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정부, 7.14 '탈북민의 날' 제정 추진
정부가 올해부터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날'로 지정해 국가기념일로 기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라는 관념적 구호를 국민이 보다 실질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동시에 최근 한국을 교전 중인 적대국으로 규정하며 민족과 통일 개념을 폐기한 북한에 맞대응하는 성격도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21일 국민통합위원회 '북배경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7월 14일로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7월 14일은 지난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이 처음 시행된 날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96년 12월 여야는 합의로 해당 법률을 제정했고, 이듬해 7월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당시만 해도 국내 누적 탈북민이 800여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3만명을 넘어섰다.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은 지난달 16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날은 북한이 "대한민국은 제1의 적대국"이라며 "북한 헌법에서 통일과 민족에 대한 표현을 삭제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날이기도 하다.
당시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 추진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이 선대의 유훈까지 부정하며 반(反)민족, 반통일 선언을 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이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을 통해 직접 응수를 결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온 통일'로 불리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강화는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와 주민은 북한을 포함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강조하는 게 될 수 있어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민족을 부정하고 통일을 지우는 가운데 우리는 '민족에 기반한 통일'을 계속 하겠다. 그리고 그 핵심에 탈북민이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탈주민의 날 선정은 정부와 탈북민 관련 주요 단체 간 소통을 통해 이뤄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초 북한이탈주민의 날과 관련해 10여개의 날짜 후보가 있었는데, 주요 탈북민 커뮤니티와 소통한 결과 상징성,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문승현 통일부 차관은 지난 2일 열린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협의회'에서 "획일적 기준에 의한 탈북민 지원보다는 탈북민이 처한 다양한 여건을 수요자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사각지대가 없는 촘촘한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는 올해 상반기 안에 대통령령인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국가기념일에 포함하고, 오는 7월 14일 제1회 기념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앙 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기념 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 남북하나재단,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북5도위원회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북한이탈주민의 날이 있는 주간에는 탈북민 관련 (국민) 관심을 일으키는 '문화적 붐'을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또 탈북 과정에서 희생된 북한이탈주민을 기억할 수 있는 기념비와 기념 공원 등도 조성할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해 10월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탈북민 수백명을 강제북송했는데, 이렇게 북한으로 돌아간 탈북민들은 강제 구금, 폭행, 고문 등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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