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의사도 국민 위에 설 수는 없다

류정민 입력 2024. 2. 2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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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의 완승 또는 판정승.' 2020년 9월4일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 합의 이후 나온 평가였다.

정부·여당은 합의를 원했지만, 의사들 내부는 합의문 서명을 놓고 의견이 충돌했다.

"파업 중단에만 급급해 국민을 배제한 섣부른 협상에 나서 결국 의사단체에 정책 전권을 넘기는 실책을 범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이날 성명은 왜 정부가 완패했다고 평가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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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집단의 완승 또는 판정승.’ 2020년 9월4일 정부·여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 합의 이후 나온 평가였다. 의사들에게 또 하나 승리의 기억을 안겨준 4년 전 사건. 합의 과정은 극적이었다.

여당 합의문은 이날 새벽 의협에 전달됐다. 이후 문구 수정작업에 4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합의문 서명식은 오전 8시30분에서 오전 11시, 오후 1시 등 계속 미뤄졌다. 의사협회장이 현장에 나오지 않자, 당시 정부는 초조하게 그를 기다렸다. 결국 보건복지부 장관과 의사협회장 합의문 서명식은 오후 2시30분이 돼서야 이뤄졌다.

이날 합의로 의사 집단휴진(파업)과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보이콧 사태는 해결 수순을 밟게 됐다. 정부·여당은 합의를 원했지만, 의사들 내부는 합의문 서명을 놓고 의견이 충돌했다. 전공의 수십 명은 합의문 서명식 앞에서 몸싸움까지 하며 서명을 막으려다 끌려 나갔다. 여기까지 보면 정부·여당이 의도한 결과가 관철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의사 집단의 완승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는 뭘까.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의대정원 확대가 물거품이 됐다. 코로나19가 안정될 때까지 의대정원 논의를 중단하기로 합의했지만, 기약 없는 약속이었다. 의사 집단 반발을 부른 핵심 쟁점과 관련해 정부는 완패한 셈이다.

지난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모습.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하루 앞선 이날 사직서 제출과 함께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당시 청와대는 "최일선에서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거듭 전한다"는 대통령 뜻을 전하며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외부의 평가는 달랐다. "파업 중단에만 급급해 국민을 배제한 섣부른 협상에 나서 결국 의사단체에 정책 전권을 넘기는 실책을 범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이날 성명은 왜 정부가 완패했다고 평가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협상 국면에서 의사들이 힘의 우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의료 붕괴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정부 인식은 의사집단의 단체 행동에 무기력한 현주소를 노출하고 말았다. 당시에도 의사 집단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여론이 컸지만, 의사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결국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냈다.

2024년 2월, 의사들은 다시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번에도 의대정원 확대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22일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사흘째다. 병원 진료는 물론이고 수술까지 미뤄지면서 환자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암 환자들은 "제발 돌아와 달라"면서 의료현장 복귀를 호소했다.

정부는 병원 복귀 거부 주동자와 배후세력의 구속수사를 공언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 엄정 대응을 천명한 것은 바른 선택이다. 국민 생명을 다루는 직업군이라는 이유로 법의 허용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을 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

의사들은 버티면 승리한다는 인식, 그 악습의 폐단을 이젠 끊어낼 때가 됐다. 물론 의료 마비 상황이 지속할수록 정부는 사태를 시급히 수습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원칙을 저버린 채 적당히 봉합하면 2020년 상황과 다를 바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어떤 집단도 국민 위에 설 수 없도록 정부가 뚝심 있게 원칙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하고 있다.

류정민 사회부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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