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여당 공천…“희생 없으니 갈등도 감동도 없어”
공천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는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아직까지는 순탄한 분위기다.
국민의힘의 공천 갈등이 상대적으로 최소화되는 배경으로 저조한 현역 의원 교체율이 먼저 꼽힌다. 과거 공천에 관여했던 보수 진영 인사는 20일 통화에서 “불출마와 같은 현역 의원의 희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이번 공천의 특징”이라며 “희생이 없으니 갈등도 없고, 감동도 없는 3무(無)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국민의힘이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임명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우유를 그냥 마실래, 매를 맞고 마실래”라며 친윤계·지도부·중진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었다. 하지만 여당 공천이 반환점을 돈 이날까지 공식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3선 이상 중진은 장제원(부산 사상) 의원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장 의원 지역구에 그의 최측근인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단수 공천돼 희생의 의미가 다소 엷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까지 공천배제(컷오프)된 지역구 의원도 전무하다. 지난해 3월 전당대회 때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당대표 불출마를 촉구하는 초선 연판장을 돌려 ‘친윤 홍위병’을 자처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들 중 상당수도 단수공천을 받거나 경선 참여를 보장받았다. 막말·실언·폭행 등으로 징계를 받았거나, 탈당 후 복당한 인사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의원은 “중진이나 실세란 이유로 일괄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지양해야 하지만, 도려내야 할 사람은 과감하게 잘라야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며 “현역 지역구 의원들이 줄줄이 살아남은 탓에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이나, 텃밭 지역구를 포기하고 서울로 떠난 하태경 의원만 억울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현역 평가 하위 10%에 속하는 의원 7명을 공천 배제할 계획이지만, 전체 지역구 253곳 중 164곳(65%)의 공천 윤곽이 드러난 지금까지 한 명도 컷오프하지 않았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쌍특검법’ 재표결 시 표 단속과 개혁신당으로의 이탈이 고려된 것”이라고 전했다.
◆한동훈 영입인사, 현역 외 최대 수혜=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발탁된 영입 인사들의 약진도 이번 국민의힘 공천의 특징 중 하나다. ‘한동훈 1호 영입 인사’로 꼽히는 정성국 전 한국교총 회장은 전날 부산 부산진갑에 용산 대통령실 참모 출신인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과 이수원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원영섭 전 미래통합당 조직부총장을 누르고 단수 공천됐다. 수도권 차출 가능성이 큰 박 전 차관과 달리 컷오프된 이 전 비서실장, 원 전 부총장은 “낙하산 공천”이라며 중앙당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구자룡 비대위원은 서울 양천갑에서 경선하고,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는 서울 서초을에서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두 곳 모두 국민의힘 강세 지역이다. 전상범(서울 강북갑) 전 부장판사와 호준석(서울 구로갑) 전 YTN 앵커 등의 영입 인사와 박은식(광주 동남을) 비대위원은 당 열세 지역에서 단수 공천됐다.
서울 강남권 등 전략 지역 차출 또는 비례대표 공천 가능성이 큰 고동진 전 삼성전자 대표와 진양혜 전 아나운서, 진종오 전 사격선수 등을 비롯해 추가 배치될 영입 인사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33명의 인사를 영입했는데, 그중 지역구 공천 신청자는 8명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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