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생전 옥중 편지 "러시아도 한국처럼 민주주의 가능"
교도소 수감 중 숨진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생전 편지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나발니가 생전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입수해 보도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9월 언론계 지인에게 쓴 편지에서 한국의 민주화를 언급했다. 그는 "만약 한국과 대만이 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러시아 또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 나는 이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썼다고 NYT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해 온 나발니는 혹독한 환경으로 악명 높은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지난 16일 숨졌다.
러시아 교정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사망 하루 전날까지도 화상재판에서 농담을 던지며 웃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온전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그가 사망 직전까지 지인들과 주고받은 수백통의 편지에서도 고된 수감 생활에 정신이 흐려졌다고 볼 정황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라트비아에 망명한 러시아 사진가 예브게니 펠드만에게 보낸 편지에서 올해 미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공약들이 "정말로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면서 "이처럼 상황이 명확한데도 민주당은 걱정이 안 되나"라고 물었다.
인권 활동가인 케리 케네디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로버트 F. 케네디의 연설 중 강대한 억압과 저항의 벽을 무너뜨리는 '희망의 물결'과 관련한 인용구가 담긴 포스터를 보내준 데 감사를 표하며 "언젠가 이걸 내 사무실 벽면에 걸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300일 넘게 독방 생활을 하는 등 고초를 겪으면서도 검열을 전제로 인터넷을 통한 서신 교환을 허용하는 교도소 규정을 활용해 외부와 꾸준히 연락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제3 교도소로 이감돼 더는 인터넷으로 서신을 교환할 수 없게 된 뒤에도 가족 등을 통해 주변과 연락을 이어왔다.
지난달에는 한국기업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을 여유롭게 먹고 싶다며 식사 시간제한 폐지를 요구했다가 거부되기도 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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