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블루 시그널] 역사 인식과 더불어 중요한 건 화해

2024. 2.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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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해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 ‘건국전쟁’을 지난주 교인들과 함께 단체관람했다. 그동안 국부 이승만 대통령이 역사 속에서 나쁜 이미지만 각인돼 왔는데 이 영화는 그간 외면받고 가려졌던 이 대통령의 업적을 잘 보여줬다. 영화가 끝날 때는 모두 기립박수를 쳤다.

영화 내용은 모두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을 건드린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평가가 박했고 이에 동조하는 보수 성향 관람객의 온도가 그대로 전해졌다. 제목은 ‘건국전쟁’이었지만 마치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분열을 드러낸 ‘역사전쟁’을 보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물론 여기에는 그동안 좌편향 되었던 문화계 학계 등에 책임이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허위와 왜곡을 동원해 ‘이승만 죽이기’를 이어온 것에 대해 이 영화가 ‘반작용의 법칙’으로 작동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평가절하된 김구 선생은 1930년대 한인애국단을 조직해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항일 의거를 주도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규군으로 창설된 한국광복군은 국내 진공작전까지 계획했지만 일본의 패망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만약 그 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면 우리는 독립군의 힘으로 광복을 쟁취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게 잡아도 3000~4000명이었던 초라한 규모의 독립군으로 당시 세계 3대 강국으로서 700만에 육박하던 일본군에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꾸준히 무장투쟁을 전개해 왔다는 사실 덕분에, 한국은 전후 국제 사회로부터 일본과 같은 전범 국가 취급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한반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특수보호지역’으로서 조선인들도 사실상 일본과 함께 연합군의 적이었기 때문에 종전 후 군사재판에서 처벌을 받을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군의 항일 무장투쟁은 한국 또한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피해자였다는 증거이자 세계만방에 대한민국 독립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명분으로 작용했다. 반면 이승만 박사는 무장투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찌감치 외교에 ‘올인’한다. 이역만리 미국 땅에서 혈혈단신 외교전을 펼치던 당시 이 박사는 조선인들의 항일 독립운동을 명분과 증거로 삼아 미국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 박사와 김 선생은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소명의 두 축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대통령으로서 이승만의 가장 중요한 업적은 대한민국의 안보와 발전에 발판이 된 한·미동맹을 탄생시킨 것이다. 한국전쟁 직후 그는 연합군의 무기와 군수지원을 통해 비대해진 한국군을 앞세워 돌발적으로 북진을 주장했고, 당시 정전을 원하던 미국을 은근히 압박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얻어내는 신의 한 수를 뒀다. 이런 이승만의 외교적 성과는 오늘날 진보성향 국제정치학자들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군사동맹으로서 전후 대한민국의 생존을 보장했을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함하는 ‘포괄동맹’의 성격으로 발전해 왔으며, 대한민국은 이를 바탕으로 고도성장하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다.

이처럼 우남과 백범은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소명을 갖고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한 축을 담당했다. 역사적 인물들은 누구나 공과를 가지고 있다. 이 박사는 국제 정세를 정확하게 판단해 외교를 통한 독립을 이뤄냈고,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통일 노선을 포기하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우선해 국가의 기초를 다졌다. 김 선생은 항일무장운동을 통해 조선 독립의 정당성을 확보했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미래 통일한국을 위한 이상을 심었다.

두 인물은 서로 다른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본질적으로 대한민국을 위해 자신이 선택한 방식으로 헌신했고, 결국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각자의 건국 아버지를 서로 존중하며 역사전쟁을 종식하는 시대적 화해가 절실한 때다. 특별히 기독교는 화해의 종교다. 우리는 ‘건국전쟁’을 보고 올바른 역사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각 진영에 속해 또 다른 이념 전쟁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시대를 화해와 상생의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새에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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