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시니어 복지용구, '그레이몰'에서 검색하세요"

박유진 2024. 2. 2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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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그레이스케일 대표

"지금 복지용구 제품 거래는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이뤄집니다. 직접 보고 만져야 살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생각 때문이죠. 이제는 옷과 신발도 온라인에서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데, 몇 년 후에 디지털 쇼핑이 더 익숙한 사람들이 복지용구가 필요한 나이가 되면 온라인 수요도 커지지 않을까요?"

지난 20일 경기 부천시 그레이스케일 쇼룸에서 만난 이준호 대표(54)는 노인 복지용구를 판매하는 쇼핑몰 '그레이몰'을 운영하고 있다. 그레이몰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적용되는 보행기, 지팡이, 목욕의자 같은 복지용구를 비롯해 재택 케어 용품과 관련 서비스까지 팔고 있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파악하기로 우리나라 복지용구 시장이 소매가 기준 3400억원 정도 규모인데, 노인 인구가 늘면서 이 시장이 매년 13~15%씩 성장하고 있다"며 "구매의 온라인 전환이 서서히 이뤄질 것을 대비해 길을 닦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그레이스케일 쇼룸. 전동침대, 휠체어, 안전바 등 복지용구들이 전시돼있다. 사진=그레이스케일

-복지용구에 관심 가진 계기가 궁금하다.

▲쉰 살이 넘는 나이가 되니 주변에 선후배 지인들의 부모님이 대부분 몸이 안 좋아졌다. 친한 친구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어머니가 치매가 와서 필요한 제품이 많았는데, 유통 쪽에서 일하던 내게 복지용구 판매에 관해서 묻더라. 같이 고민하자는 취지로 복지용구 사업소에 가서 물어봤더니 제품 없이 카탈로그만 보여줬다. 그때 왜 제품은 안 보여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있으면 소비자는 제품 정가의 15% 정도만 내면 되니 '어차피 싸게 구입하니 주는 대로 사라'라는 건가 싶었다. 수요자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노인장기요양보험도 잘 몰랐던 내가 이 시장 자체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창업 전 경력은 어떻게 되는지.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첫 사회생활을 삼성물산 유통 부문에서 시작했다가, IT 붐이 일었을 때 나와서 고등학교 동창과 첫 창업을 했다. 이후에는 아웃도어 제품 온라인몰, 현대홈쇼핑 등을 다니며 온라인 유통 분야에서 일했고, 온라인 교육 업체에서도 일했다.

-온라인으로 판매하려는 생각을 왜 하게 됐나.

▲굉장히 클 수 있는 시장인 것 같은데 너무 오프라인 위주였기 때문이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은 거동이 굉장히 불편하다.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분들이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가기는 어렵다. 결국 구매자는 자녀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럼 온라인에서도 승부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만 복지용구를 판매하려면 복지용구 사업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받으려면 오프라인 매장이 있어야 하더라. 부천에 매장을 열고 승인받은 후 웹사이트를 준비해서 2022년 4월에 열었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살 수 있게 하려면 제품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야 하므로 매장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일일이 제품 사진을 찍고, 길이나 크기·무게 관련 정보와 수치를 자세하게 담았다.

-복지용구만 파나.

▲처음에는 복지용구만 팔다가 제품군을 확장했다. 일부 의료기기, 혈압계나 관절 보호대, 고령친화식품 등 판매 제품 종류를 늘리기 시작했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그레이스케일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한다. 디자인 전문 업체와 상품을 기획해 제조는 중국에서 위탁생산할 예정이다. 빠르면 올해 안에 제품이 나올 것 같다. 복지용구 쪽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가 없다. 대상에서 나오는 단백질 음료 뉴케어, 유한킴벌리의 기저귀 브랜드 디펜드 정도가 전부다.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발전시키고 싶다. 제품 특성이 안전성에 치중하다 보니 미적으로는 분명 부족하다. 감각적 디자인을 가진 제품이 나와야 나중에 수출 기회도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방 프랜차이즈 지점을 열 생각도 있다. 복지용구 중에 안전손잡이 등 소비자의 집에 설치해야 하는 제품들이 있는데, 수도권은 관련 업체와 제휴해서 설치가 가능하지만 그 외 지역은 아직 어렵다. 제품을 꼭 직접 봐야겠다는 수요자들도 있으니, 지방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더 많이 만들고 뻗어나갈 계획이다.

-투자를 받은 적이 있나. 향후 유치 계획은.

▲지난해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에서 시드투자와 후속투자를 받았다. 올해는 디지털대성에서 프리A 투자를 받았다. 우리 브랜드를 새로 만들면서 내년 초에 한 번 더 받으려고 준비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하는 기술창업투자프로그램(TIPS)에도 선정됐다. 복지용구를 구매하는 건 대부분 어르신의 자녀들인데, 늘 '어떤 걸 사야 하냐'라고 물어본다. 매번 전화로 설명하지만 더 편하게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건강 상태와 신체조건 등을 입력하면 큐레이팅해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려고 한다. 그 내용을 갖고 지원해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2년 동안 5억원을 지원받는다.

-성장세는 어떤가.

▲작년에 매출을 7억원을 달성했고 올해 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정적인 매출과 흑자가 유지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개인적으로 파악하기로 우리나라 복지용구 시장이 소매가 기준 3400억원 정도 규모다. 아직도 대부분의 거래가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그레이몰의 시장점유율은 낮은 편이다. 다만 몇 년 후에 디지털 쇼핑이 더 편한 사람들이 복지용구가 필요한 나이가 되면 구매의 온라인 전환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길을 닦아두고 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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