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현의 시대’…‘왼손 트로이카’ 다시 뜬다
한때는 화려한 강속구로 프로야구 마운드에서 군림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뒤엔 투철한 희생정신으로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국내 무대를 평정한 뒤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투지를 불살랐다.
30대 중반의 ‘왼손 트로이카’ 류현진(37)과 김광현(36·SSG)·양현종(36·KIA)의 공통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베테랑 왼손 투수 3명이 마침내 KBO리그에서 다시 만난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류현진이 한화 이글스 복귀를 결정하면서 야구팬들은 이들 삼총사가 마운드에서 활약할 날을 고대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왼손 트로이카=류현진과 김광현·양현종은 프로 데뷔 때부터 남달랐다. 류현진은 동산고를 갓 졸업한 2006년 다승(18승)과 평균자책점(2.23), 탈삼진(204개) 1위를 휩쓸면서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또, 역대 최초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수상하면서 ‘괴물’ 투수란 별명을 얻었다.
이듬해인 2007년 데뷔한 김광현은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맹활약하면서 SK 와이번스 왕조의 주역이 됐다. 2007년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양현종은 처음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2009년 12승을 기록하며 통합우승의 디딤돌을 놨다.
화려하게 등장한 이들 3명의 투수는 같은 듯 다른 매력으로 각자의 영역을 구축했다. 류현진은 능구렁이 같은 경기 운영으로, 김광현은 폭주기관차 같은 와일드함으로, 양현종은 흔들림 없는 꾸준함으로 왼손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이들이 등판하는 날이면 팬들이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국가대표로서도 맹활약했다. 출전 시기만 조금 달랐을 뿐, 국가가 부를 때면 언제나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서 한국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어린 후배들은 류현진과 김광현·양현종의 역투를 보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나란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는 것도 이들 3명의 공통점이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LA 다저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했다. 뒤이어 김광현과 양현종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왼손 에이스로서 위력을 발휘했다.
◆세월과 싸워야 하는 베테랑=김광현은 2022년 3월 SSG 랜더스와 4년 151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했다. 양현종은 그보다 조금 앞선 2021년 12월 KIA와 4년 103억원의 계약을 통해 KBO리그로 돌아왔다. 류현진도 한화와 초대형 계약을 앞두고 있다. 4년 동안 170억원+α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 류현진은 지난 2년간 부상 탓에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22년에는 6경기에서 겨우 27이닝만 던졌고, 지난해에도 11경기 52이닝만 소화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계약 연장을 노렸지만, 결국 이런 문제가 겹쳐 FA 계약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김광현과 양현종도 지난해부터 공의 위력이 떨어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두 선수 모두 지난해 10승을 채우지 못하고 각각 9승을 기록했다. 마운드를 지키는 횟수도 줄어들어 김광현은 지난해 168과 3분의 1이닝, 양현종도 171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2000년대 후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했던 왼손 트로이카는 이제 30대 후반으로 접어든다. 구위는 예전만 못하지만, 베테랑의 경험과 관록만큼은 여전히 빛난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황혼기를 맞아 마지막 불꽃을 불사르는 이들 왼손 삼총사의 대결로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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