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띄우는 尹 "韓원전 기초 다진 분"

민생토론회서 이승만 전 대통령 첫 언급
여야도 총선 전 전직 대통령 업적 부각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흔히 원자력 발전의 시작을 1978년 4월 고리 1호기로 기억하는 분이 많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원전의 기초를 다진 분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이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관련 영화가 각각 나온 데다 정치권에서도 이들을 띄우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창원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연 14번째 민생 토론회를 시작하며 이같이 말했다.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을 소개한 적은 있지만, 이 전 대통령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원자력의 미래를 내다봤던 이 전 대통령이 1956년 한미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고, 1959년에는 원자력원과 원자력연구소를 설립해서 원전의 길을 열었다"며 "또 서울대와 한양대에 원자력 공학과 설치해 연구개발의 토대를 닦았다. 실로 대단한 혜안이 아닐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를 이어받아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9년 최초의 원자력 장기 계획을 수립해 우리 원전 산업을 일으켰다"며 "이렇게 시작된 원전이 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공급해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국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중요한 원전 산업의 핵심 도시가 창원"이라며 "그런데 제가 취임 직후 창원을 방문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전임 정부의) 무모한 탈원전 정책으로 지역 원전 업계가 한 마디로 고사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념에 매몰된 비과학적 국정운영이 세계 일류 원전 시설을 사장하고 기업과 민생을 위기와 도탄에 빠뜨렸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최근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룬 영화 '건국전쟁'에 대해서는 "역사를 올바르게 알 수 있는 기회"라고 참모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설 연휴인 지난 10일에는 해병 청룡부대(2사단)를 방문해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무적 해병'의 휘호를 받은 역사적인 부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이승만 대통령기념관 건립 사업에 5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야는 각각 총선을 앞두고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부각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10일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길위에 김대중'이 개봉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강기정 광주시장 등 야권 정치인들이 결집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서울시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여권 정치인들도 이달 1일 개봉한 건국전쟁을 일제히 관람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