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서 접어라… 소기업 사장이 쓴 작은 기업 성공 방식

김남중 2024. 2. 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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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年 100억 매출 20년 경력 강덕호씨
소기업 걸맞는 현실적 경영론 제시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20년 넘게 원단 사업을 하는 소기업 사장 강덕호씨. 그의 첫 책 ‘나는 작은 회사 사장입니다’는 작은 기업들을 위한 경영론이자 사업하면 망한다는 통념에 도전하는 책이다. 몽스북 제공


강덕호(52)씨는 20년 경력의 소기업 사장이다. 중국과 한국에 회사를 두고 미국 의류업체에 섬유 원단을 공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가 최근 ‘나는 작은 회사 사장입니다’(몽스북)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직원 10여명을 거느린 연매출 80억∼100억원의 작은 회사 사장에게도 경영론이나 사장론이라는 게 있을까, 그런 건 대단한 사업가들이나 전문가들이 쓰는 게 아닌가 싶지만 책을 열어보면 현실적이고 단단한 이야기들에 빠져들게 된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 대표는 “사장들 대부분은 직원 30명 미만의 작은 기업을 운영한다. 그런데 경영서를 보면 수천 억 번 대기업 사장들 얘기다. 현실감이 없어 보였다. 이제는 우리 같은 소기업 경영에 대해서도 얘기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고 책 쓴 이유를 밝혔다.

그는 사장론을 다룬 베스트셀러 몇 권을 예로 들었다. “사업을 너무 복잡하거나 심각하게, 혹은 다소 신파적으로 얘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원 관리만 해도 대기업 방식이 우리에게 적용될리 만무하다. 우리는 작은 회사이고, 노동집약적 업종이고, 엘리트 직원들이 모인 곳이 아니다. 기존 경영서에서 말하는 성공 방식이 우리에게는 거리가 멀다.”

강 대표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32세에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청년 창업이라면 보통 기술 관련 사업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그는 회사에서 맡았던 섬유 분야와 연관된 원단 사업을 선택했다. 맨 몸으로 자기 사업을 일궈오면서 다듬어온 생각들, 주변 소기업 사장들의 사례, 인문·사회·경제·경영에 대한 공부 등을 바탕으로 작성된 강 대표의 소기업 경영론은 ‘가족 같은 회사’ ‘수평적 조직’ ‘혁신하라’ 같은 최신 경영학 조언들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사장을 크게 사업을 하는 ‘대축(大畜)’과 작게 하는 ‘소축(小畜)’으로 구분하고 “우리 같은 소축 지망생들은 대축들이 하는 무모한 짓을 어설프게 흉내 내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한다.

대신 기존의 경영 상식을 용감하게 거스르면서 “모방 전략은 효율적이다” “뛰어난 직원 한둘보다 평범한 다수가 우선이다” “가벼운 이자는 없다” 등 현실적인 경영론을 제안한다. “당신의 사업이 아무리 신선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것이라도, 장기적으로는 업계 평균 이윤율을 초과하기 어렵다… 많은 사장은 사업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를 항상 유지 가능할 거라는 착각을 한다.”


강 대표는 이 책에서 ‘사업하지 말라’는 통념에도 도전한다. 그는 “유튜브 같은 걸 보면 전부 밖으로 나오면 지옥이야, 조직에 남아 있어, 그렇게 얘기하는데 보는 사람들이 호응해줄 만한 얘기를 들려주며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경향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영업자는 3년 안에 다 망한다고 하지만 주변에서 보면 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는 잘 해나간다. 사업을 해도 일한 만큼 댓가를 얻을 수 있다. 눈치 보며 회사 생활을 버티기보다는 사업을 시작하는 게 낫다. 자기가 하던 일에서 외연을 넓혀보면 비즈니스 거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동업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동업하다 싸우고 찢어지는 사례가 많이 알려지지만 실제론 동업해서 자리잡은 경우를 많이 본다. 특히 사업 시작할 때 동업을 하게 되면 훨씬 좋다”는 것이다.

그가 현실을 잘 모르고 사업을 권하는 건 아니다. 그는 “허울 좋은 사장님 명함은 한국에서는 정치, 경제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자의 신분증”이며 “대자본은 돈 되는 것을 절대 나누어 먹지 않는다”고, “버려진 땅에서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업 기회가 허락된다”고 썼다. 그래도 “사장, 해볼 만하다”고, “사업해도 안 망한다”고 얘기한다.

그는 사장에 대한 환상이나 비관 모두를 피해가면서 삶을 살아가는 한 방식으로서 사장을 얘기한다. 그에 따르면 사장 역시 경제 활동의 한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다. 사장이란 게 대단히 특별한 것이 아니다. 경제적인 부도 나중에 보면 샐러리맨 오래 한 친구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사장은 월급쟁이와는 다른 삶의 방식이다. “사장이 되면서 누구든 열아홉 살의 대학 신입생처럼 다시 무한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장은 그 누구보다 실존적인 존재이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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