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복귀가 LG에 미치는 영향…"최다승 도전 포기합니다"
"올해는 역대 최다승 기록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포기해야겠습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복귀를 앞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5)은 지난해 우승팀 LG 트윈스의 스프링캠프에서도 연일 화제다. 22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만난 염경엽 LG 감독은 "류현진이 돌아오면 야구는 더 재밌어지고, 감독들은 더 힘들어질 것 같다"며 "일단 최다승 경신은 포기했다. 올 시즌 목표 승수도 84승으로 조정했다"고 짐짓 한탄했다.
LG는 지난해 86승 2무 56패(승률 0.606)의 성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 역대 최다승 기록(2022년 87승)에는 못 미쳤지만, 29년 만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엔 충분했다.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올 시즌을 준비한 염 감독은 내심 '2년 연속 통합 우승'과 '역대 최다승'을 동시에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류현진의 국내 복귀 소식을 듣는 순간 두 번째 목표를 지웠다.
염 감독은 "류현진은 충분히 10승 이상을 할 수 있는 투수다. 그 한 명이 가세하면서 한화는 국내에서 2위 안에 드는 1~4선발진을 보유하게 됐다"며 "올 시즌엔 5강을 차지하려는 중위권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다. 순위 경쟁 팀이 늘어나면, 모든 팀의 승수가 전체적으로 떨어진다. 올해 우리 팀이 84승 정도 해낸다면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빅리그로 떠난 류현진은 MLB 통산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 탈삼진 934개를 남기고 12년 만에 한화 복귀를 결심했다. 한화 입장에선 역대 그 어떤 외국인 선수보다 MLB 커리어가 화려한 선발투수를 새 전력으로 맞아들이는 셈이다. LG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은 "빅리그에서 류현진을 상대해본 적은 없지만, 올스타 출신이고 진짜 좋은 공을 던지는 투수라 잘 알고 있었다"며 "류현진이 한화로 온다니 흥미진진한 변수다. 올 시즌 한화가 더 무서워질 것 같다"고 했다.
염 감독은 류현진의 복귀가 한화에 성적 그 이상의 가치를 안겨줄 거라고 봤다. 한화는 국가대표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한 문동주 외에도 김서현, 황준서 등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유망주 투수들을 보유했다. 염 감독은 "지금 한화에는 국내 최고 투수로 성장할 만한 잠재력을 지닌 투수들이 가장 많다. 이들의 성장에 류현진이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날 것"이라며 "선수를 육성하려면 좋은 감독과 코치도 필요하지만, 본보기가 될 만한 좋은 선배의 존재가 훨씬 더 중요하다. 지도자들의 한마디보다 선배들의 조언이 후배들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미국을 휘어잡았던 류현진의 투구 기술과 루틴, 노하우가 한화의 후배들에게 가장 큰 교과서이자 동기부여가 될 거라는 의미다. 오스틴도 "류현진이 빅리그에서 쌓은 요령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면, 앞으로 한화 투수들이 더 크게 성장할 것 같다"고 했다. 염 감독은 "한화는 류현진 덕에 내년, 내후년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는 확률을 높였다. 그것만으로도 류현진에게 큰 돈을 투자할 미래 가치는 충분하다"고 역설했다.
류현진은 KBO리그 시절 'LG 킬러'로 유명했다. 데뷔 첫 승 상대가 LG였고, 역대 한 경기 최다 탈삼진(17개) 기록도 LG전에서 세웠다. KBO리그 통산 98승 중 21승(21%), 통산 탈삼진 1238개 중 265개(21%)가 LG전에서 나왔다. 올 시즌 LG는 한화와 정규시즌 개막 2연전을 치른다. 새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류현진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묘한 인연이다.
염 감독은 "류현진은 그때보다 나이를 먹었고, LG 타자들 실력은 더 올라갔다. 매 경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천적 관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다.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스코츠데일(미국 애리조나주)=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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