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증권사가 뽑은 ‘레벨업’ 후보는? 믿을맨 ‘금융지주’ 튼튼한 ‘현대차그룹’ 찜
주식 시장이 연일 ‘저평가주’ 찾기에 분주하다. 정부 주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023년 3월 일본의 도쿄 증권거래소가 PBR 1배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경영 변혁 촉진책’을 공시 요구한 정책을 참고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도 PBR 1배 미만 종목들을 향한 투자자 관심이 상당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PBR이 낮다고 투자하는 건 여느 테마주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PBR은 말 그대로 순자산(자본) 대비 주가 수준을 의미한다. 개념만 놓고 보면 낮은 PBR을 만드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① 주가가 낮든가 ② 자본이 많은 경우다. 문제는 ②다. 기업이나 신사업 등에 자본을 활용하지 않고 축적만 하면 PBR은 낮게 계산된다. 향후에도 똑같은 정책을 유지할 방침이라면 해당 기업은 저PBR주에 속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선 꺼려야 하는 종목이다.
결국 옥석 가리기가 핵심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전문가들의 시선이 필요한 상황. 매경이코노미 선정 ‘2023 베스트 애널리스트’ 리서치 평가에서 1~5위를 차지한 하나증권·KB증권·NH투자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의 레벨업 예상 종목들을 살펴본다.
엔화 강세 기대감·펀더멘털 견고
5대 증권사는 한목소리로 ‘저PBR 기업=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주’ 해석을 경계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별 기업 입장에서는 주주환원 ‘지속’ 의지와 배당 가능 재원(여력)이 핵심”이라며 “주주환원의 경우 장기적 관점의 로드맵 공유가 중요하다. 일회성(단발성) 주주환원 시행 시 신뢰도 저하 등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레벨업’ 섹터는 경기민감주다. 특히 자동차 부문 선호도가 높았다. KB증권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여기에 기아도 추가했다. 하나증권 역시 현대모비스를 주목했다.
증권사별 핵심 선정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KB증권은 엔화 강세 가능성에 주목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봄 엔화 강세 전환 가능성이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매크로 요인까지 바뀐다면 ‘자동차’ 업종이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엔화 강세는 국내 자동차 업체에 호재로 작용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 대비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은 ROE를 선별 기준으로 삼았다. 현대차와 기아의 PBR이 ROE 대비 낮다는 점에 주목했다. ROE를 기반으로 계산한 적정 PBR 대비 현재 PBR이 낮게 책정됐다는 설명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PBR은 각각 0.6배, 1배다. 반면 2023년 기준 ROE는 각각 13.5%, 21.6%다. ROE는 회사가 자본 대비 이익을 얼마나 내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단순 계산 시 PBR은 ROE와 주가수익비율(PER)의 곱으로 표현 가능하다. 특히 PER은 주가 등 시장에서 결정되는 반면 ROE는 수익성 개선이나 주주환원 노력으로 높일 수 있다.
하나증권은 이익잉여금에 주목했다. 이익잉여금은 쉽게 말해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의 적립 총액이다. 주로 배당 등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된다. 하나증권은 절대적인 이익잉여금 규모와 함께 시가총액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이 높은 기업을 살펴봐야 한다며 현대모비스를 제시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실장은 “밸류에이션 개선이 가능한 종목을 보려면 기업 펀더멘털의 견고함을 살펴야 한다. 국내 기업 중 2024년과 2025년 영업이익 예상치 기준 절대 금액이 큰 순서대로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시가총액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이 높은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현대모비스의 2024년 영업이익과 이익잉여금 규모를 각각 2조7614억원, 44조원으로 전망했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한 2024년 시가총액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 전망치는 202%다. 2025년 전망치는 220%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4년 전망치가 각각 84%, 55%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모비스의 시총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자동차 부문 외 다른 경기민감주 중에서는 유통 부문이 관심을 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존재하거나 보유 현금이 풍부한 일부 유통 기업도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KT·KT 등 통신주도 눈길
증권사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업종은 ‘금융주’다. 그간 낮은 주주환원을 이유로 저평가받았지만 재평가가 이뤄질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업종별 자본 수익성 대비 PBR을 계산한 결과, 금융 업종은 0.5배로 적정 PBR(0.7배)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사례와 비교해도 금융주는 수혜 가능성이 높다. 일본 TOPIX지수에서 금융 업종 PBR은 2023년 연초 1배를 밑돌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1배 이상으로 개선됐다. 일본에서는 해당 프로그램 시행 6개월 후 ‘PBR 1배 개선주 상장지수펀드(ETF)’도 등장했는데, 전체 구성 종목 561개 중 50% 이상이 금융 업종이다.
