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돕는 의사들...'업무복귀 불이행 확인서' 서명 거부
“지금은 병원과 직원이 하나가 되어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야 할 때입니다.”
서울 한 대형병원장은 지난 20일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환자 안전을 지키고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는 의료진·직원 여러분 노고에 감사하다”라면서다. 전공의 병원 이탈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를 두고 최근 병원 내부에서는 “병원장도 의사라 단체행동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한 직원은 "다른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없이 ‘그냥 하라’는 식이라 직원 불만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사흘째인 22일, 진료 공백을 메꾸는 간호사 등 남은 인력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빅5’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인 A씨는 “중환자실까지 전공의가 떠나버리니 교수들이 ‘그건 못 하겠다’는 식으로 (진료보조 인력인) ‘PA 간호사’에게 당연한 듯 일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빅5 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한 10년 차 간호사도 “원래 하지 않던 일까지 떠맡게 되는 등 기존 업무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전공의 무더기 이탈에 따라 서울 주요 대형병원은 전체 수술을 최소 30%에서 50%까지 줄인 채 진료 공백에 대응하고 있다. 빅5 병원 관계자는 “환자를 인위적으로 많이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막무가내로 들이닥쳐” 복귀 확인 난항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확인서가 전공의 처벌에 근거가 되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 교수들이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 한 대학병원은 ‘본인 수령 여부를 확인할 수 없음’ 등과 같은 문구를 넣어달라고 보건복지부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국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비상대응반장은 이날 정부 브리핑에서 “서명 거부와 같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복귀한 전공의 가운데 일부가 병원에 일시적으로 나왔다가 사라지는 '꼼수복귀' 사례도 정부는 주시하고 있다. 김 반장은 “잠깐 복귀하거나 실제로 일을 안 하면 (업무개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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