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MF' 이순민, 대전행 뒷얘기 "황인범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 [일문일답]
(엑스포츠뉴스 대전, 김환 기자)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순민이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이순민이 대전하나시티즌 이적을 결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전의 아들' 황인범의 도움이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1일 대전광역시 대덕구에 위치한 덕암축구센터에서 '2024 K리그 동계 전지훈련 미디어캠프'를 진행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의 이민성 감독과 이순민을 비롯해 인터뷰에 응하는 선수들이 미디어캠프에 참석했다.
승격의 기쁨을 누린 2022시즌 이후 대전은 2023시즌 목표였던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대전은 지난 시즌이 시작되기 전 광주FC와 함께 유력한 강등 후보로 꼽혔으나, 예상과 달리 안정적으로 잔류에 성공한 뒤 파이널B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순위인 8위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대전은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 등 K리그1의 강팀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팬들에게 인상도 남겼다. 이민성 감독이 지휘하는 대전은 공격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맞불을 놓는 전략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 시즌 대전의 목표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ACL이다. 대전은 목표를 위해 뜨거운 겨울 이적시장을 보냈다. 티아고, 변준수, 조유민을 보내면서 김승대, 홍정운, 아론, 팔레이 호사 등을 영입해 대대적인 선수단 변화를 감행했다.
대전의 신입생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이순민이다. 대전은 치열한 경쟁 끝에 이순민을 품는 데 성공했다. 자타공인 K리그 정상급 미드필더인 이순민은 ACL 출전을 목표로 하는 대전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이순민은 리더십도 인정받아 신입생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대전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됐다.
이민성 감독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순민은 "올해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전이라는 팀과 도시에 처음 왔다. 주장이라는 중책도 맡게 됐다. 변화가 많은데, 이런 변화들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따라 이번 시즌을 잘 치를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피하지 않고 받아들여서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 이번 시즌을 잘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이번 시즌 다짐을 밝혔다.
다음은 이순민 일문일답.
-시즌을 앞둔 소감은.
올해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전이라는 팀과 도시에 처음 왔다. 주장이라는 중책도 맡게 됐다. 변화가 많은데, 이런 변화들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 따라 이번 시즌을 잘 치를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고 생각한다. 변화를 피하지 않고 받아들여서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고 이번 시즌을 잘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
-황인범이 이적에 도움을 줬다던데.
대표팀에서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생활하다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았다. 식사할 때 같은 테이블에 있었다. 당시 이적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선수들에게도 많이 물어봤다. 그 과정에서 (황)인범이가 대전이라는 팀이 갖고 있는 색깔이 나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 도시의 생활과 팬들의 문화도 마음에 들어할 것 같다며 추천도 해줬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구체적으로 내가 이적했을 때 모습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주장으로서 포부 및 이민성 감독의 지시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자리는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한다. 중요한 건 팀의 방향이다. 모든 사람들 개개인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팀의 방향을 잡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팀이 잘되는 것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감독님께서 (조)유민이를 비롯해 많은 선수들이 나갔고, 팀을 새롭게 꾸려야 하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셨던 것 같다. 내가 경기장에서도 그렇고 그런 스타일이다보니 내게 분위기를 주도하길 원하신다.
-아시안컵에서 뛰지는 못했지만 얻은 경험은.
큰 대회를 국가대표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큰 대회가 주는 중압감과 무게감을 옆에서 보면서 이겨내는 방법들을 봤다.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보고 느낀 게 많아서 선수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큰 대회,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대회에서 중압감을 이겨내고 내가 경기에 나가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가 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큰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생겼다.
-아쉬운 감정은 없나.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거짓말이 아니라 아쉽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내가 준비됐다면 뛰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 같다. 누구를 탓하고 싶지도 않다. 나에게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그런 것들을 겪으며 내 부족한 모습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내 선수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값진 경험이다.
-이정효 감독과 이민성 감독의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서 비교하기는 힘들다. 이정효 감독님이 계실 때에는 2년 동안 광주에서 지속성과 연속성을 갖고 계속해서 하고자 하는 축구를 밀어붙이고 색깔을 유지하며 탄탄하게 구축해 지금의 축구가 완성됐다.
