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연패인데 페퍼저축은행 벤치는 무엇을 하고 있나

김효경 2024. 2. 2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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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에게 져 23연패를 당한 페퍼저축은행 선수들. 연합뉴스

여자배구 페퍼저축은행이 끝없는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벤치의 위기 대처 능력, 선수단 분열, 전술적인 실패 등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페퍼저축은행은 4라운드 마지막 경기인 지난달 19일 현대건설전에서 1-3으로 패했다. 그리고 12일 뒤에 5라운드 첫 경기(현대건설전)을 다시 치렀다. 17연패를 당하며 여자부 최다 연패(21연패) 신기록까지 세울 위기에 빠진 팀이라면 강훈련을 통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게 일반적이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실어줄 수 있는 계기라도 마련해야 했다. 당시 5위로 처진 IBK기업은행은 전지훈련을 떠났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올스타 휴식기 시작과 함께 5일간 휴가를 받았다.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가족과 함께 지냈다. 며칠 뒤 선수들은 체육관에 나와 감독 없이 연습했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그동안 소화해야 할 개인 훈련 메뉴를 전달하고 떠났다. 선수들이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휴가를 반납하고, 단체 훈련을 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트린지 감독은 팀에 부임한 뒤 새로운 스타일의 훈련을 많이 실시했다. 미니게임 형식의 훈련으로 선수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세계적인 스타일을 접목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급기야 "내가 추구했던 수비 체계가 선수들이 원래 해 오던 것과 다르다보니, 선수들이 '우리 능력 밖의 시스템인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해 익숙한 시스템으로 다시 바꾸기로 했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한 해설위원은 "작전 타임도 늦고, 벤치가 선수들에게 맞는 훈련을 못하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경기를 보며 답답해하는 조 트린지 페퍼저축은행 감독. 뉴스1

하나로 뭉쳐야 할 팀도 분열했다. 한 고참 선수는 후배 선수들에게 가혹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수는 팀을 이탈하기까지 했다. 코칭스태프가 이런 분위기를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손을 쓰기 어려웠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빠지니 해당 선수를 코트에서 뛰게 하지 않는 정도가 최선이었다. 구단에서도 고민을 했지만, 결국 23일 상벌위원회가 열리게 됐다. 해당선수의 가해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처벌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페퍼저축은행은 개막 전엔 중위권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득점력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를 지명했고, 자유계약(FA)으로 박정아와 채선아를 데려왔다. 광주에 새롭게 마련한 숙소와 훈련장 시설도 호평을 받았다. 구단주와 모기업은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음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쏟았다. 시즌을 치르기 직전 아헨 킴 감독이 물러났지만, 트린지 감독에 대한 기대가 컸다.

트린지 감독에게만 책임이 있는 건 아니다. 현재 선수단은 전임 지도자들의 주도로 구성됐다. 겉으로는 좋은 구성처럼 보이지만,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과 서브 리시브가 약하다. 벤치가 잘못된 선택을 내릴 때 프런트가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배구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페퍼저축은행은 23연패에 허덕이고 있다. 올 시즌 거둔 승리는 2승(28패)에 불과하다. 남은 경기를 다 져 2승 34패로 마무리하면 2006~07시즌 상무와 12~13시즌 KEPCO(현 한국전력)이 기록한 최저승률(2승 28패·0.067)을 넘어선다.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역대 최악의 팀으로 남을 수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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