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의문사·반역죄 체포…푸틴 내달 대선 앞 공포정치 강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옥중 돌연사한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나섰다. 코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대선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반대 세력에 대한 가차없는 응징을 통해 불만 여론의 싹을 자르려는 러시아 정부의 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나발니의 친동생인 올레그 나발니가 러시아 내무부의 수배 명단에 두 번째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내무부 관계자는 경찰이 올레그에 대한 새로운 형사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다면서도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나발니 유족들이 그의 시신이라도 보여달라고 호소하는 와중에 나왔다. 당국은 러시아 전역에서 나발니를 추모하는 시민들을 무차별 체포했고, 이 중 일부는 2주 이상 구금형을 선고받았다.
나발니의 모친 류드밀라 나발나야는 21일 교도소가 위치한 지역 법원(살레하르트시 법원)에 아들의 시신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한 심리가 다음 달 4일 열릴 예정이다.
영국 더타임스는 러시아에서 망명한 인권운동가 블라디미르 오세크킨의 발언을 인용해 “나발니의 사인이 심장에 한순간 강하게 꽂힌 ‘원 펀치 처형’일 것”이라며 “소련 KGB(러시아 연방정보국(FSB)의 전신) 요원들이 쓰는 특유의 수법으로 살해됐다”고 20일 보도했다.
유럽 전역의 러시아 망명자들도 공포에 휩싸인 상태다. 개전 직후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러시아 공군 조종사 막심 쿠즈미노프가 스페인에서 피살되면서다. 스페인 경찰은 러시아 정보 당국과 러시아 마피아의 범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가디언은 “러시아 정부는 지금껏 유럽 전역에서 일련의 암살을 자행했다”고 전했다. 2019년 독일 베를린의 한 공원에선 FSB 요원 바딤 크라시코프가 젤림칸 칸고슈빌리 전 체첸반군 사령관을 사살했다.
러시아 보안 당국은 ‘반역죄’ 카드도 꺼내 들었다. FSB는 20일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와 미국 이중국적자인 크세니아 카바나(33)를 반역 혐의로 체포했다. 혐의가 확정되면 최대 2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지 법률단체는 카바나가 우크라이나 자선단체에 51달러(약 6만9000원)를 기부한 것이 체포 사유라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정부가 이처럼 무차별 탄압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대선(내달 15~17일)을 앞둔 푸틴 대통령이 탄압 강도를 낮출 것이란 국제 사회의 예상과 달리, 더 광범위하고 강한 압박을 예고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돈줄을 틀어막는 강력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0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나발니의 사망에 분명 책임이 있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나발니에게 일어난 일과 2년에 걸친 사악하고 잔인한 전쟁 과정에서의 모든 행동에 대해 러시아에 책임을 지우는 중대 제재 패키지를 23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 군수 산업에 타격을 주고 러시아로 들어가는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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