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김정은에 러시아 리무진 선물…북·러 밀착 과시용

정영교 2024. 2. 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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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차 ‘아우루스’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승차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러시아산 고급 승용차를 선물로 보냈다고 북한 관영 매체가 20일 보도했다. 제재 품목에 해당하는 승용차를 주고받은 사실을 공개한 것은 두 정상 간 ‘케미스트리’를 부각해 북·러 전방위 협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노동신문은 이날 박정천 노동당 비서와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 18일 러시아 측으로부터 선물을 전달받았고 전했다. 김여정은 “조·러(북·러) 두 나라 수뇌분들 사이에 맺어진 각별한 친분의 뚜렷한 증시로 되며 가장 훌륭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어떤 승용차를 선물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자국의 고급 차량 브랜드인 ‘아우루스(Aurus)’ 리무진을 김정은에게 선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에게 아우루스를 선물한 이유가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도 이 차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 주차된 러시아 대통령 전용차. [EPA=연합뉴스]

이런 종류의 고급 승용차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서 북한으로의 반입이 금지된 사치품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2397호는 운송수단의 직·간접적인 대북 공급·판매·이전도 금지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북한의) 안하무인격 태도를 규탄한다”며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을 자각하고 국제 규범을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의 선물 공개는 ‘자동차광’으로 불리는 김정은의 취향까지 고려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북한 매체들은 최근 김정은의 전용차를 독일 B사의 최고급 세단으로 바꾼 정황을 노출시켰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맺은 가운데 북한의 ‘승용차 선물 외교’ 부각은 북·러 간 우호관계를 재조명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북한 정권 수립 이후 스탈린으로부터 지스(ZIS) 3HC 리무진을 선물받는 등 러시아는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고급 승용차를 선물해 왔다.

한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북한의 정보산업·수산·체육 대표단이 지난 19일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협력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분위기다. 올해 최선희 외무상 방러(1월), 러시아 관광객 방북, 노동당 및 농업기술 대표단 방러(2월) 등이 이뤄졌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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