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총 '불공정 공천' 불만 폭주…이재명은 불참

장희준 2024. 2. 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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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薦 논란 놓고 '이재명 사당화' 항의 잇따라
"정체불명 여론조사…하위 평가 납득 어려워"
이재명 불참·정청래 퇴장…홍익표 "책임 통감"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불공정 공천'에 대한 항의가 잇따랐다. 특히 비명계 현역을 제외하고 진행되는, 주체가 불분명한 여론조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천(私薦) 논란의 중심에 선 이재명 대표는 아예 불참했다.

민주당은 21일 오전 본회의 종료 직후부터 의총을 소집하고 2시간 넘게 현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의총에선 최소 15명이 자유발언을 했으며, 대부분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성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당이 분열하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고, '이재명 사당화'를 정면 지적하는 의원도 있었다.

정체불명 여론조사 항의…"대체로 당에서 실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송갑석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에 대해 어떤 의견들이 나왔느냐'고 묻는 말에 "너무 여러 곳에서, 무분별하게 조사가 진행되는 것에 문제 제기가 많았다"고 답했다. 그는 "(조정식) 사무총장의 해명이 있었고 '대체로 당에서 한 게 맞다'고 했다"며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맞다고 인정한 건 아니었지만, 포괄적으로 당에서 한 게 맞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컷오프 명단' 통보를 앞둔 지난 주말을 전후로, 중진급 현역을 제외한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가 각 지역에서 시행되면서 뒷말이 무성했다. 이재명 대표가 비선 측근들과 공천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관측과 맞물려, 특정 인사들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다. 제외된 현역들이 주로 비명계란 점도 논란을 키웠다.

'논란의 여론조사'에서 제외된 당사자였던 홍영표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위한 공천이 돼선 안 되고, 윤석열 정부 심판을 통해 총선에서 승리하는 공천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특히 정체불명의 여론조사라든지, 도저히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하위 20%' 평가 등 문제들에 대해 정확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의원들의 반발 수위'를 묻는 말에 "꼭 공천에 대한 반발이라기보다 총선 상황 자체가 나빠지고 있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며 "지도부가 정확하게 정세 판단을 하고, 난장판 공천이 계속돼선 안 된다는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날 '하위 10%' 통보를 받고 반발했던 윤영찬 의원은 "송갑석·박용진·김영주 의원 등 여러분이 같이 일했던 동료인데, 누가 봐도 이분들이 하위권에 들어가는 게 맞느냐고 이야기했다"며 "매우 침통하고 진지하게 (의총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대표 어디 갔나"…원심력 계속 커지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으로 원심력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측근으로 꼽히는 정청래 수석최고위원 등 지도부도 개인 일정을 이유로 일찌감치 자리를 뜨면서 의원들의 불만이 더욱 빗발쳤다고 한다.

의총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상황을 수습해야지, 아무런 유감 표명도 없이 나가버리는 게 지도부가 보여줄 모습이 맞느냐"며 "이재명 대표도 페이스북에 혁신을 위한 진통이라고 쓸 게 아니라 의원들 앞에서 논란을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영찬 의원도 "할 말이 많았는데 왜 안 왔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다만, 홍익표 원내대표가 나서 "지도부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의원들을 다독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혜영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홍 원내대표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공천관리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경우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평가 진행 과정을 직접 설명하도록 요청하겠다고 했다"며 "신뢰성과 투명성이 납득될 수 있게 설명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홍 원내대표는 '여론조사 논란'에 대해서도 "당에서 한 것은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밝히고,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며 "최고위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가 있는 여론조사는 제외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당 분열이 확전 양상을 보이자 원로들이 나서 쓴소리를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날 낮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이재명 대표의 '불공정 공천' 문제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이 대표에게) 공정한 공천을 요구할 것"이라며 "미국에 계신 정세균 전 총리도 뜻을 같이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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