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진정한 에이스였다"...'코리안 몬스터' 향한 토론토의 작별 인사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KBO리그 한화 이글스 복귀가 공식 발표된 류현진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지난 4년 동안 팀을 위해 헌신한 '코리안 몬스터'를 향해 예우를 다했다.
토론토 구단은 22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모든 것이 고마웠어요, 류현진'(Thank you for everything, Hyun Jin)'이라는 글과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토론토는 이와 함께 한글로 "류현진 선수 고마웠어요. 토론토에서의 코리안 몬스터는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라는 글귀도 덧붙였다. 류현진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한화 이글스는 이날 오전 류현진과 계약 기간 8년, 총액 170억 원(옵트아웃 포함·세부 옵트아웃 내용 양측 합의 하에 비공개)에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류현진은 2023 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 두 번째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잔류와 KBO리그 복귀를 놓고 고민하던 중 친정팀 한화의 품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류현진은 2006년 한화이글스 소속으로 KBO리그에 데뷔해 그해 18승 6패 1세이브 204탈삼진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획득했다. 이후 2012년까지 통산 98승 52패 1세이브 1238탈삼진 평균자책점 2.80을 기록하며 국내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2013년부터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지난해까지 78승 48패 1세이브 934탈삼진 평균자책점 3.27를 기록,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도 수준급 선발투수로 활약을 펼쳤다. 특히 2019년에는 LA다저스 소속으로 14승 5패 163탈삼진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류현진은 2019 시즌 종료 후 FA 대박을 터뜨렸다. 에이스가 필요했던 토론토가 4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74억원)를 류현진에게 베팅했다. 류현진은 LA에서 토론토로 둥지를 옮겼다.
류현진은 토론토 유니폼을 입은 첫 해 에이스의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2020 시즌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1선발 칭호에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단축 시즌으로 치러지기는 했지만 류현진은 2019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메이저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토론토는 류현진이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 '코리안 몬스터' 효과를 누렸다.
류현진은 2020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3위에 오르며 활약상을 인정받았다. 2020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올스타 선정에서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은 물론 아시아 투수 최초로 빅리그 최고 좌완투수에 수여되는 워렌 스판상 트로피까지 품었다.
류현진은 2021 시즌도 산뜻하게 출발했다. 4월 5경기 27⅔이닝 1승 2패 평균자책점 2.60, 5월 5경기 30⅔이닝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64로 에이스의 면모를 유지했다. 6월 5경기 31⅓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4.88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7월 5경기 26⅓이닝 3승 1패 평균자책점 2.73으로 안정을 찾았다.
류현진은 다만 2021 시즌 후반기 슬럼프에 빠졌다. 8월 6경기 33⅓이닝 2승 3패 평균자책점 6.21, 9월 이후 5경기 19⅔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7.78로 난조를 보였다. 최종 성적은 31경기 169이닝 14승 10패 평균자책점 4.37이었다.
류현진은 2022 시즌을 의욕적으로 준비했지만 개막 직후 부상 불운에 발목을 잡혔다.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며 빅리그 커리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류현진은 쓰러지지 않았다. 1년 넘게 자신과의 싸움인 재활 과정을 이겨냈다. 자신이 목표했던 시점에 메이저리그 마운드로 돌아왔다.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의 준수한 기록을 찍었다. 토론토는 류현진의 복귀 이후 마운드가 안정을 찾으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을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류현진이 2023 시즌 재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직구 스피드는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감소하기는 했지만 류현진 특유의 게임 운영 능력, 안정된 제구력, 다양한 변화구 구사 능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빅리그 선발투수로 경쟁력이 높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류현진과 토론토의 동행은 2023 시즌을 끝으로 멈춰섰다. 류현진은 토론토에서 4시즌 동안 60경기 24승 15패 평균자책점 3.97의 성적을 남기고 떠나게 됐다.
토론토 팬들은 류현진이 블루제이스에 남긴 발자취를 호평하고 있다. 부상으로 2022 시즌을 뛰지 못했지만 투수진의 리더 역할은 물론 1선발의 몫까지 해냈다고 호평하는 목소리가 많다.
토론토 SNS에는 '우리 팀이 새로운 시대를 시작할 기회를 줬다', '토론토의 변화를 도와줬다', '진정한 에이스였다' 등 류현진을 치켜세우는 팬들의 댓글이 달렸다. 류현진이 토론토에 남긴 긍정적인 발자취와 공로를 인정하는 의견이 주를 이르고 있다.
류현진은 2023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와 4년 계약이 만료된 이후 메이저리그 잔류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만 37세로 적지 않은 나이와 잦은 부상 경력이 걸림돌로 꼽혔지만 선발투수의 가치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볼 때 류현진을 원하는 구단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2월 중순까지 소속팀을 구하지 못했다. 스토브리그 초반 선발 로테이션 보강이 필요했던 뉴욕 메츠와 강력하게 연결되기도 했지만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마이애미 말린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도 미국 현지 언론들을 통해 계약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일각에서 토론토 잔류 시나리오도 제기됐지만 토론토 역시 류현진을 적극적으로 붙잡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한화는 류현진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보내면서 '코리안 몬스터'의 귀환을 이끌어냈다. 금액은 물론 8년이라는 계약 기간까지 KBO리그 최고 규모로 정성을 다했다.
류현진은 한화 구단을 통해 "저를 믿고 인정해 주신 구단주, 한화그룹 임직원 여러분, 한화이글스 박찬혁 대표이사를 비롯한 구단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미국 내 FA 계약 시장이 전반적으로 미뤄지는 등 여러 사정으로 인해 리그 복귀 소식을 조금 늦게 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한화로의 복귀 시기를 두고 결국 제가 기량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지금은 다시 돌아오게 돼 진심으로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다"라고 각오를 전했다.
한화 구단 설명에 따르면 류현진은 최근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좋은 조건의 계약을 제시받았지만 고민 끝에 KBO리그 복귀를 결심했다.
한편 류현진은 오는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KE755 항공편으로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해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1군 선수단에 곧바로 합류한다.
한화 1군 선수단은 지난 21일 호주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친 뒤 무대를 오키나와로 옮겼다. 최원호 감독의 지휘 아래 22일부터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에서 2차 스프링캠프에 돌입한 상태다.
류현진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건 지난 2012년 10월 5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진행된 김응용 감독의 취임식 이후 11년 4개월 만이다.
한화는 류현진의 합류로 단숨에 2024 시즌 정규리그 판도를 뒤흔들 수 있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2018년 이후 밟지 못한 포스트시즌 무대를 올해는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류현진이 한화 소속으로 나선 마지막 가을야구는 2007년 두산 베어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이다. 류현진은 당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몸 상태 악화로 조기강판 되면서 패전 투수가 되는 아픔을 맛봤다.
한편 한화 이글스와 류현진재단은 MOU(업무협약)를 체결, 유소년 야구 발전 등 사회공헌활동도 공동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토론토 SNS/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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