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2년전 팔꿈치 수술…한화서 잘 던지기 위해서였다
“메이저리그(MLB)에서 몇 년 더 뛰려고 팔꿈치 수술을 한 게 아닙니다. 한화 이글스에서 잘하고 싶어서 수술했어요.”
지난해 11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계약이 끝나고 귀국한 류현진(36)은 지인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아직 한국 복귀를 결심하지도, 한화와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류현진은 2022년 6월, 30대 중반의 나이에 두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적지 않은 나이여서 위험 부담이 컸지만, 고민하지 않고 과감하게 수술을 결정했다. 그런데 그 결단의 목적이 ‘메이저리그’가 아닌 고향 팀 ‘한화’였다는 설명이었다.
한화를 향한 류현진의 애정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더 크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됐을 때, 그의 마음은 이미 한화로 기울어져 있었다. 처음부터 MLB에서의 다년 계약은 선택지에 없었다. 머리로는 MLB를 떠올렸지만, 마음은 한화를 향했다. 협상 전 에이전트에게 “2년 계약이나 1+1년 계약은 하지 않겠다. 계약 기간은 1년, 금액은 1000만 달러 이상이어야 사인하겠다”고 못 박았다. 실익이 없다면 굳이 빅리그에 남아 한화 복귀를 미룰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거취를 고민하면서 일본 히로시마 카프에서 은퇴한 구로다 히로키를 예로 들었다. 구로다는 1997년부터 11년간 히로시마의 에이스로 활약하다 2008년 MLB에 진출해 LA 다저스(4년)와 뉴욕 양키스(3년)에서 뛰었다. 양키스와의 계약 마지막 해인 2014년에도 11승 9패, 평균자책점 3.71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FA가 된 그에게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이 거액을 제시했다.
그러나 39세가 된 구로다는 그 제안을 뿌리치고 친정팀 히로시마로 돌아왔다. “내가 언제까지 공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아 던질 수 있을까 생각해봤을 때, 지금 복귀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구로다의 선택은 일본 프로야구뿐 아니라 MLB에도 큰 울림을 줬다. 결국 그는 약체였던 히로시마를 2016년 25년 만의 센트럴리그 우승으로 이끌고 은퇴했다. 류현진 역시 “구로다처럼 머지않아 내 힘으로 한화의 우승을 이끄는 게 오랜 꿈”이라고 털어놨다.
류현진은 최초의 KBO리그 출신 메이저리거였다. 빅리그에서 보낸 11년간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기도 했고, 부상과 싸우느라 지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화를 잊지 않았다. 한화 경기를 매일 챙겨봤고, 해마다 겨울 훈련지에 한화의 후배 투수들을 데리고 갔다. 그런 류현진이 이제 다시 한화로 돌아와 ‘우승’을 다짐하고 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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