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vs 공작…‘여의도 1호 재건축’은 어디?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4. 2.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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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잠잠한 사이…달리는 ‘반백 살’
준공된 지 50년 가까이 된, ‘반백 살’ 아파트가 많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재건축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정비구역 지정을 마치거나 조합설립인가를 내는 등 속도를 내는 한편, 최고 층수를 50층 이상으로 설계해 재건축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모습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총 17곳으로 약 8000가구 규모다. ▲공작 ▲광장(1·2동, 3~11동은 별도로 재건축 추진) ▲대교 ▲목화 ▲미성 ▲삼부 ▲삼익 ▲서울 ▲수정 ▲시범 ▲은하 ▲장미 ▲진주 ▲초원 ▲한양 ▲화랑아파트 등에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1970년대에 지어져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겼으며 준공 50년에 가까워진 곳도 있다. 아파트가 노후화해가는데도 과거 여의도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높고 대지지분이 낮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을 통해 각종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통기획은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 초기 단계부터 서울시가 함께 계획안을 짜 빠른 사업 추진을 지원하는 제도다. 대신 기부채납, 임대주택 등으로 공공성을 확보한다. 서울시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조건으로 5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 건립도 허용했다.

사업성이 떨어졌던 여의도 아파트도 50층 넘는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면 어느 정도 ‘수지타산’이 맞기 시작한다. 특히 신통기획을 통해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받으면 재건축 사업성이 한층 좋아진다. 덕분에 그동안 여의도 일대에서는 최고 층수를 50층 이상으로 설계한 재건축을 추진하는 등 움직임이 활발했다. ‘여의도 1호 재건축’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단지 간 경쟁도 치열하다.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여의도 1호 재건축’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한 단지 간 경쟁도 치열하다. (윤관식 기자)
엎치락뒤치락 속도전

공작, 시공사 선정…한양은 상가 해결

가장 최근 소식을 전한 단지는 대교아파트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월 말 영등포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를 취득해 본격적인 재건축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한 지 11개월 만. 여의도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아파트는 2021년 목화아파트 이후 대교가 두 번째다. 최근 대교아파트 외벽에는 삼성물산, 롯데건설 등 정비사업 수주전을 앞둔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조합설립인가’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즐비하게 붙어 있다.

대교아파트 재건축은 연면적 2만6869.5㎡ 규모 대지에 지상 42~49층, 지하 4층 높이의 4개동 891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용적률이 469.37%에 달하는 게 특징. 대교 조합은 올 상반기 중 정비계획 결정 고시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 시공사 선정과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마치고 내년에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다는 구상이다. 조합은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2030년 새 아파트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희선 대교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소유주들의 일치된 의지와 서울시·영등포구청의 협력으로 노후한 대교아파트가 드디어 조합을 설립했다”며 “글로벌 금융 중심지면서 한강을 옆에 낀 여의도 매력에 걸맞은 주거 단지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한때 여의도에서 사업 속도가 가장 빨랐다가 서울시의 제동, 단지 내 롯데슈퍼 부지 매입 문제 등으로 주춤했던 한양아파트 재건축도 다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한양아파트(588가구)는 지난해 1월 서울시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용적률 600% 이하, 최고 56층 이하 총 992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재건축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 같은 해 6월 말 여의도에서 가장 먼저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 ‘여의도 1호 재건축’ 유력 후보였다. 하지만 서울시가 한양 재건축 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이 단지 내 상가(롯데슈퍼 여의점)를 재건축 부지에 임의로 포함시킨 것을 지적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시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신통기획안을 토대로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낸 것도 위법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이에 KB부동산신탁은 롯데슈퍼 소유주인 롯데쇼핑과 용지 매입 협상을 마무리했다. 롯데슈퍼 부지는 1482㎡ 규모, 매입 금액은 898억원이다. 이에 따라 한양아파트는 다시 재건축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시공사 선정에는 앞서 수주에 참여했던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재참가하기로 했다.

한양아파트가 주춤한 사이 공작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소유자 전체회의에서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하며 ‘여의도 1호 재건축’ 타이틀을 가져왔다. 대우건설은 1·2차 시공사 선정 입찰에 단독 응찰하면서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권을 확보했다.

공작아파트 재건축은 1만6857㎡ 부지에 지하 7층~지상 최고 49층, 3개 동, 570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 업무시설, 판매시설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KB부동산신탁이 시행을 담당하고 있으며 총 공사 금액은 5704억원 규모로 3.3㎡당 공사비는 1000만원대다. 대우건설이 공작아파트에 제안한 단지명은 ‘써밋더블랙에디션’이다.

신통기획,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시범아파트(1584가구, 1971년 준공)는 용적률 최대 400%를 적용한 2466가구 규모 주택 단지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최고 층수 65층을 지어 주변 63빌딩(높이 250m)과 함께 여의도 스카이라인을 바꿀 단지로 꼽힌다.

다만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기부채납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아파트 소유주 간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

그동안 시범아파트는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조건으로 데이케어센터를 기부채납하는 방안을 서울시와 협의해왔다. 데이케어센터는 경증 치매나 노인성 질환이 있는 노인이 미술·음악 등 수업을 듣는 운동 치료 서비스 시설이다. 하지만 데이케어센터 건립을 두고 일부 소유주가 신탁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대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노인요양시설을 기피 시설로 보고 단지 가치에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모양새다. 소유주 반발이 거세자 사업 시행을 맡은 한국자산신탁 측은 데이케어센터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데이케어센터 대신 2만㎡ 이상의 대규모 문화시설을 짓겠다고 방향을 틀었다.

다만 서울시는 “주민 의사에 따라 다시 기부채납 시설을 제안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정비계획을 다시 제출하면 재심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심의가 진행될 경우 사업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제안한 문화시설의 규모나 형태 등이 서울시 조건에 맞지 않을 경우 제안이 거절될 가능성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의도는 압구정 등 강남권과 더불어 서울 부촌 재건축의 바로미터가 될 만한 입지와 상징성을 지녔다”면서도 “기부채납 문제는 주민과 지자체 입장이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만큼 진통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7호 (2024.02.21~2024.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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