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의 사람사진] 0.1㎜ 붓끝으로 불러낸 부처…불경·코란·성서가 한자리에
예일대 사경(寫經)전 여는 김경호
하나는 예일대학교에서의 전시(2월 19일부터 8월 11일까지) 포스터였다.
포스터엔 그가 손으로 쓴 사경 작품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성서를
손으로 쓴 예일대 소장품과 함께 전시된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또 하나는 예일대에서의 강연(2월 27일) 포스터였다.
포스터엔 워크숍과 시연 안내까지 아울러 포함되어 있었다.
그에게 이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제가 오래전부터 이걸 꿈꿨습니다.
우리 사경이 세계 속에서 인정받으려면 코란, 성경과 같이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지금 예일대학교에서 제 꿈이 이루어졌네요.”
오래전 그가 이런 고백을 한 적 있었다.
“국보·보물만 200여 점에 이르는 사경이지만, 전통이 거의 끊겼습니다.
저라도 우리 문화인 사경을 널리 알려야 맥을 잇지 않겠습니까.”
오래전 그의 고백으로 보자면 드디어 자신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이었다.
사실 그의 사경은 불경을 옮겨 적는 것만 아니라 그림까지도 아우른다.
보통 작품 하나 완성에 5~6개월, 길게는 9개월이 걸린다.
대체 뭘 어떻게 그리기에 최소 5~6개월이 걸릴까.
“1㎜ 안에 5~10개의 미세한 선을 긋고,
1㎜ 크기의 부처 얼굴에 눈·코·입을 그릴 때도 있습니다.
이때는 붓끝 한두 개의 털로 0.1㎜의 선으로 그려 냅니다.”
이렇게 그리니 적어도 한 작품에 5~6개월이 걸리는 터였다.
그의 작업 환경을 알고 보면 더 경외심이 든다.
“아교가 굳지 않으려면 실내 온도가 35도를 넘어야 합니다.
습도도 90%는 되어야 하니 조금만 붓을 잡고 있어도 땀이 흐릅니다.
눈만 한 번 깜빡여도 선이 삐뚤어지고,
숨만 한 번 크게 쉬어도 선이 흔들립니다.”
그 말끝에 그가 스스로 ‘외길’이란 호를 지은 이유가 보였다.
'외길', 사경이란 한 길 삶을 살겠다는 그의 의지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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