증권가는 특히 하나금융지주를 주목한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이 모두 하나금융지주를 추천 종목으로 꼽았다. 현시점에서 PBR이 0.4배 수준인 데다, 주주환원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3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는데 올해 환율이 안정적이라면 총 주주환원율이 40%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총 주주환원율은 33% 수준이다.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6.1%에서 올해 6.4%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ROE는 약 9.8%로 추정된다.
다른 금융지주 평가도 긍정적이다. 메리츠증권은 신한지주를, KB증권은 우리·한국·JB금융지주를, 신한투자증권은 KB금융지주를 각각 추천했다. 이들의 PBR은 0.3~0.5배 사이다. ROE는 8~13% 수준이다.
신한·우리·KB금융지주는 나란히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환원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한국금융지주는 자사주 소각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으나 보유 중인 자사주 비율이 5% 정도로 낮은 편이고, 10%에 가까운 연간 ROE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JB금융지주는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주주환원율은 지난해(27%) 대비 4%포인트 늘어난 31% 수준으로 예상된다.
보험사와 증권사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보험주는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삼성생명, 동양생명, 코리안리가 추천을 받았다. 특히 DB손해보험은 경쟁사 대비 높은 ROE가 눈길을 끈다. KB증권은 올해 DB손해보험의 ROE를 지난해(16.7%) 대비 1%포인트 상승한 17.7%로 예상했다. 삼성화재(12.3%), 현대해상(14%) 등 경쟁사보다 높은 수치다. 올해 배당수익률도 7.1%로 지난해(6.5%)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 중에서는 키움·삼성·대신증권이 선호 종목으로 꼽혔다. 신한투자증권은 이 3개 종목 중 저PBR 측면에서는 대신증권(0.38배)을, ROE 측면에서는 키움증권(13.4%)의 수치가 가장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PBR(0.54배)과 ROE(9.6%) 모두 양호하다는 진단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다른 업종은 아직 검증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수혜주로서 판단이 서지 않지만 금융주는 예외”라며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금융 업종은 배당 여력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금융주만큼은 아니지만 통신주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모두 증권사 추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증권은 SK텔레콤을, 신한투자증권은 KT와 LG유플러스를 선호주로 지목했다.
하나증권은 SK텔레콤 주주환원 규모에 주목한다. 주주환원율이 연간 9%에 달해 국내 그 어느 상장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의 지난해 PBR은 0.94배 수준으로 1배를 밑돌고, ROE는 9.57%로 전년(7.97%) 대비 약 1.6%포인트 상승했다는 점도 추천 배경이다.
신한투자증권은 KT와 LG유플러스를 선호주로 꼽았다. 두 종목 모두 올해 PBR 0.5배, ROE 7% 수준으로 추정된다. 배당 성향도 40% 내외로 예상된다. KT에 대해서는 통신 3사 중 차별화된 이익 성장을 전망하며, 수익성 향상에 기반한 꾸준한 주주환원 확대를 전망했다. LG유플러스는 실적 성장 둔화가 예상되지만, 주당배당금(DPS) 유지가 가능하다면 올해 배당수익률은 6.3%로 양호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관심 여전
2023년 주가 부진에 시달린 네이버와 대한항공을 바라보는 기대감도 커진 상태다. ‘저PBR’보다는 ‘밸류업’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다.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결국 기업의 펀더멘털이 견고해야 한다는 이유다. 두 기업 모두 배당 재원으로 활용 가능한 이익잉여금이 충분한 상태다.
