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력 커지는 野…'사천' 논란에 前 총리들도 반발 예고
전략공관위, 임종석 '서울 송파갑' 출마 요구
'공천 학살' 반발 기류…의총 갑론을박 예상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천(私薦) 논란 속에서도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친문 핵심'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험지로 꼽히는 서울 송파갑 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친문계를 중심으로 한 집단 반발이 예상된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비롯한 당의 원로들도 이재명 대표를 향한 쓴소리를 예고했다.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부산·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경선 및 단수 18곳에 대한 4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단수공천이 결정된 지역은 10곳으로, 현역 6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경선 지역구를 보면, 현역과 친명계 원외 인사들의 맞대결이 결정됐다. 서울 금천에선 최기상 의원과 친명계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이 겨룬다. 광주 광산갑에서도 이용빈 의원과 박균택 당대표 법률특보가 경선을 치른다. 박 특보는 지난해 1월 이 대표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뒤 검찰 소환조사, 영장실질심사 등에 동행하던 인물이다. 경기 용인병의 경우 정춘숙 의원과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부승찬 전 대변인이 본선 진출 티켓을 놓고 다툴 예정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심장'으로 꼽히는 서울 용산에서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과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이 맞붙는다. 합구가 유력한 부산 남갑·남을에는 각각 박재범 전 남구청장, 박재호 의원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임혁백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비명계 공천 학살' 지적에 대해 "공관위에서 원칙에 따라 공천하고 있기 때문에 비명계 학살이란 건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도 이날 오전 일부 전략공천을 의결한 뒤 김영주 부의장의 탈당 사실을 언급하면서 "우리 당의 선출직 시스템은 당의 체질 개선과 총선 승리를 위한 제도로, 어느 누구도 원천적으로 개입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송파갑 출마 의사를 타진했느냐'는 질문에는 "당의 전략자산은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당세가 강한 지역보다 중간 정도에 있는 지역에 가서 헌신해달라는 취지에서 (송파갑 출마를) 요청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임종석 전 실장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임 전 실장 측은 "서울 중·성동갑 상황과 기존의 (출마)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잘 의논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현역 하위 평가자 통보가 시작되면서 원심력이 커지는 흐름이다. 통보 첫날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김영주 국회부의장이 하위 20% 결과에 불복하며 탈당을 선언했고, 전날에는 비명계로 꼽히는 박용진·윤영찬 의원이 하위 10% 통보에 반발하며 '이재명 사당화' 문제를 공개 지적했다.
특히 친문계 인사들이 이날 본회의 직후 소집되는 의원총회에서 '집단행동'에 나설 기미도 관측된다. 친문계를 비롯한 비명계가 하위 평가자 명단에 대거 포함됐을 거란 관측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면서다. 전날 홍영표 의원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 초대 국민소통수석을 역임한 윤영찬 의원 등이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기도 했다.
당의 원로들도 쓴소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 측 관계자는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전 총리와 임채정·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최근 이재명 대표의 불공정한 공천에 대해 강력하게 유감을 표시할 것"이라며 "이날 오전 중으로 모여 공정한 공천을 촉구할 계획으로, 미국에 계신 정세균 전 총리도 뜻을 같이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는 이런 반발에도 '물갈이'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고 일축했다.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라고, 첫 가지가 다음 가지에 양보해야 큰 나무가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며 "모든 원망을 대표인 내게 돌려라"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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