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왔다, 이기러 가자!"…'8년 170억' 몬스터 복귀, 선수들도 신났다 [오키나와:톡]
(엑스포츠뉴스 오키나와, 최원영 기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12년 만에 한화 이글스로 돌아왔다. 선수단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한화는 22일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지난해 포수 양의지가 NC 다이노스에서 친정팀 두산 베어스로 자유계약(FA) 이적하며 받은 4+2년 총액 152억원을 가뿐히 제쳤다. 한화는 단숨에 천군만마를 얻었다.
22일 한화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서 만난 한화 선수들은 모두 밝은 표정이었다.
주장 채은성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기대감이 크다. (류)현진이 형이 갖는 상징성이 있지 않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투수이기도 하다"며 "현진이 형과 같이 야구해 본 적은 없다. TV로만 보던, 동경의 대상이었다. 타자로서 타석에서 상대해 보고 싶은 투수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야구하게 돼 신기하다. 재밌을 것 같다"며 "형이 등판하면 상대를 압도하는 분위기 자체가 다를 것이다. 막아줄 것이란 믿음이 커 야수들도 든든할 듯하다. 반대로 야수들이 수비를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옛 동료였던 LG 트윈스 오지환과 연락을 나누기도 했다. 한화와 LG는 다음 달 23~24일 LG의 홈인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년 정규시즌 개막 2연전을 치른다. 채은성은 "(오지환이) 현진이 형의 합류를 부러워한다기보다는 서로 신경전을 펼쳤다. '1승1패씩 하자', '2승 다 우리가 가져가겠다'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며 웃었다.
류현진과 동갑내기 친구인 포수 이재원도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둘이 한솥밥을 먹는 것은 처음이다. 이재원이 지난 시즌 종료 후 한화에 새 둥지를 틀며 가능해졌다. SSG 랜더스에서 입지가 좁아진 그는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SSG의 승낙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2006년부터 18년간 몸담아온 팀에서 스스로 걸어 나왔다. 지난해 12월 말 한화와 연봉 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재원은 "(류현진과) 같이 야구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말년에 이렇게 만나게 돼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며 "훌륭한 투수를 많이 만나는 것은 포수로서 영광이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기대를 많이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류현진 같은) 큰 버팀목이 오면 '할 수 있다'는 마음이 한곳으로 모이게 된다. 상대팀이 우리를 쉽게 볼 수 없다는 점도 멘털 면에 좋게 작용할 듯하다.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고 전했다.
류현진의 공을 직접 받아보게 됐다. 이재원은 "기대된다. 사실 (류현진과) 승부했던 것도 너무 오래돼 기억이 안 난다. 10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진이는 아직 전성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수준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며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왔고, 기존 젊은 선수들도 기량이 좋아 기대된다. 올해 많은 경기에서 승리해 선수들이 '이기는 경험'을 쌓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장 무척 높은 순위를 바랄 순 없겠지만 지난해보다 한 경기, 한 경기씩 더 이기다 보면 그게 경험이 돼 내년이나 내후년엔 가장 높은 곳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짚었다.
SSG 시절 김광현의 복귀 효과를 누려본 적 있다. 김광현은 2019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활약했다. 이후 2022시즌 SSG로 돌아왔다. 이재원은 "효과는 부인할 수 없다. 확실히 상대 팀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느낄 든든함, 자신감도 있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멘털 스포츠라 생각해 그런 부분이 무척 클 것이라 본다"고 언급했다.
이재원은 "다만 하위권이었던 우리가 갑자기 1위할 순 없다. '이기는 야구'를 통해 한 계단씩 올라가다 보면 배우는 게 있을 것이다"며 "그렇게 멀게만 보였던 우승이 언젠가는 가까워진다. 단기간 내에, 몇 년 안에 우승권에 갈 수 있는 팀이 될 것이라 본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한화로 FA 이적(4+2년 총액 72억원)한 내야수 안치홍은 "훈련 중 발표가 나와 기사를 보지 못했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복귀) 이야기가 꾸준히 들렸다. 진짜 오면 어떨까 상상했는데 확실히 한화에 큰 힘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며 "(류현진과) 같이 운동해 본 선수들이 좋다는 말을 정말 많이 했다. 그래서 더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구속이 얼마나 나오는지 등을 다 떠나 선발이 류현진이라는 것 자체가 상대 팀에 압박감을 주지 않겠나. 워낙 대선수이니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엔 무조건 이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또 한 명의 베테랑 이적생, 외야수 김강민도 있다. 김강민은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SSG의 보호선수 명단에 묶이지 않았고,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2001년 SK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김강민은 "류현진이 오는 것은 단순한 전력 보강 이상이라고 본다.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다"며 "과거 SSG에 (김)광현이가 복귀한 것 이상의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나도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김광현, 추신수(이상 SSG)에 이어 류현진과도 팀 동료가 됐다. 김강민은 "야구를 오래 하다 보니 많은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들과 같이 뛰어보게 됐다. 나 또한 배우는 게 많을 듯하다"며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하다 온 선수들이기 때문에 옆에서 같이 플레이하면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김강민은 "훈련 때부터 이기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단순히 팀원들 간 경쟁이 아닌, 다른 팀과 싸워서 이길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며 힘줘 말했다.
내야수 노시환은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한화 단체 메시지방 내용을 캡처해 올리며 류현진을 환영했다. 사진 속에선 투수 이태양이 류현진을 단체방에 초대했다. 류현진은 "반갑습니다. 잘해봅시다"라며 짧고 굵게 인사를 남겼다. 노시환은 해당 게시글에 왕이 돌아왔다며 "King is back"이라고 적었다.
투수 문동주는 SNS에 한화 구단 공식 계정이 올린 사진을 업로드했다. 주황빛 야구 좌석에 복귀를 환영한다는 의미의 'Welcome back!'과 류현진의 등번호인 '99번'이 부착된 사진이었다.
류현진은 계약 후 구단을 통해 "KBO리그 최고 대우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드린다. 한화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고마운 구단이다"며 "메이저리그 진출 때부터 꼭 한화로 돌아와 보답하겠다고 생각했고, 미국에서도 매년 한화를 지켜보며 언젠가 합류할 그날을 꿈꿨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전력 보강과 젊은 선수들의 성장으로 우리 팀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에는 팬 여러분께 최대한 오래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뛰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류현진은 2006년 2차 1라운드 2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다. 그해 데뷔해 곧바로 승리(18승),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개)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신인상과 KBO MVP, 골든글러브를 단숨에 싹쓸이했다. 전무후무한 괴물 투수의 탄생이었다. 이후 2012년까지 7시즌 동안 한화의 선발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통산 190경기 1269이닝서 98승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자랑했다.
2012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에 계약했다. 2019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었다. 4년 8000만 달러의 잭폿을 터트리며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구단 역사상 투수 FA 최고액이었다. 토론토에서 순항하던 류현진은 2022년 6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지난해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서 복귀전을 치렀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10시즌 186경기(선발 185경기) 1055⅓이닝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이다.
2023시즌을 마치고 다시 FA가 됐다. 한화는 꾸준히, 진심 어린 구애를 이어갔다. 코리안 몬스터의 복귀를 성사시켰다. 한화 선수단은 지난 21일 호주 멜버른에서 인천을 거쳐 2차 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에 도착했다. 류현진은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해 곧바로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연습경기, 시범경기 등 등판 일정은 최원호 한화 감독 및 코칭스태프와 상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한화 선수단이 부푼 마음을 안고 류현진을 기다린다.
사진=오키나와, 최원영 기자 / 한화 이글스 / 노시환 SNS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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