하나증권은 올해 네이버와 대한항공의 이익잉여금을 각각 26조679억원, 4조4236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각각 6%, 34%씩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른 시가총액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은 73%, 52% 수준이다. 지난해 이 비율이 각각 64%, 34%였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크다. 내년에는 이 비율이 네이버는 77%, 대한항공은 66%까지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슷한 이유로 2월 14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1·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주목받는다. PBR이 1배 이상이기는 하지만, 탄탄한 펀더멘털로 기업가치 재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익잉여금 증가는 물론, 영업이익 예상치 또한 높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따라붙는다.
하나증권이 추정하는 삼성전자의 2024년 PBR은 1.32배 수준이다. 그보다 눈에 띄는 지표는 영업이익과 이익잉여금이다. 하나증권은 삼성전자가 올해 영업이익 32조14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 대비 222% 증가한 수준이다. 이익잉여금은 약 331억원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른 시가총액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은 85%로, 79%였던 지난해보다 비율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5년에는 이 비율이 94%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의견도 비슷하다. 2024년 PBR은 1.57배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10조7829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 이익잉여금도 54조77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가총액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도 지난해 48%에서 올해 56%, 내년 68%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이 자금을 차입해 기업가치를 높일 수는 없다”며 “벌어들인 이익과 쌓인 잉여현금을 통해 자사주도 사고, 배당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저PBR보다는 기업 펀더멘털의 견고함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만년 저평가 ‘장비·정유’ 눈길
두산밥캣·에쓰오일 상승 여력
매년 “시장 평가가 박하다”는 말을 듣던 기업들도 주목할 대상이다. 두산그룹의 소형 건설장비 업체 두산밥캣이 대표적이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조7589억원, 1조389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2022년 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도 미국 시장이 나쁘지 않다. 유력한 미국 대선 후보들이 신도시 정책 등을 내세우고 있어 건설장비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은 2024년 연간 실적 가이던스로 매출액 9조3441억원, 영업이익 1조원을 제시했다.
실적과 달리 주가는 저평가 구간이다. PBR은 0.8배로 낮다. 이에 증권가도 두산밥캣에 눈길이 사로잡힌 상태다. 하나증권은 두산밥캣을 관심 가질 만한 종목으로 제시했다. 특히 2025년 예상 이익잉여금 규모를 5조원대까지 점쳤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한 2025년 시총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은 102.7%다.
최근 주주친화 기조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자본준비금에서 약 1조원을 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했다. 배당 확대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배당 성향(순이익 대비 배당총액)도 2022년과 2021년 20~30%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2분기부터 1배 미만의 PBR을 기록 중인 에쓰오일(S-Oil)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어닝쇼크를 겪었지만 올해 업황은 나쁘지 않다는 게 증권업계 평가다. 지난해 실적 부진은 4분기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크다. 한국 원유 수입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9월 평균 배럴당 93.3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77.3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해 3분기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다만 올해는 유가 변동폭이 줄고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와 증권가 예상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과 모기업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9조2580억원을 투입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복합 석유화학 시설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3월 착공했다.
하나증권이 내다본 2024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조8309억원이다. 이익잉여금 전망치는 9조원 정도다. 이를 기반으로 계산한 2024년 시총 대비 이익잉여금 규모는 116.3%다. 지난해 3분기 기준 ROE도 11.8%로 높은 편이다.
0.9배 수준의 PBR을 기록 중인 현대글로비스도 증권업계 선택을 받았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룹 내에서도 주목할 만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 현대글로비스는 주주들에게 1주당 6300원씩 배당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600원 증액한 셈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줄었는데도 배당을 늘렸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7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 감소했다.
고배당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단 재원이 충분한 상태다. 하나증권은 2024년 현대글로비스 이익잉여금 전망치로 8조9164억원을 제시했다. 시총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은 125.7%에 달한다. 재계는 현대글로비스의 그룹 내 지위도 고배당 정책 배경으로 꼽는다. 상속세·지배구조 재편 재원 마련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를 보유 중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7호 (2024.02.21~2024.02.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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