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현역불패, 대부분 경선 이상 보장...당내 "기득권 공천"

김기정, 이창훈, 전민구 2024. 2. 2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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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10차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천 불패’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현역 지역구 의원의 컷오프(공천 배제) 사실도 비밀에 부치면서 “쌍특검 표결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1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정영환)는 7곳에 출마할 공천 명단을 추가 확정했다. 당의 지역구 조정 요청을 수용한 박진(서울 강남을) 의원은 서울 서대문을에 전략 공천됐고, 김현아 전 의원은 경기 고양정 후보에 단수 공천됐다.

13개 지역구는 경선 지역으로 분류됐다.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에선 비례대표 출신의 노용호 의원과 김혜란 전 판사가 경선을 치른다. 영입 인사인 경제관료 출신의 박영춘 전 SK부사장은 탈락했다. 춘천-철원-화천-양구을에선 지역구 현역인 3선 한기호 의원과 이민찬 상근부대변인, 허인구 전 SBS워싱턴 특파원이 3자 대결을 펼친다.

여권 강세 지역인 대구 수성을에선 초선 이인선 의원과 김대식 전 국민통합위 청년특위위원이 맞대결한다. 대구 동을에선 지역구 현역인 초선 강대식 의원과 비례대표 조명희 의원, 이재만 전 동구청장 등 모두 5명이 경선한다. 지역구 현역인 김영식 의원과 이른바 ‘용핵관’ 핵심으로 꼽히는 강명구 전 국정기획비서관이 공천을 신청한 경북 구미을 지역도 경선이 유력하다고 한다.

신재민 기자

이날 발표에서도 현역 의원들은 최소 경선 이상을 보장받는 ‘현역 불패’ 흐름이 이어졌다. 21일 현재 공천을 신청한 현역 102명 중 단수·우선(전략)추천으로 공천이 확정된 의원은 40명(39.2%), 경선에 나서는 의원은 37명(36.3%)이다. 10명 중 8명 정도가 공천이 확정됐거나 상대적으로 현역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경선 기회를 얻은 것이다. 특히, 현재까지 컷오프된 지역구 의원은 단 한 명도 없다. 전직 의원 출신의 예비후보는 “상징적 인물보다 지역에 밀접한 현역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득권 공천’이 이뤄지고 있다”며 “본선에서 큰바람을 일으킬 공천 컨셉 자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29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본회의 처리가 유력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및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안) 재표결 때문에 국민의힘이 현역 교체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원내지도부는 당 공관위에 현역 의원의 반발이 예상되는 민감한 지역의 공천을 최대한 늦춰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컷오프 반발로 인한 표 이탈을 의식해 민감 지역 발표를 미루면서 공천이 꼬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현역 의원에 대한 희망고문식 공천이 이어지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공관위는 컷오프 대상에 대해서도 함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영환 위원장은 “컷오프 명단을 알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비밀을 보장하는 게 국민의힘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쌍특검법 표결을 앞두고 탈락한 현역 의원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것”이란 관측이다. 또 컷오프 대상이 공천 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거나, 이미 지역구 재조정을 통해 경선 이상을 보장받아 공관위가 당초 공언한 지역구 의원 ‘하위 10%’ 수준인 7명 컷오프를 채울 수 없게 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신재민 기자

현역 의원 대부분 경선 이상을 보장받은 건 개혁신당으로의 이탈이나 무소속 출마를 봉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감점 대상인 ‘하위 10~30%’ 대상 여부도 경선 참여 서류 서명 직전에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한 경선 참여자는 “가·감점 여부를 경선 참여 직전에야 알 수 있게 하는 건 후보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역 교체율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장동혁 사무총장은 “동일 지역 3선 이상 감점, 현역 의원 하위 평가 조정으로 인한 감점 등이 남아있다”며 “최종 공천 결과까지 보고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공천이 반환점을 돌며 공천 탈락자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컷오프 대상이 일부 특정된 것처럼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4선 이명수(충남 아산갑)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경선 참여 보장을 공관위에 요구했다. 그는 “현역 의원 관련 내용이 사전 통보 없이 특정 언론에 의해 유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며 “제 개인이 아닌, 아산시민에 대한 정치적 모멸 행위”라고 했다.

단수공천에 밀려 경선에서 배제된 영남 일부 지역 예비후보들은 ‘무소속 연대’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병규·김재경(경남 진주을), 이수원·원영섭(부산 부산진갑), 박진관(경남 김해을), 김경원(경북 영천-청도) 등 예비후보 6인은 이날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소속 연대 결성 등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與, ‘하위 평가’ 반발해 민주당 탈당한 김영주 영입 적극 검토

국민의힘은 지난 19일 현역 의원 하위 평가 대상에 선정된 데 반발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국회부의장 김영주 의원(서울 영등포갑ㆍ4선)의 영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비교적 온건한 의정 활동을 해온 김 부의장은 친윤계 의원들과도 친분이 있다고 국민의힘 관계자는 전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김 부의장에 대해 “대단히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김 부의장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으로 가서 출마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다만 아직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직접적인 연락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기정ㆍ이창훈ㆍ전민구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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