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0년만에 그린벨트 전면개편 선언…"등급 높아도 바꿀 것"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의 결정적 장애였던 획일적인 해제 기준을 20년 만에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2001∼2003년 춘천·청주·전주·여수·제주·진주·통영권 7개 중소도시 그린벨트가 전면 해제된 이후 20년만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울산에서 ‘다시 대한민국! 울산과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13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새로운 산업을 전개할 수 있는 입지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발제한구역과 농지이용 규제 혁신을 통해 노동과 자본 기술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경제적 가치 창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벨트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동안 질서 있고 효율적인 개발을 끌어내는데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과 도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그린벨트 논의가 시작된) 50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취지로 1971년 그린벨트가 도입됐지만, 지방 소멸 현상을 막기 위해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울산 그린벨트를 과감히 풀 수 있게 하겠다고 울산 시민에게 약속드린 바가 있다.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해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지역별 해제 총량에 구애받지 않도록 지자체 자율성도 대폭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자체가 '지역전략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할 경우, 그만큼의 면적을 해당 지자체가 해제할 수 있는 그린벨트 총량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그린벨트 해제 총량 제외 이슈는 그동안 지자체장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해 “국방 관련 시설 중 최소한 군 공항 이전 부지는 해제 총량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광주 군 공항이 옮겨가고 이 일대를 해제하면 광주 내 해제 가능 총량이 그만큼 줄어들어 신규 산단 조성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규제 해제 방향에 대해선 “고도가 높거나 경사가 급하기만 해도 무조건 개발할 수 없게 막았던 획일적 규제를 없애겠다”며 “철도역이나 기존 시가지 주변 인프라가 우수한 땅은 보전 등급이 아무리 높아도 더 쉽게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내리겠다”고 설명했다. 그간 환경평가 1·2등급지(전체 그린벨트의 79.6%)는 원칙적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없었는데,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전략사업의 경우에는 해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는 시민 발언에 윤 대통령은 “시민분께서 ‘화끈하게 풀어달라’고 하셨는데 걱정하지 말라”며 “그린벨트도 다 우리 국민이 잘살기 위해서 만들어놓은 것이니까, 잘 사는 데 불편하면 풀건 풀어야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관련 부처 관계자들에게 “무조건 되게 하라. 논의된 사안들이 대부분 법령 개정까지 안 해도 되는 건 즉시 행동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수직농장 설치를 허용하는 것을 포함한 농지 규제 개선 방안도 밝혔다. 지목 변경 등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다단구조물 ‘수직 농장’을 기존 농지에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고, 산업단지·택지·도로 등의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농지 이용 규제도 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눈앞에 있어도 쓸 수 없었던 땅에 학교와 병원, 도서관을 지으면 주민의 삶의 질과 후생이 높아지게 돼 있다”며 “지역 주민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핵심 국정과제인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토지이용규제 개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12개 부처와 지자체의 토지 이용규제의 종류가 무려 336개에 달한다”며 “이를 전수조사해서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는 신속히 개혁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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