지금은 새로운 팀에서 하고자 하는 축구가 있다. 우리가 꾸준히 팀으로서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들의 지도를 따라서 대전만의 스타일로 재밌는 축구를 팬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팀에서 특별히 요구하는 전술적인 역할이 있다면.
내 스타일 자체가 중원에서 높은 활동량으로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공수 양면에서 선수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런 부분들을 보고 나를 영입하셨다. 이 팀에서도 그런 역할을 원하시는 것 같다. 공격과 수비를 가리지 않고 상황에 따라 동료들을 도와주고 커버해주며 대전이 상대와 싸우는 상황에서 외롭지 않게 같이 싸워주길 원하신다.
-광주를 떠난다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을 것 같은데.
당연히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광주라는 팀에서 내가 7년 동안 있었고,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팀이었다. 팬들을 떠나는 것도 내게 큰 결정이었다.
이적이라는 게 개인의 감정으로만 결정되는 일이 아니다. 선수의 이득만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구단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고, 내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여러 생각들을 했을 때 지금이 이적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정효 감독님이 계시는 광주에서 내가 빠지더라도 그 팀이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광주를 걱정하지 않는다. 새로운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도록 자리는 만들어주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7년 동안 광주에서 많은 걸 얻고 이뤄낸 상태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부분들을 남기고 이적하는 게 아름답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선수들이 채워줄 거라고 생각했고, 대전에서 내가 할 역할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적을 통해 나를 성장시키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나에게도 좋을 거라고 생각해서 고민 끝에 이적을 결정하게 됐다. 만족한다.
-대전을 선택한 이유는.
광주에 있을 때부터 대전과 인연이 깊었다. 함께 승격도 했고, 경기를 할 때마다 좋은 팀이라는 인식을 받았다. 팬들의 열정과 문화도 좋았다. 대전이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팀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이 팀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안을 받았을 때 이 팀의 방향에 내 능력이 도움이 된다면 서로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좋은 스토리를 쓸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도 있다. 내가 여기서 필요로 하는 부분들을 채워준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개인적인 목표는.
아직 세우지 않았다. 주장이 됐기 때문에 팀의 목표가 내 개인적인 목표다. 상위 스플릿(파이널A)을 넘어서 아시아로 향하는 티켓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작년에 해봤다. 경험을 통해 느껴서 끝까지 함께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시즌 대전의 전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전술적으로 보면 후방 빌드업부터 시작해 파이널 서드 지역까지 선수들을 도와주고 전환을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일주일 정도 훈련을 했는데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정말 많다. 개인 능력이 좋고 포텐이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 선수들이 가진 능력을 어떻게 경기장 위에서 보여주도록 도와줄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 선수들의 장점이 부각되도록 도와주고 단점들을 커버해준다면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실점을 줄이고 주도하면서 경기를 치르고, 많은 승점을 따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호연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라고 했는데.
(정)호연이를 상대하려면 파울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 경기가 끝나면 우리 모두 유니폼과 스타킹이 많이 더러워지지 않을까 싶다.
-대전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나.
사실 오늘 클럽하우스로 처음 출근했다. 아직 여기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중요한 건 이런 변화에 대한 부분들을 인지하고 왔다는 거다. 변화가 어색하다는 걸 알고 선택한 이적이다.
그럼에도 왜 이적을 선택했냐고 한다면 이런 변화들을 통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광주에 잔류했다면 더 편했을 거다. 모든 걸 알고, 모든 것에 적응한 상태였다. 그러다보면 안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나를 더 어려운 곳으로 밀어넣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적했다. 어려움이 굉장히 많다. 이사부터 해서 신경 써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다. 그런 걸 받아들이는 내 마음가짐이 각오하고 왔고, 그런 것들을 통해 사람으로나 선수로서 발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면 이런 계기들을 통해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북과의 개막전을 앞둔 소감은.
개막전은 중요하다. 원정 경기고, 전북은 좋은 선수들이 많은 좋은 팀이다. 이기기 위해 준비할 것이다. 중요한 건 한 경기를 이기는 게 아니라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는 거다. 이 시즌이 이어지려면 그 한 경기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가 이번 시즌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우리만의 색과 컨셉을 잡고 경기장 위에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렇게 경기를 계속해서 치른다면 이번 시즌 팬들에게 감동을 드리는 축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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