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의 ‘입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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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자신을 비난한 사람을 모욕죄로 고소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
2019년 국회 분수대 주변에서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문 대통령 등의 선친이 친일했다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문 전 대통령은 고소 취하를 지시했고 이에 검찰은 김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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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퇴장보다 소통 포용력 보였어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자신을 비난한 사람을 모욕죄로 고소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 2019년 국회 분수대 주변에서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문 대통령 등의 선친이 친일했다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했다. 특히 내용 가운데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등의 문구가 있었는데, 경찰은 이들 문구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2년 만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이 시민 개인을 처벌해달라는 고소를 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과도한 대응이라는 비판이 대두됐다. 문 전 대통령은 그 이전까지 "정부를 비난하거나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자유)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며 "대통령을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하곤 했기에 이율배반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문 전 대통령은 고소 취하를 지시했고 이에 검찰은 김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해 논란은 일단락됐다.
사실 내용으로 따지자면 모욕도 그런 모욕이 없다. 대통령을 ‘북조선의 개’라 하며 선친과 관련해 ‘가짜 뉴스’를 퍼뜨렸으니 법적으로 대응하고 처벌받게 하는 데 법적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도 당시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대통령의 고소를 비판했던 이유는 설혹 모욕죄에 해당하는 경우라 해도 대통령이 국민의 입을 막는 데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 16일 카이스트(KAIST) 졸업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 도중에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던 졸업생을 경호원들이 행사장 밖으로 퇴장시킨 일이 있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축사하고 있는데 졸업생 신민기씨가 자리에서 일어나 피켓을 들고 정부의 올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조치에 항의하는 소리를 외쳤다. 그러자 졸업 학위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즉시 입을 막고 팔과 다리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퇴장시킨 것이다.
물론 신씨의 행동은 대통령의 말을 끊고 졸업식장을 소란하게 만드는 일탈 행위였다. R&D 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같이하더라도 그런 방식의 항의를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대통령실은 "경호구역 내에서의 경호 안전 확보 및 행사장 질서 확립을 위해 소란 행위자를 분리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위해의 의사가 없는 항의성 행동에 대해서, 그것도 졸업생들을 위한 행사에서 경호원들이 굳이 그런 광경을 보이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흔히 2013년에 있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례가 인용된다. 오바마가 이민 개혁에 대해 연설하던 도중에 연단 뒤쪽에서 "강제 추방을 멈춰달라"는 외침이 들렸다. 경호원들이 이 청년을 퇴장시키려 다가가자 오바마는 "내보낼 필요 없다"고 만류했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저 젊은이의 열정을 존중한다"는 것이 오바마의 말이었다. 오바마의 이런 열린 대응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하고 있으니 말 한마디로 천냥, 만냥 빚을 갚은 셈이다.
만약 그날 윤 대통령이 청년을 끌어내려는 경호원들을 만류하고 "당신의 그런 의견도 나는 경청하겠다. 다만 지금은 내가 축사하고 있으니 나중에 더 대화할 기회를 갖자"고 했다면 어땠을까. 불편한 소리를 듣기 싫어한다는 윤 대통령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불식시키고 열린 소통의 포용력을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의 축사가 잠시 중단된들 그것이 그렇게까지 큰 문제일까. 더 큰 문제는 대통령에게 항의라도 했다가는 ‘입틀막’을 당하고 끌려 나가는 ‘닫힌 사회’에 대한 우려다. 대통령의 심기만 경호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입도 경호하는 대통령실을 보고 싶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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