었고 조율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외려 대형 FA 계약 논의보다 류현진의 이번 복귀 계약이 더 쉬웠다는 입장이다.

손혁 단장은 류현진 계약 발표 직후 '엑스포츠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류현진 선수 복귀 계약은 최종 합의까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며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게 닷새도 채 되지 않는다. 저는 류현진 선수의 이번 계약이 굉장히 빠르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보실 때는 류현진 선수와 계약에 이르기까지 조금은 늘어지는 게 아니었냐고 하실 수 있지만 전혀 아니다"라며 "우리 구단이 외부 FA 영입을 지난 몇년간 해봤지만 이번 류현진 선수처럼 신속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류현진의 레벨을 고려하면 정말 스피드하게 도장을 찍었다"고 강조했다.

손혁 단장은 류현진의 복귀가 순조롭게 이뤄진 배경에는 선수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류현진은 12년 전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선수로서 마지막 공은 한화에서 던지겠다고 약속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 당시에도 "현역 마지막 팀은 한화다"라는 점을 수차례 공언했다. 자신이 한국 최고의 투수로 성장했던 곳에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류현진은 여기에 자신의 기량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때 한화 유니폼을 입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 부분이 한화로 복귀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류현진은 한화와 계약 체결 전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좋은 조건의 계약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혁 단장은 "류현진 선수가 건강할 때 한화로 돌아와서 공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워낙 강했다"며 "금액적인 부분에서는 빠르게 합의가 이뤄졌다. 류현진이 한화에 대한 애정이 강했기 때문에 일이 쉽게 풀린 케이스라고 보시면 된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류현진 역시 구단을 통해 "한화로의 복귀 시기를 두고 결국 제가 기량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지금은 다시 돌아오게 돼 진심으로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다"라고 진심을 밝혔다.

류현진은 2006년 인천 동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화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입단할 정도로 특급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와 동시에 유망주 껍질을 깨트렸다. 2006 시즌 30경기 18승 6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으로 KBO리그를 지배했다.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3개의 타이틀을 따내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것은 물론 정규시즌 MVP와 신인왕을 차지하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썼다.

한화는 류현진을 앞세워 2006 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에서 KIA 타이거즈, 플레이오프에서 현대 유니콘스(2008년 해체)를 꺾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한화의 가장 최근 한국시리즈는 류현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류현진은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프로 2년차였던 2007 시즌 30경기 211이닝 17승 7패 평균자책점 2.94 178 탈삼진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2008 시즌에도 26경기 165⅔이닝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1로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의 면모를 유지했다.  

류현진은 2009 시즌 28경기 189⅓이닝 13승 12패 평균자책점 3.57 188탈삼진으로 커리어 세 번째 탈삼진왕 타이틀을 따냈다. 2010 시즌에는 25경기 192⅔이닝 16승 4패 187탈삼진으로 평균자책점, 탈삼진 2관왕과 투수 부문 골든들러브를 수상했다. 

류현진은 2011 시즌 부상 여파로 24경기 126이닝 11승 7패 평균자책점 3.36으로 주춤했지만 2012 시즌 화려하게 부활했다. 27경기 182⅔이닝 9승 9패 평균자책점 2.66 210탈삼진으로 날아오른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했다.

류현진을 품은 메이저리그 구단은 LA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류현진에게 2573만 7737달러(약 331억 3733만 원)라는 포스팅 금액을 입찰해 단독 협상권을 따냈다. 

다저스는 우리 돈으로 330억 원이 넘는 이적료를 투자했다. 류현진에게 계약기간 6년, 총액 3600만 달러(약 463억 5000만 원)라는 거액의 계약까지 안겨줬다. 당시에는 오버페이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다저스는 투자의 결실을 충분히 얻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2013 시즌 30경기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빅리그 2년차였던 2014 시즌에도 26경기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로 다저스 주축 선발투수로 자리를 지켰다.

류현진은 2015 시즌을 앞두고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커리어 최대 위기를 맞았지만 재활 과정을 이겨냈다. 2017 시즌 메이저리그로 복귀해 25경기 5승 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77로 성공적으로 재기했다.

류현진은 2018 시즌 전성기 기량을 회복했다. 15경기 7승 3패 평균자책점 1.97로 다저스 마운드의 기둥 역할을 해냈다. 2019 시즌에는 '코리안 몬스터'의 괴력을 뽐냈다. 29경기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로 다저스 에이스로 우뚝 섰다.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 내셔널리그 올스타 선정까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류현진은 2019 시즌 종료 후 FA 대박을 터뜨렸다. 에이스가 필요했던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러브콜을 보냈고 4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85억 원)의 계약과 함께 LA에서 토론토로 둥지를 옮겼다.

류현진은 토론토가 원했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2020 시즌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활약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메이저리그 정규리그가 60게임만 치르는 단축 시즌으로 진행된 게 아쉬울 정도였다.

류현진은 2021 시즌 31경기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로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8월 이후 긴 슬럼프에 빠지면서 KBO리그와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풀타임을 치른 시즌 평균자책점이 4점대를 넘었다. 2022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또 한 번 고비를 맞았다.  

류현진은 또 한 번 재기에 성공했다. 1년 넘게 착실하게 구슬땀을 흘린 끝에 몸 상태를 회복했다. 지난해 8월 메이저리그 마운드로 돌아와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ㄷ.

류현진은 2024 시즌에도 메이저리그에 잔류할 것으로 점쳐졌다. 올해 만 37세가 된 적지 않은 나이와 수술, 부상 경력이 단점으로 꼽혔지만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검증된 베테랑 선발투수 자원이었다. 

류현진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스캇 보라스는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 당시 류현진을 원하는 빅리그 구단들이 많다고 주장하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보라스의 호언장담과는 다르게 류현진의 계약은 해를 넘겼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2월 이후에도 소속팀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시즌 준비에도 차질을 빚었다. 

다만 류현진은 최근까지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고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구단도 류현진과 계약 논의 과정에서 이 부분을 가장 큰 변수로 여겼다. 

한편 류현진은 오는 23일 인천국제공항(KE755편, 오전 8시 5분 출발)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 한화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로 합류한다. 한화 1군 선수단은 지난 21일 호주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무대를 오키나와로 옮겼다. 최원호 감독의 지휘 아래 22일부터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2차 스프링캠프에 돌입했다.

류현진은 23일 오전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기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한화 복귀 후 첫 공식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키나와 입성 후에는 곧바로 고친다 구장으로 이동, 최원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고 '독수리 군단'의 일원으로 12년 만에 훈련에 돌입한다. 

사진=한화 이글스/엑스포츠뉴스 DB/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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