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콘클라베 3중전회 임박…사상통일 위해 毛좌파 사이트 폐쇄
로마 바티칸의 비밀회의인 콘클라베에 비유되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 개최가 임박했다는 징후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 명보는 22일 최근 마오쩌둥 좌파 사이트가 폐쇄됐다며 ‘개혁’을 주제로 하는 중공 20기 3중전회 개최를 위한 사상통일 조치라고 보도했다. 이날 베이징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검문이 제로 코로나 방역 전환 이후 처음 실시됐다.
중국의 대표적인 마오 좌파 커뮤니티인 '마오쩌둥 박람(毛澤東博覽, mzdbl.cn)' 사이트가 지난 20일 운영을 중지했다. “사이트에 실린 정보가 유포에 부적절하니 이른 시일 내 폐쇄를 요구한다”는 관련 당국의 통지를 받았다고 공지한 뒤다. 22일 해당 사이트는 접속되지 않고 있다. 폐쇄를 요구한 관련 부처가 공업정보화부라며 ‘사상통일’이 중요한 시점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마오쩌둥 박람’ 사이트는 개설한 지 20여년이 넘은 대표적인 마오 좌파 사이트다. 비슷한 홍군기(紅軍旗) 사이트를 운영하는 네티즌 ‘홍군기’가 마오쩌둥 저작, 사진집, 마오의 시와 서예작품, 동영상 자료 등을 모아 개설했다. 폐쇄 소식이 알려지자 오유지향(烏有之鄕), 마오쩌둥기치망, 홍색중국망 등 마오 좌파사이트의 마오 지지자들은 당국이 변심했다며 성토했다. 한 마오 지지자는 운영자에게 중국의 검열이 닿지 않는 해외에 새로운 홈페이지 개설을 건의했다.
이번 좌파 사이트 폐쇄 조치는 지난 18일 후난성 당국이 시작한 사상해방 캠페인과 맞물려 귀추가 주목된다. 마오쩌둥의 고향인 후난성 당위원회는 덩샤오핑 사망 27주년 하루 전 ‘사상해방 대토론’을 시작했다. 중국 개혁개방의 대표적인 구호인 “사상해방 실사구시”는 마오쩌둥의 후계자였던 화궈펑을 무찔렀던 덩샤오핑의 무기였다. 화궈펑이 1977년 2월 인민일보 사설에 “마오쩌둥이 생전에 내린 모든 결정과 지시는 옳다”는 이른바 ‘양개범시(兩個凡是)’를 주장하자 덩샤오핑은 1978년 ‘진리표준 대토론’을 시작하며 “사상해방 실사구시”를 주장했다.
이번 좌파 사이트 폐쇄와 사상해방 캠페인이 겉보기에는 좌우 노선투쟁으로 비치지만 실제는 3중전회의 원활한 개최를 위한 사상통일 조치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사상해방을 주장하는 후난성 기관지 ‘호남일보’가 “사상해방의 과정은 사상을 통일하는 과정이고 사상해방의 목적은 사상을 더 잘 통일하기 위해서다”라는 시진핑 어록을 강조하면서다.
한편, 22일 정치행사를 예고하는 베이징 진입 차량에 대한 검문이 이뤄졌다. 이날 교외 옌자오(燕郊)에서 베이징으로 출근하는 A씨는 “베이징 진입 전 검문소에서 승객 신분증을 검사했다”고 했다. 중국은 당 대회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등 베이징에서 중요 정치행사가 열릴 경우 베이징에 들어오는 검문을 강화해왔다.
유럽을 순방한 왕이(王毅) 정치국위원 겸 외교부장의 행보도 3중전회 개최를 뒷받침한다. 16~21일 독일·스페인·프랑스를 순방한 왕 위원은 21~22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담에 불참했다. 대신 20기 중앙위원이 아닌 마자오쉬(馬朝旭) 부부장(차관)이 대리 참석한다.
또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21일 올해 양회 전 3중전회 개최를 예고했다. SCMP는 지난 19일 시 주석이 주재한 중앙 전면심화개혁위원회(심개위) 4차 회의에서 경제개혁의 장애물 제거를 강조한 것이 3중전회 준비가 잘 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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