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응급실 당직 돌고, 전공의 업무 떠안은 간호사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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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20일 병원을 떠났다.
서울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에서만 1000여명의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떠나면서 의료 현장은 극한 혼란에 빠졌다.
이들의 빈자리를 교수나 간호사들이 채우고 있는데,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 환자뿐 아니라 병원에 남은 의료진의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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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 땐 남은 의료진도 못 버텨
인프라 부족 지방 환자들 더 불안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20일 병원을 떠났다. 서울 ‘빅5 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에서만 1000여명의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떠나면서 의료 현장은 극한 혼란에 빠졌다. 이들의 빈자리를 교수나 간호사들이 채우고 있는데,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 환자뿐 아니라 병원에 남은 의료진의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이날 서울대병원 병동에서 만난 7년차 간호사 A씨의 얼굴엔 걱정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다음날 퇴원을 앞둔 환자 주치의가 전날 사직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전날 오후 6시 이후로 전공의들이 모두 떠났다. A씨는 “환자가 투여해야 할 약 용량을 바꿔 처방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사직한 전공의에게 어떻게 할지 물으니 내가 할 일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파업 기간이 길어지면 환자에게 해가 가는 일이 더 많아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는 교수들이 메우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B씨는 “교수들이 응급실 당직도 서는 상황”이라며 “전날 한 교수는 전임의에게 환자 식사를 어떻게 넣는지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환자 식사 처방과 채혈, 드레싱 업무까지 교수와 전임의들이 도맡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외과계열 한 전임의는 “남아 있는 전공의들이 모두 빠질 때를 대비해 매일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수술 일정 등에 큰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혼란을 최대한 막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간호사 업무 부담도 크게 늘었다. 빅5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호사는 교수에게 기본 소독법과 삽관 방법을 알려줬다고 했다. 그는 “교수들이 오랫동안 안 하던 업무를 맡으면서 간호사들의 보조 업무도 늘었다”고 말했다. 전공의 업무를 간호사가 떠안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간호사는 “급한데 할 사람이 없으니까 간호사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특히 서울이나 수도권에 거주하지 않는 지방 환자의 고민이 더 크다. 전남대병원에서 폐암 의심 소견을 받은 뒤 진단 결과를 기다리던 박모(67)씨는 내원 연기 통보를 받았다. 박씨는 “정밀검사를 토대로 폐암 4기가 확실한지 진단 결과를 기다려왔는데 첫 검사 결과부터 늦어져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에서 만난 30대 환자 김모씨는 “지방은 수도권보다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시민들이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까지 나서는데 의사들이 어떻게 환자 목숨을 담보로 정부와 협상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정신영 김성준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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