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하마' 전기차는 가라…'징검다리' 취급 하브의 반란

김수민 2024. 2. 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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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차의 재발견이다.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로만 여겨졌던 하이브리드차가 새로운 종착역으로 떠올랐다. 비싼 가격과 불편한 충전 탓에 전기차 수요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다.

제네시스 GV70. 사진 현대차그룹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하이브리드용 엔진과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세대 하이브리드용 플랫폼은 가칭 ‘TMED(Transmissiom Mounted Elecric Device)-II’로 불린다. TMED-II는 차량 구동을 돕는 모터가 사실상 2개로 늘면서 연비를 대폭 향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동 모터(P0)에서 엔진 크랭크축(P1)으로 모터(P2)가 붙는 위치가 이동하면서다. 앞서 현대트랜시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P1+P2 타입의 하이브리드 구동 시스템이 양산될 수 있는 플랫폼인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하이브리드 모델에 탑재할 2.5l 터보 엔진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기아의 대다수 하이브리드차에는 1.6l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최고 출력이 300마력 이상으로 전망되는 만큼, 업계 최고 수준의 연비와 성능을 낼 것이라는 기대가 뒤따른다.


쑥쑥 크는 하이브리드차, 언제까지


이런 기술 혁신을 발판 삼아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도 출시할 전망이다. 당초 제네시스는 내년 신차부터 모두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 딜러사들의 하이브리드 제네시스를 출시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면서 전략을 수정했다. 제네시스뿐 아니라 주력 차종에서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속속 내놓기로 했다. 올해 출시되는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와 내년에 나오는 신형 팰리세이드, 기아 셀토스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예정이다.

전기차를 앞세우되 하이브리드차로 전기차 단점을 보완하는 ‘양손잡이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기업은 현대차만이 아니다. ‘2035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GM 역시 하이브리드 차종 북미 시장 재출시를 선언했다. 인천 부평 공장에도 약 7000억 수준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 시설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 아키오 회장은 지난해 10월 재팬모빌리티쇼에서 "사람들이 마침내 현실을 보고 있다"며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전략이 옳았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기차 지각생’이라는 꼬리표를 얻은 토요타는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전기차 투자 확대와 함께 하이브리드 뚝심을 밀어붙이면서 몸값이 치솟았다. ‘전기차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테슬라가 주춤하는 전기차 수요에 미국 상장기업 시가총액 순위 6위(지난해 말)에서 10위로 밀려난 것과 다르게 일본 기업 최초로 시가 총액 50조엔(약 447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포춘은 지난달 28일 “테슬라와 토요타 간 ‘전기차 대 하이브리드차’ 논쟁에서 토요타가 잠정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하이브리드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마크라인즈가 지난해 14개 주요 자동차 시장을 조사한 결과,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421만 대로 집계됐다. 전기차 증가율(28%)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16%대였던 하이브리드 비중이 오는 2030년 24.5%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차준홍 기자


‘징검다리’였던 하브의 반란, 왜


반대로 거침없던 전기차의 성장은 불편한 충전, 비싼 가격, 배터리 문제 등으로 주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기차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이 매장에 왔다가 친환경적이면서 가격은 싸고, 충전 불편도 없는 하이브리드차를 선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테슬라처럼 순수 전기차만 판매하는 업체들은 한동안 활로를 모색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토요타나 현대차처럼 라인업이 다양한 업체들은 풍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적어도 2030년까지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일 것”이라며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의 비중이 크게 늘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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