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기형적 선임을 해야 한다면, 더 나은 기형은 '3월만 겸직'이다… 천천히 찾아도 되는데 굳이 서두르는 축구협회

김정용 기자 2024. 2. 2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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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서둘러 경질한 순간부터, 당분간 혼란을 겪을 건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다.

21일 정해성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첫 회의 후 브리핑에서 해외보다 국내 감독 선임이 유력하며, 3월 월드컵 예선 태국전 선수선발에 지장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의 의중이 반영돼 국내감독의 최단기 선임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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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서둘러 경질한 순간부터, 당분간 혼란을 겪을 건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대한축구협회는 그 혼란을 장기적인 부작용으로 이어갈 수 있는 위험한 행보를 걷고 있다.


21일 정해성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첫 회의 후 브리핑에서 해외보다 국내 감독 선임이 유력하며, 3월 월드컵 예선 태국전 선수선발에 지장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임시감독 선임은 어려우므로 정식감독으로 할 수밖에 없다 못박았다. 이는 3월 6일까지 선임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미이며, K리그 미디어데이를 거론한 점을 보면 26일보다 앞서 선임 작업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높다.


가장 상식에서 벗어나는 대목은 임시감독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식으로 선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고, 축구계 분위기를 잘 아는 정 위원장과 위원들의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행태에 가깝다. 이미 축구계에는 정식감독을 맡기긴 어렵지만 임시 정도는 해 줄 경력 있는 지도자들이 여럿 무직 상태로 있다. 오히려 이들에게는 부담 없이 대표 선수들을 지휘하면서 자신의 역량이 통하는지 확인할 기회다. 애초에 대표팀과 멀어져 있는 노장 지도자들에게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를 지휘하며 영광스럽게 경력을 마무리 할 기회이기도 하다.


K리그 현직 감독에게 3월 두 경기만 겸직을 요청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다. 축구협회는 1992년부터 전임 감독제를 도입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례적인 상황에서 2~4경기 정도도 겸직으로 못 한다고 법으로 정해진 건 없다.


드물긴 하지만, 유럽 빅 리그에도 현재 겸직 사례가 있다. 지난해 여름까지 김민재의 소속팀이었던 이탈리아 나폴리는 이번 시즌 감독을 두 번이나 경질하는 혼란 끝에 지난 20일(한국시간) 프란체스코 칼초나 감독대행을 선임했다. 칼초나 대행은 현재 슬로바키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데, 이미 유로 2024 본선 진출을 달성한 상황이다. 3월 A매치 평가전 두 경기가 있지만 나폴리 지휘봉을 잡다가 돌아와서 겸직하겠다는 것이다. 나폴리의 행보가 이례적이긴 하지만 슬로바키아 축구협회도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서형권 기자

한국이 3월에 치르는 태국과의 2연전은 모두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이다. 평가전보다 무게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당장 2경기 모두 전력을 다해야 할 정도로 어렵진 않다. 한국은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무실점 전승을 거뒀다. 2022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은 단 1실점으로 5승 1무를 기록했다. 이번 예선에서 이미 2경기 8득점 무실점으로 2승을 거둔 상태다. 태국을 상대로 2전 전승을 못 거둬도 이후 경기에서 복구해 조 1위를 유지하는 건 쉽다. 한국의 압도적 전력을 감안한다면 6월 싱가포르, 중국전까지도 임시 감독이 지휘할 수 있다. 방심은 금물이지만, 당장 감독선임에 목메다가 심사숙고할 시간을 잃은 것보다는 기회비용이 적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의 의중이 반영돼 국내감독의 최단기 선임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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