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배터리 때린 환경부, 중국 공세 막아낼까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한국경제TV 신인규 기자]
●LFP 배터리 때린 환경부, 중국 공세 막아낼까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면서 전기차 업체들이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이번에 정해진 전기차 보조금 산출방식, 산업적으로는 어떤 의미와 영향이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보면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들이 보조금을 덜 받게 됐습니다. LFP 배터리는 리튬인산철을 이용하는 2차전지를 말합니다. 배터리 밀도 낮지만 안전성 높고 제작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중국산·저가형 전기차가 주로 채택합니다.
테슬라의 엔트리급 전기차인 모델 Y도 LFP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514만원 받던 보조금이 60% 깎였지요. 배터리 탓에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적어진 KG모빌리티의 토레스 전기차 같은 경우는 보조금이 확정된 직후에 급히 차 값을 200만원 내리기로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채택한 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LFP 배터리보다 보조금을 더 받습니다.
아직 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보조금 확정 소식 나오고 시장에서 주목하는 부분이 테슬라에 맞춰지긴 했지만, 조금 더 긴 시각에서 보면 이번 보조금 정책 변경으로 올해부터 들어올 중국산 전기차들도 보조금 혜택이 당초 정책에 비해 더 줄어들게 된다는 게 산업적으로는 더 의미가 있는 소식일 겁니다. 대체로 중국산 전기차들이 LFP 배터리를 탑재하니까요.
지난해부터 중국 업체들의 고민은 전기차 과잉생산이 됐습니다. 중국 정부가 국가 보조금을 줄이면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는 덜 팔리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그동안 공장을 많이 늘려서 생산량이 넘쳤습니다. 이같은 과잉생산을 해외 수출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 전기차 1위 업체 비야디의 전기차 아토3가 올해 우리나라에 들어올 가능성 있다는 이야기들이 있거든요.
중국산 전기차들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들어오기에 앞서서 그들에게 좀 불리한 규칙이 만들어진 모양새라는 점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이번에 확정된 전기차 보조금 이야기입니다.
그러다보니 중국 입장에선 한국이 전기차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이 부분도 지켜보아야겠지만, 보조금을 결정하는 환경부는 친환경성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고려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환경부의 전기승용차 보조금 산출방식 보면, 그동안에 없던 변수가 세 가지 생겼습니다. 배터리 성능과 재활용성, 이 두 가지가 핵심입니다. 이번에 새로 생긴 기준에 따르면 배터리 1Kg에 든 금속 가격이 2천520원을 넘어야 보조금을 100% 줄 수가 있습니다.
니켈과 코발트, 망간과 같은 금속이 들어간 NCM 배터리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만 사실상 재활용할 가치가 있는 금속이 리튬 정도인 LFP 배터리는 이 기준을 다 충족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리튬 가격이 급등하지 않는 한에는 그렇습니다. LFP 배터리는 현재 시장 상황상 재활용되지 않고 방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재활용 경제성이 더 높은 배터리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도록 정책을 짰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입니다.
●고려아연 한지붕 두가족 싸움, 왜
세계 최대 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이 3월 주주총회서 경영권 표대결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고려아연이 공시를 하나 냈습니다. 의결권대리행사권유 참고서류를 제출했는데, 주체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영풍입니다. 현금배당을 주당 5천원이 아닌 1만원으로 해야 하고 또 신주인수권 발행 정관 변경도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인데요. 쉽게 말해서 고려아연이 이번 주총에서 올린 의안이 잘못됐기 때문에 반대표를 행사해달라는 겁니다. 고려아연과 고려아연의 최대주주 영풍이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표대결에 들어가는, 알고봐야 이해가 가는 구도가 성립됐습니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핵심 회사입니다.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1949년 설립한 영풍그룹은 사세가 커지면서 인터플렉스나 시그네틱스 같은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 계열사를 맡아 분리 경영을 했지만 지분 보유나 이사회 구성을 통해 각자의 존재감을 유지했습니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이지만, 고려아연 측 최 씨 일가도 영풍 지분을 갖는 식입니다.
고려아연은 70년 넘게 한 지붕 두 가족 식의 경영을 해 왔는데, 최기호 창업주의 손자 최윤범 회장 체제가 본격화 된 2020년대에 들어오면서 균열이 관측됐습니다. 그룹 계열분리 가능성이나 고려아연 측이 우호지분을 늘리는 것을 보고 말들이 무성했지요.
이번 공시로 최윤범 회장을 필두로 한 고려아연 측과 장형진 고문의 영풍 측의 경영권 대결이 가시화 되었는데, 양측의 지분 경쟁 변수는 연기금과 소액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려아연 측의 지분율이 33.2%로 근소하게 높지만 영풍 측이 확보한 지분도 32% 수준이거든요. 고려아연 지분 8% 정도를 보유한 국민연금, 또 개인주주들의 의결권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지켜볼 부분입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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