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이유 있었네…전공의, 도쿄대는 10% 서울대는 46%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신성식 2024. 2. 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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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다. 이날 오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 진료 불가 안내문이 붙었다. 연합뉴스

전공의 파업이 또 시작됐다. 3년 반만이다. 전공의가 근무하는 데는 전국 221개의 대형병원이다. 이런 데 진료가 마비되니 나라가 흔들린다. 전공의는 인턴 3137명, 레지던트 9637명으로 1만2774명이다. 전체 의사의 11.4%이다(2022년 기준). 지난해 말 기준 서울대병원 전공의는 740명으로 전체 의사의 46.2%를 차지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40.2%, 삼성서울병원은 38%, 서울아산병원 34.5%, 서울성모병원 33.8%이다. 오래된 병원일수록 전공의 티오(정원)가 많다. 빅5가 아닌 고려대(안암·구로·안산) 병원도 35%이다.


근로자·피교육생이되 근로 중심


전공의는 의사 파업의 태풍의 눈이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 때 6개월 넘게, 2020년 의대정원 확대 반대 때 18일 파업했다. 이들은 진찰·검사·수술·처치·당직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특히 마취·수술에서 빠지면 즉각 마비된다. 전문의를 보조한다지만 의료행위 총량 면에서는 전공의 몫이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 한 외과 교수는 "전공의 없이 교수·펠로(전임의)가 일주일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2년가량 세부 분야를 익히는 전문의를 말한다. 과거 파업을 주도한 한 전문의는 "종전에는 전공의가 몰래 복귀해 진료를 도왔지만, 지금의 전공의는 그럴 것 같지 않다"고 우려한다.

「 전공의에 의존하는 후진적 의료
진료 거부하면 의료대란 불가피
장시간 노동 착취구조 굳어져
"전문의 중심 전환 결단할 때"

전공의는 근로자이면서 피교육생(수련의)이라는 이중의 신분 보유자이다. 선진국 전공의는 피교육생 신분이 더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근로자 역할을 더 많이 한다.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국 병원들은 '근로자 전공의'의 헌신적 노동에 의존해 왔다"며 "과거에는 주 120시간도 일했지만, 요즘은 80시간(법정 상한 기준)으로 줄었다고 해도 과하다"고 말한다. 전공의의 주당 근로시간은 77.7시간이다(전공의협의회 자료). 선진국 중에서 이런 데를 찾기 힘들다. 일본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요인 중의 하나로 의사의 노동기간 단축을 든다.
일본 도쿄대 의학부 부속병원의 가이드북(2023~2024)에 따르면 의사는 1774명(비상근 포함), 레지던트는 201명이다. 우리 식으로 계산하면 전공의 비율이 10.2%이다. 지역으로 갈수록 이 비율이 낮아진다. 미국 메이요클리닉(로체스터 본원)도 레지던트 비율이 10.9%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주 77.7시간 근로 연봉 6395만원


고려대 산학협력단의 '전공의 수련교육 공공성 강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공의는 평균 6395만원을 받는다. 신영석 교수(연구책임자)는 지난해 말 32개병원의 회계자료를 분석하고 전공의 2509명을 설문조사 했다. 분석 결과, 간접경비(지도전문의 인건비, 학술비, 의료사고 비용 등)를 포함하면 전공의 한 명에 연간 9993만원이 들어간다. 이 비용의 거의 전부를 병원이 부담한다. 전공의 진료 수가 등으로 일부 지원하지만, 극히 미미하다. 그래서 전공의들은 "최장시간 근로를 고려하면 최저시급을 받는다"며 "정부가 우리에게 해주는 게 뭐가 있느냐"고 반발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진료 중단이 옳다는 건 결코 아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일본·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은 전공의 수련 비용을 건강보험·예산·기금으로 직접 지원한다. 병원이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 미래에 국민 건강을 책임질 전문가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메디케어(노인건강보험)에서 전공의 1인당 2억 1411만원, 영국은 예산으로 5060만원 지원한다. 영국은 "환자에게 최고의 의료를 지원하는 의료인의 숙련된 노동력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모토에 따라 지원한다. 일본은 초기 2년은 중앙정부가, 후기 2년은 지방정부가 지원한다. 한국은 축적한 자본이 없어 '전공의 착취 구조'가 굳어졌고, 병원이 떠안았다. 물론 병원이 구조 고착화에 한몫 했다. 미국은 법으로 전공의 교육비 지원을 못 박고 있다.


교육비 7225억 지원 필요


신영석 교수는 "전공의 인건비의 60%는 근로 대가, 40%는 교육비로 볼 수 있다. 근로 대가는 병원이 계속 부담하더라도 교육비와 간접비용은 정부가 지원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연간 7225억원이다. 내년에 응급·흉부외과·신경외과·외상 및 화상·마취통증과 전공의에게 1인당 3000만원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원 과목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다만 신 교수는 "한국 의사가 고소득을 올리기 때문에 왜 지원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 의존 구조를 탈피하려면 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전공의 근로시간을 확 줄여야 '번 아웃(탈진)'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최근 필수의료 패키지 대책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가기 위한 일부 대책을 담았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일부 병원의 사례를 보면 전문의 중심 병원이 불가능하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용인 세브란스병원은 신설이라는 이유로 2022년 전공의 티오를 받았다. 자체 전공의는 13명이고, 14명은 신촌세브란스에서 파견 나왔다. 전공의 비율이 11.2%이다.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적어 진료 중단의 영향이 미미하다. 아직은 적자이지만 점차 수지균형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설 대학병원은 전공의가 13명(파견 9명)에 불과한데도 지난해 의료 부문 흑자를 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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