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비명횡사’ 반발 확산…벼랑끝 몰린 이재명 리더십
4·10 총선을 4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이재명호(號)’가 불공정 공천 논란으로 거센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밀실 회의와 비선 논란, 정체불명 여론조사 등 노골적인 비명 쳐내기와 친명 밀어주기에 당 전체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시스템 공천, 민주적 원칙과 객관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가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 민주당 원로들과 회동한 직후였다.
그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탈당에도 침묵했던 두 전직 총리는 ‘공천 파동’에 대해 “이재명 대표가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찍이 민주당 공천이 투명성, 공정성, 국민 눈높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런데 현재 진행되는 공천은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당이 사분오열되고 서로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 마음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 사태의 책임자로 이 대표를 지목하며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총선 승리를 위해 작은 이익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비명계에 집중된 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 등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다. 원로 모임의 한 참석자는 “김 전 총리는 특히 박용진 의원이 하위 20%에 포함된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성토했다”고 전했다.
당내에선 두 전직 총리의 공동선대위원장 역할론이 자주 거론돼 왔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총선 승리에 기여하는 역할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재명 성토대회 된 민주당 의총 “이 대표 2선 후퇴” 주장도
국회에서 2시간가량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역시 이재명 대표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은 최근 지역구에서 자신은 배제된 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포함돼 실시된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추 전 장관이 (국민의힘 동작을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을 이길 것 같나. 만약 여기서 지면 이 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책임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조 사무총장은 논란이 된 여론조사에 대해 “대체로 당내 여러 기구에서 한 게 맞다”고 시인했다고 한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홍익표 원내대표가 ‘여론조사에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 사실관계를 파악해 문제 있는 여론조사업체는 제외시키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현역 배제 여론조사 등에 대해 “당에서 한 조사가 아니다”고 부인해 왔다. 선출직공직자평가 및 경선 여론조사와 현역 배제 여론조사가 동일한 업체에서 진행됐다는 보도도 부인했다. 그러나 조 총장이 기존 해명을 180도 뒤집으면서 지도부와 공천관리기구의 신뢰성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비선 기구를 활용해 공천에 개입했다”는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이날 정필모 의원이 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을 사퇴했는데, 여론조사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의총에선 경선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불출마를 선언한 오영환 의원은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은 누가 봐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거나 다른 계파로 분류된 분들”이라며 “객관적, 합리적 기준이 적용된 게 맞느냐”고 따졌다. 홍영표 의원은 “대표 측근 변호인단을 공천하려고 이런 상황을 만드나. ‘이재명 사당(私黨)화’를 위한 작업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정작 이 대표는 의총에 불참했다. 총회 중간엔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이나 김성환 인재영입위 간사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에 의원들은 “당 대표도 없는데 어디 가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또 박영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와 측근들은 밀실에서 공천학살과 자객공천을 모의하고 있다”며 “이 대표와 공관위원장이 사표를 내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가 당을 친위대로 꾸리려다 자칫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CBS 라디오에서 “불리한 현재 판을 뒤집으려면 이 대표가 총선에 불출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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