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냉동배아도 태아" 첫 판결…체외 인공수정 악영향 우려
미국에서 체외 인공수정(IVF·시험관 아기)을 위해 만들어진 냉동 배아(수정란)를 태아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1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지난 16일 냉동 배아도 태아이며 이를 폐기할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른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다른 부부의 냉동 배아를 실수로 떨어뜨려 파괴한 한 환자에 대해 불법 행위에 따른 사망 혐의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였다.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냉동 배아도 불법 행위에 따른 미성년자 사망 관련 법에 따라 아기와 같은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는 태어났든 안 태어났든 모든 아이에게 제한 없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톰 파커 앨라배마주 대법원장은 보충의견에서 성경을 인용해 "모든 인간의 생명은 심지어 출생 이전에도 하나님의 형상을 품고 있으며, 그들의 생명은 하나님의 영광을 지우지 않고서는 파괴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생명을 부당하게 파괴한다면 이는 자신이 지어낸 형상이 파괴되는 것을 자신에 대한 모욕으로 여기는 신성한 하나님의 분노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배아가 아이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소송을 기각한 하급심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냉동 배아를 태아로 인정한 첫 판결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에 낙태권 지지자들은 물론 의료계에서도 체외 인공수정 시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앨라배마주 의사협회는 브리핑을 통해 이번 판결로 인해 체외 인공수정 관련 소송 위험성이 커져 시술 비용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불임 클리닉들이 문을 닫거나 주 바깥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앨라배마주 법무부는 태어나지 않은 생명에게 예외 없는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은 의무이며, 관련 우려를 시정하는 것은 입법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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