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끝에 마련했다는 감독의 조건이 한심하다… 사실상 아무 의미 없는 기준, 누굴 뽑아도 끼워맞추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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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신임 A대표팀 감독 선임 기준을 마련했다.
브리핑 내용 대부분이 기대이하지만, 특히 이날 회의의 주된 결과 중 하나인 8가지 감독 선임 기준도 문제가 컸다.
전력강화위는 감독 선임을 단 1, 2주일 안에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는 스케줄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 8가지 항목에서 모두 합격인 인물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이처럼 추상적이고 아무 의미 없는 수사법은 크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와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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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신임 A대표팀 감독 선임 기준을 마련했다. 그런데 회의 끝에 나온 기준이라는 것이 추상적이고 아무 의미도 없는 수사로 가득하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축구회관에서 정해성 신임 전력강화위원장이 선임 이튿날 첫 회의를 주재한 뒤 브리핑을 가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 뒤 후임을 선임하기 위한 첫 단계라 중요한 자리였다.
가장 화제를 모은 건 임시냐 정식이냐, 국내냐 해외냐 문제였다. 정 위원장은 임시가 아닌 정식 감독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3월 A매치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 전에 정식감독을 선임한다는 건 천천히 지원자를 받고 해외의 채용 가능한 감독을 물색하는 작업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는다고 했던 정 위원장은 곧 "국내 감독에 비중을 둬야하지 않냐"라고 말을 바꿨다.
브리핑 내용 대부분이 기대이하지만, 특히 이날 회의의 주된 결과 중 하나인 8가지 감독 선임 기준도 문제가 컸다. ▲선수단에 맞는 경기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할 수 있는 전술적 역량, ▲취약 포지션을 해결할 수 있는 육성, ▲명분 있는 성과, ▲지도자로서의 풍부한 대회 경험, ▲선수는 물론 협회, 연령별 대표팀과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소통 능력, ▲리더십, ▲최상의 코치진 구성 능력 등이 거론됐다.
하나하나 좋은 말이지만, 사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과 다름이 없다. 축구감독에게 요구되는 일반적인 덕목을 죽 나열했을 뿐 이번 감독선임에서 어떤 점에 중점을 둘 것인지 방향성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항목들이기 때문이다. 마치 학생의 특성을 이야기할 때 '문과 이과 예체능을 모두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꼴이다. 우리 학과에서 어떤 장점이 있는 학생을 원하는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좋게 해석하면, 축구협회가 감독 선임시 요구하는 기준이 너무 높아서 모든 측면에서 다 합격점인 인물을 찾는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해석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 전력강화위는 감독 선임을 단 1, 2주일 안에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는 스케줄을 발표했는데 그 안에 8가지 항목에서 모두 합격인 인물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또한 기준 중 세 번째인 '명분'은 매우 자의적으로 해석되어 있다. 전력강화위가 이야기한 명분은 기존 팀에서의 성과를 의미한다. 성과를 낸 적 있는 감독이어야 대표팀을 맡을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명분의 의미대로라면, 현직 K리그 감독을 빼오는 건 명분이 없는 행위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현직 감독에게도 대상을 열어놓았다. (누굴 선임할건지) 결과가 나온 뒤에는 클럽에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추상적이고 아무 의미 없는 수사법은 크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와 다를 바가 없다. 당시 마이클 뮐러 위원장은 "연속성,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환경적 요인"이 기준이라고 말했다. 연속성을 제외한 항목은 모두 추상적인 수사에 불과했다. 그나마 구체적인 내용이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과의 연속성이었지만, 이는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직후 벤투 시절과 다른 길을 가겠다고 직접 천명하면서 거짓 항목임이 드러난 바 있다.
최근 감독선임 중 4년 완주와 월드컵 16강으로 가장 좋은 성과를 낸 벤투 당시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당시 김판곤 위원장은 추상적으로 좋은 감독을 데려오겠다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주도적인 축구를 방향성으로 제시한 뒤 "벤투 감독은 상대 공격 전개를 허용하지 않는 전방압박과 역습 방지를 추구하는 것에서 철학에 맞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시 한 번 대학에서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우에 비유하면, 과 특성에 맞는 특정 분야의 장점을 눈여겨 본 것과 비슷하다. 이번 정 위원장의 8개 항목은 너무 포괄적이기에 거꾸로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었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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