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크레인은 트로이 목마"…바이든, 행정명령으로 퇴출 수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사실상 중국을 직접 겨냥하는 해양 사이버 보안 대책을 21일(현지시간) 발표한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스파이 도구 활용 가능성이 제기돼 왔던 중국산 컨테이너 크레인에 대해 강력한 사이버 보안을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해양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토안보부 권한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은 해안경비대에 적성 국가 및 세력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에 대응하거나 해상 운송 선박·시설에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사이버 사고에 대한 보고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와 함께 향후 5년간 미국 항만 인프라에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 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 행정명령에는 사이버 위협이 알려지거나 의심되는 선박의 이동을 통제하고 항만 안전과 보안 위협 요인을 시정하도록 해당 시설에 요구하거나 해당 사이버 시스템과 네트워크가 들어간 선박·해안 시설을 검사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항만 시설의 사이버 보안 강화를 골자로 한 이번 지침은 사실상 미국 항만의 80% 이상을 점유한 중국산 크레인 퇴출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정부 당국자는 “중국산 크레인은 원격으로 제어하고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 잠재적 악용에 취약할 수 있다”며 “해안경비대는 미국 내 다수를 점한 중국산 크레인이 가할 수 있는 미국 중요 인프라 보호를 위해 해상 보안 지침을 발표한다”고 했다. 이 당국자는 해당 지침의 구체적 내용은 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중국산 크레인 소유주와 운영자에게 여러 가지 사이버 보안 요건을 부과할 예정이며 중국 전역의 항만 책임자들에게도 이 지침을 전달하고 준수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주요 항구에서 조업하는 중국산 컨테이너는 스파이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되곤 했다. 중국산 크레인에 장착된 정보 수집 장치가 항만 컨테이너의 출처와 목적지 등 화물 정보를 추적해 중국 본국에 보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물류 공급망을 교란시켜 미국에 상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특히 미군 이용 빈도가 높은 버지니아·메릴랜드·사우스캐롤라이나 등 항구에 최근 수년간 중국 상하이전화중공업(ZPMC) 크레인이 다수 배치돼 비밀정보 유출 우려가 커졌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2022년 중국이 크레인을 통해 항만 물동량을 교란하거나 군사장비 하역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송신탑에서 미군 핵기지 감청 가능성이 제기됐고, 중국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정부기관·연구기관 등에서 퇴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 크레인도 미 군수물자 및 화물 정보 수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강도 높은 보안 대책이 이날 나온 것이다.
미 정부 당국자는 “미국 항만과 규제 대상 시설에 중국산 크레인이 200대 이상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기존 크레인의 약 50%를 조사했고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이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분명한 우려가 있으며 범죄활동과 관련된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일본 최대 항구 중 하나인 나고야 항구가 랜섬웨어 범죄 공격으로 며칠 동안 운영이 중단된 적이 있다.
중국산 항만 크레인은 한국 항만에서도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 정부가 중국산 항만 크레인의 국산 대체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는 지난해부터 추진되는 컨테이너 부두에 설치될 항만 크레인을 국내 업체에 발주하거나 국내 업체에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국내산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ㆍ강태화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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